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년에 미국 국무부장관을 역임했던 헨리 키신저와 북한의 한 당국자가 만났다. 북한 당국자는 동북아정세에 대한 헨리 키신저의 구상과 전망에 동의를 구했다. 그리고는 이렇게 제안했다. “조선민주주의인민공화국과 미합중국이 동맹을 맺어 중국을 견제하면 어떻겠느냐.”
10월 7일 대학원 수업시간에 들은 미국 컬럼비아대학 교수 찰스 암스트롱의 강연은 아주 흥미진진했다. 수업이 끝날 때 그를 초청한 교수에게 뭔가 얘기했고 한참을 웃던 그 교수가 짐을 챙기는 학생들에게 방금 들은 얘길 해줬다. 암스트롱은 이렇게 결론내린다. “북한은 자국에 이득만 된다면 동맹도 바꿀 수 있다.”
북한과 중국이 얼마나 ‘끈끈한’ 관계인지는 한국전쟁에 중국이 참전한 것으로만 설명할 수는 없다. 항일무장투쟁에 참여할 당시 북한 지도부는 공식적으로는 중국공산당 당원이었고 중국공산당 지도부와 다양한 인맥을 갖고 있었다. 김일성이 주은래와 흉금을 터놓을 정도로 친한 사이였다는 건 유명한 일화다.
1958년 베이징 시내에서 왼쪽이 저우언라이(주은래), 오른쪽이 김일성. 사진출처: http://bf2.blog.kr1.yahoo.com/savinayoo
문화대혁명 당시 먹을 게 없는 조선족과 중국인들이 북한으로 건너가 먹을 것을 구하는 경우가 잦았고 북한 당국은 아무런 제지도 하지 않았다. 그게 고마워서 중국은 90년대 북한 사람들이 국경을 넘어 중국으로 식량 구하러 올 때 단속을 하지 않았다. (물론 나중에 대사관 담넘기와 인권정치가 기승을 부리면서 달리지긴 했지만.)
그런 ‘혈맹’ 사이도 바꿔야 한다면 바꾸겠다는게 북한이다. 한국 정부 당국자나 정치권은 그만한 ‘실용적 자세’를 갖고 있는가. 왜 우리는 “필요하다면 미국과 동맹관계를 버릴 수도 있다.”는 가정도 못하는걸까.
실용이란 이름으로 미국에 다 퍼주고, 실용이란 이름으로 미래지향적 한일관계 얘기하자마자 뒷통수 맞는다. 실용(實用)과 실용(失用)은 한끗 차이다.
<뱀다리(사족)>
글을 써놓고 보니 "이 김일성만도 못난 놈!"이라고 욕했다가 국가보안법상 고무찬양죄로 잡혀갔다는 일화가 떠올랐다. 작년까지는 농담으로 그랬지만 딴나라에 있느라 잃어버린 10년을 보낸 5년 계약직 대통령과 그 무리들이 살기를 내뿜는 시절이라 '걸면 걸린다.'는 국가보안법의 입법취지가 새삼 느껴진다.
여기서 퀴즈. 보안경찰은 내 글에 어떤 반응을 보일까.
1번. 고무찬양죄와 사이버모독죄로 잡아간다. --> 그럼 나도 "축구장에 물 채워라. 태환이 수영해야 한다."고 쓴 네티즌들을 사이버모독죄와 국보법 위반으로 고발할란다. 축구대표팀에 심대한 모욕감을 준데다가 대표팀 사기를 떨어뜨려 북한전 승리를 가로막아 무승부를 유도함으로써 북괴를 도왔다.
2번. 기자니까 모른척 넘어간다. --> 그럼 검찰과 경찰을 국가보안법상 '방조'죄로 고발하는 방안을 고민해야 겠다. 국가보안법 위반인 걸 알면서 고발하지 않으면 그것도 유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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