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당 3만 2000원(시간당 4000원) 줄 돈이 없어 고용을 못하는 기업인들의 눈물겨운 사연이 있다. 경제위기가 극심하다는 살아있는 증거다. 그럼 일당 3만원만 줘도 되면 이 기업들이 직원을 고용할까?
저임금구조 경제에서는 혁신이 일어나기 힘들다. 당연하거 아닌가? 값싸게 사람 고용해서 시키면 되는데 뭐하러 기술혁신 같은 골치아픈거 하겠는가.
자동차를 만드는 숙련노동자 일당이 3만원이라면 어느 누가 비싼 돈 들여서 자동화기계를 설치하겠는가. 나는 그렇게 생각하지 않는다.
언제나 그렇듯이 계약기간이 4년이나 남은 대통령 이XX와 노동부는 나와 생각이 다르다. 이들은 일당 3만 2000원이 없어 고용을 하고 싶어도 못한다는 착하디 착한 기업인(그들의 평균 1끼 식사비는 얼마일까)들을 위해 일당을 더 깎을 수 있는 길을 터 주셨다. 고용이 늘어날 거라는 기대와 함께.
노동부는 12월 8일 ‘최저임금제도 개선방향 검토’를 발표했다고 한다. 구체적인 내용을 보면 △60살 이상 노동자가 동의하면
최저임금액을 감액하고 △수습 노동자에게 최저임금 이하 급여를 줄 수 있는 기간을 현행 3개월에서 6개월로 연장하며 △외국인
노동자 숙박비와 식사비를 최저임금에서 공제하고 △노․사․정 및 공익위원이 합의해 결정하는 최저임금결정방식을 공익위원이
최종결정하는 방식으로 변경 등이다.
<"최저임금제 개악"... 벼룩의 간 빼먹나>(한겨레, 081210, 수, 10면)에 따르면 이번 발표내용은 지난 11월 18일
한나라당 의원 김성조가 대표 발의한 최저임금법 개정안과 거의 비슷한 것이라는데 노동부는 국회 환경노동위원회에서 최저임금법과
관련한 의원입법안은 병합 심사할 때 이와 같은 내용을 제출할 것이라고 한다. 한겨레에 따르면 노동부는 “정년 지난 고령자나
청년층의 고용 기회가 늘 것으로 기대된다고 밝혔다.”고 한다.
늘어날수도 있겠다. 이XX 말마따나 "눈높이를 낮춰야" 취직도 쉽다. 문제는 어떤 일자리인가 그거다. 한 기륭전자 노동자가 파업중에 그런말을 했다고 한다. "사람 대접 받는거 포기하면 여기 말고도 갈 곳은 많아요." 이XX 말처럼 눈높이를 낮추면 갈 곳은 많다. 서울신문에서 최근 내보내는 노숙인 리포트 기사를 보니 노숙인도 부지런 떨면 하루 3만원은 버는 세상이다.
“최소한의 노동자 노호장치인 최저임금제의 기준을 더 완화하는 쪽으로 최저임금법도 손질하려 해 노동계가 거세게 반발하고 있다.”고 한다. 민주노총은 6일 최저임금제와 비정규직법 개정에 반대하는 집회를 열고 농성 등을 벌여오다 노동부 방안 직후 총력 저지 방침을 분명히 했다. 한국노총도 9일 좌시하지 않겠다고 경고했다.
진보신당은 12월 10일 “노동부는 노인임금 착취부인가, 이영희 장관부터 최저임금 이하로 살아보시라”는 논평을 냈다. 진보신당은 노동부의 조치를 “노인임금 착취규정, 노인인권 말살규정”이라고 규정하면서 노인 부분을 집중 비판했다.
진보신당에 따르면 2009년도 최저임금은 시간급 4000원(8시간 기준 일급 3만 2000원)이다. 아파트 경비원 같은 격일제 24시간 근무자는 20%를 감액해 시간급 3200원을 받는다. 매달 200시간 이상 일해도 60만원에서 90여만원의 월급을 받아가는 사람들이 바로 최저임금 수령 노동자들이다. “노동부는 대체 이토록 얇은 월급봉투에서 얼마를 더 빼앗아 가야 속이 시원하겠는가.”
