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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9. 1. 28. 22:52

노회찬 "여전히 진보가 희망이다"

서울신문 사내 공부모임인 ‘연대와 희망’은 지난 1월 16일 진보신당 공동대표 노회찬을 초청했다. 노회찬은 이 자리에서 이XX 정부 평가와 진보의 재구성 등 자신의 솔직한 심경을 두시간에 걸쳐 밝혔다. 그가 강연에서 밝힌 내용을 세 번에 걸쳐 나눠 싣는다. 이 글은 세번째 순서다.


“객관적으로 보면 진보는 지금 분명히 위기다. 지금 진보진영에게 필요한 건 실용노선, 즉 실사구시라고 생각한다. 역사를 되돌아봐도 성공한 혁명은 모두 실용노선으로 성공했다. ‘실사구시’를 진보의 기본철학으로 삼아야 한다.”


진보신당 공동대표 노회찬은 서울시 노원구라는 지역공간에서 유권자들을 수도없이 만나면서 진보에게 희망이 있다는 것을 뚜렷이 느꼈다고 털어놨다. 그가 체험한 ‘진보의 희망’은 어떤 것일까.


레드컴플렉스 실체를 다시 보자


지난해 18대 총선 당시 선거참모들이 노회찬에게 “자유총연맹 회의가 있으니 거기 가서 인사를 하라.”고 했다. 노회찬은 “그 말을 듣고 내가 몸이 굳어졌다.”고 한다. “가봤자 좋은 소리도 못 들을거고 표가 되겠나 싶기도 했다. 하지만 참모들 말을 잘들어야 좋은 지도자라고 하지 않던가. 참모들이 한표가 아쉽다며 가자고 해서 따라갔다.”


노회찬 눈에 비친 자유총연맹은 “대단한 조직”이었다. “내 선거구 인구가 20만명이고 9개 동이다. 자유총연맹이 동마다 조직이 있다. 내가 찾아간 자리는 어느 동의 운영위원회 뒷풀이였는데 거기 참석한 사람만 줄잡아 30명이었다.”


“본격적인 이념투쟁 벌어질거라 생각하고 각오 단단히 했다.”고 하지만 막상 가보니 평범한 사람들이란다. 자영업 위해 먹고살기 위해 가입한 사람도 있고, 동네에서 사람들 많이 만나야 하는 필요 있는 사람들도 있고, 놀랍게도 여성이 절반 정도였다. “거기 참가하는 여성들은 세상에 밝은 사람들이다. 사회활동에 능숙한 사람, 그리고 그쪽의 생리를 아는 사람들이 자유총연맹에도 가서 사회생활을 하는거다.”


자기들 모임에 정치인이 와서 인사한다니까 나쁠거 없다는 반응이었단다. 참석자들 중에는 한나라당 지지자도 있고 민주당 지지자도 있다. “자유총연맹 수뇌부는 극우조직이지만 하부는 그냥 평범한 사람들이다. 처음엔 인사만 하고 나오려 했는데 주저앉아서 결국 소주를 너댓병 먹었다. 만나보니 자유총연맹 회원이라는 사람들이 서민 범주에 드는 사람들이었다. 나중에는 9개 동네 운영위원회마다 가봤다.”


내친김에 재향군인회도 찾아갔다. 재향군인회 사무실 한쪽은 6.25참전무공자회가 쓰는데 연배가 최소 60세는 되는 이 단체 소속 할아버지들이 재향군인회보다 훨씬 반갑게 맞아줬다고 한다. “외롭고 소외돼 있는데 알려진 사람이 찾아오니 반가운거다. 나중엔 노원구 총회가 있는데 와달라고 귀뜸까지 하더라. 70대 할아버지 500명이 모이는 자리였다. 후보들 중 유일하게 초청받아서 인사를 했다.”


이쯤에서 “그들이 왜 노회찬을 보고 시비를 안 걸까” 궁금해진다. 노회찬도 그게 궁금했단다. 총회장에 가 보니 할머니 한 명이 앉아있었는데 노회찬을 보자마자 대뜸 반말로 앉으라고 했다. 이 할머니 알고 보니 여고 다니다 전쟁 나서 여군 2기로 복무했던 예비역이었다. 그 할머니가 “나는 심상정 좋아하는데 여기 같이 안왔느냐.”하면서 심상정 칭찬도 하더란다.


여기서 중요한 생각꺼리가 있다. “결국 다른게 아니다. 불의에 맞서 싸우는 거와 약자 편에 서는 활동에 호감 보인거다. 대중들을 만나보니 ‘친북만 아니면 사회주의도 좋다’는 정서가 강했다. 한국에선 노무현 정부조차도 친북으로 몰아세우는 분위기가 있지만, 가만히 보니 북한만 편드는거 아니면 이데올로기에 구애받지 않는다. 레드컴플렉스가 막상 보니 웃기는 거였다.”


바로 이 점이 노회찬이 “선거 끝나고 정리하면서 진보가 희망이 있다는 걸 생각했다.”는 근거였다. “물론 저절로 되는 건 아니다. 어떻게 가꾸고 어떻게 포장하고 어떤 자세를 갖추는가. 그런걸 정교하게, 현실에 기반해 과학적으로 짜기만 하면 충분히 가능하다.”