진보신당은 “노인임금 착취규정을 기안한 담당자와 책임자의 부모들은 어찌 살고 계신지 궁금할 따름이다.”면서 “노동부가 제시한 최저임금 이하 근로계약 성립대상이 되는 43년생, 65세인 이영희 노동부 장관 월급부터 최저임금 이하로 삭감하시라.”고 비판한다. “(이영희 당신부터 최저임금 이하로 한번 살아보시라. 그런 다음에 최저임금 개선 이야기를 꺼내도 늦지 않다.”
참여연대 노동사회위원회도 12월 10일 성명서를 냈다. 제목은 “경제위기 극복하고자 한다면 노동자 임금 깎을 생각말아야”이다. 참여연대는 “국제노동기구(ILO) 역시 지난 11월 26일 `글로벌 임금 보고서'를 통해 글로벌 경제침체에 대처하기 위해서는 각국의 정부가 최저임금제 도입 및 최저임금 인상 등의 조치를 통해 근로자들의 소비지출 능력을 보호해야 한다고 밝힌바 있다.”는 점을 지적한다.
참여연대는 “지금과 같이 경제위기 국면에서 최저임금제도는 실질임금을 높여 소비를 증진시키고, 침체된 내수를 증진시킬 수 있다는 측면에서 경제위기 대책으로써도 의미를 갖는다.”면서 “경제위기는 임금삭감과 일자리 감축에 의해 결코 극복될 수 없다. 정부는 서민들의 생계안정과 내수 진작을 위해 생활임금을 보장해야 할 것이다.”고 주장했다.
여기서 다시 학자들의 논의를 인용해본다. (예전에 경제, 예산 관련 책을 읽을 때 틈틈이 발췌 요약을 해놨는데 당시 정리해놓은 내용이 지금 아주 유용하게 쓴다.)
서던 메소디스트 대학교(Southern Methodist University, 미국 텍사스주 댈러스에 있다) 경제학 교수 래비 바트라는 2006년 국내에서 번역 출간된 <그린스펀 경제학의 위험한 유산>에 따르면 미국에서 최저임금은 지난 47년 동안 17번 올랐다. 주목할 건 최저임금이 인상된 다음해에 고용이 늘어난 경우는 14번이나 된다는 점이다. 최저임금이 인상된 후 1년 이내에 고용이 줄어든 해는 1974년, 1981년, 1990년 세 번인데 모두 그 해나 다음해에 유가가 급등했던 때였다(바트라, 2006; 282).
바트라는 2004년도 미국 최저임금은 5.15달러로 로버트 리치 노동부장관이 제안한 1997년 인상 이후 한번도 오르지 않았다는 점을 지적한다. 그러면서 1960년대 후반 최저임금은 현재 가치로 환산하면 8달러라는 걸 상기시킨다(바트라, 2006; 276).
한국은 어떤가. 한국의 노동시장 양극화는 이미 김대중 정부 시절부터 위험수위였다. 복지국가소사이어티가 펴낸 <복지국가혁명> 책에 따르면 2005년 말 민간부문 전산업 근로자 월 평균임금총액은 233.3만원이었다. 500인 이상 대기업 노동자 임금을 100으로 할 때 10~29인 규모 기업의 노동자 임금은 1985년 89.5에서 1995년 71.6, 2005년 58.8로 상대적으로 줄어들었다. (복지국가 소사이어티, 2007; 303)
<정규직과 비정규직 노동자 임금격차(평균 3개월)> (단위: 만원, %)
|
2001 |
2002 |
2003 |
2004 |
2005 |
평균 |
124.2 |
132.5 |
146.6 |
154.2 |
159.3 |
정규직 |
137.7 (100) |
145.6 (100) |
167.8 (100) |
177.1 (100) |
184.6 (100) |
비정규직 |
87.4 (63.5) |
97.7 (67.1) |
102.8 (61.3) |
115.2 (65.0) |
115.6 (62.6) |
출처: 통계청 경제활동인구부가조사. 각 년도.
“중위임금의 2/3 이하를 저임금 노동자로 정의할 때 한국의 저임금노동자 비중은 26.8%로 선진국 중에서 가장 높은 수준인 미국의 25%보다도 높은 수준이다. 저임금노동자 비율이 2001년 22.6%에서 2005년 26.8%로 급격히 증가했다(복지국가 소사이어티, 2007; 3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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