객관적으론 깝깝한 구도다


인정할건 해야 한다. 노회찬은 “지난 10년도 그렇고 앞으로도 당분간 비슷하게 깝깝할 것”이라고 본다. 그는 “정치 선진화의 단초는 위대한 대통령 하나 만들어내는데 있지 않고 진보 목소리가 커지고 진보가 현실 권력에 참여함으로써 그 영향으로 판도가 달라지는 방식이 가장 현실적이다.”라고 주장한다.


그는 “자력으로 크는데 얼마나 가능성 있겠느냐고들 하지만 충분한 전망이 있다. 오히려 좋다고 본다. 우리가 생각했던 걸림돌은 오히려 걸림돌이 아니다. 진짜 걸림돌은 내부에 있다.”고 일갈했다. 


그는 “진보진영이 자기들이 대변하고자 하는 사람들이 무엇을 원하는가를 중심으로 전술을 짜야 한다."면서 "지금까지는 자기가 하고 싶은걸 실현하는데 방점을 찍었다."고 자아비판했다.


"‘민주노총은 우리편, 일반대중은 미조직... 그래서 우리편부터 챙기는 관행’ 그런걸 극복해야 한다. 민주노총은 어차피 이익집단이다. 하지만 당은 그게 아니다. 민주노총이 문제가 있으면 노총에 문제제기를 해야 한다. 룰라도 브라질노총을 만든 사람이지만 노총과 노동자당과 일정한 거리를 둔다. 그게 맞는거다. 지금은 미조직다수에 더 신경을 써야 한다.”


노회찬이 생각하는 대북 문제


자 이제 어느정도는 각론으로 들어갈 차례다. 먼저 남북문제. 노회찬은 평화통일 화해협력이 중요하다는 전제 위에 “전세계 어느 진보가 핵무기 동의하느냐.”면서 “북핵문제는 입장을 분명히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여기서 재미있는 일화 하나. 


“박근혜가 북한 가면 조선노동당 관계자를 만났다. 정동영이 북한 가도 조선노동당 관계자를 만났다. 친북정당이라 찍힌 민노당이 대표단 꾸려서 북한 가면 노동당이 안 만나주고 사회민주당이 만나준다. 쿠바나 중국같은 혈맹은 조선노동당이 만나고 사회민주당은 서방세계 대표단 만나는 당이다. 북한은 오히려 보수든 진보든 상관없이 ‘힘’을 보는거다. 우리만 짝사랑한다고 되는게 아니다. 오히려 진보정당이 북한 비판하면 그게 오히려 북한에게 따끔한거다. 그걸 감안해서 북한에 대한 자세를 취해야 한다.”


친환경 진보, 문화 진보


노회찬은 “한국은 워낙 노동이 평가절하되는 사회지만 생태문제도 중시해야 한다.”며 ‘녹색’이라는 화두를 꺼냈다. 그는 “독일에서 생태문제를 정치영역으로 끌어들이자고 환경운동에서 주장했을 때 사민당은 중산층 관심사라는 이유로 받아들이길 거부했다.”면서 “그 결과 독일 국민들에겐 녹색당이 진보정당이고 사민당은 관료적이고 기득권 일부라는 인식이 생겼다.”고 꼬집는다.


그는 “문화가 공공으로 들어가는 순간 그건 더 이상 상류층을 위한 문화가 아니다.”면서 진보진영이 문화정책에 관심을 가져야 한다는 입장을 보였다. “기득권 대변하는 정당은 문화정책 빈약할 수밖에 없다. 세계적인 문화수준 누리는 사람들은 어차피 아쉬울게 없기 때문이다.” 쉽게 말해 이런거다. “도서관 지으면 누가 득 보나. 자기집에 서재 못두는 사람이 득본다.”


진보의 재구성


노회찬은 진보의 희망과 각론을 지나 이제 결론을 향해 내닫는다. 바로 ‘진보의 재구성’이다.


먼저 민노당과 진보신당 재합당 문제에 대해서는 전제를 달았다. “두 당 모두 진보의 재구성이 되는 속에서 해야 가치가 있다. 그게 안되는 상황에서 재봉합은 의미가 없다.”


그가 보기에 민노당은 “아직도 진보의 재구성을 심각히 느끼지 못하는듯하다.” 반면 진보신당은 “낡은 옷은 벗었지만 새 옷은 아직 못입어서 발가벗고 있는 상황이다.”


그는 진보 재구성을 위한 핵심과제로 경제문제와 선거제도 개혁을 꼽았다. 경제문제는 정치의 최전선이 바로 경제이고 경제노선에 따른 투표가 바로 정책투표이며 경제노선에 따른 정책경쟁이 바로 제대로 된 정치라는 점에서, 경제노선을 갖고 맞짱을 떠보자는 걸로 읽힌다.


선거제도 개혁은 경제노선과 상호보완관계다. 노회찬은 “선거제도 개혁이 개헌보다 더 중요하다.”고 주장했다. 


“국민들이 5% 지지하면 5%만큼 의석을 가져야 한다. 1등 말고는 다 떨어지는 구조에선 최소 50% 국민의 선택이 무의미해진다. 유럽정치도 초기엔 완전비례대표제도를 위해 한세대 가까이 걸린 투쟁이 있었다. 그걸 거쳐서 좌파정당이 집권도 하고 그런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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