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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횡사해/동아시아

"북한이 100년전 대한제국 전철 밟을수도 있다"

by 자작나무숲 2008. 10. 9.

대학원 2학기 수업으로 수강하는 ‘글로벌동북아시대의 국가발전전략’은 관련 전문가들을 초청해 강연을 듣고 토론을 하는 방식으로 이뤄진다. 지난 10월 7일 강연한 미국 컬럼비아대 교수 겸 한국학연구소 소장 찰스 암스트롱은 네 번째 연사였다. 전문가들의 강연은 솔직히 대학원생들끼리만 듣고 말기엔 너무 아깝다. 강연요지를 중심으로 간단한 평을 곁들이는 글을 블로그에 올린다. 많은 관심을 바란다. <주인 白>


<진화하는 동북아 지역주의 속 북한의 위치>

미국 컬럼비아대 교수 찰스 암스트롱

날짜: 2008.10.7.


찰스 암스트롱이 강연하고 학생들과 질의응답한 내용 가운데 주목할 부분은 바로 ‘북한’이다. 사실 학생들의 질문도 거의 북한에 집중됐다. 찰스 암스트롱은 “북한 내부 사정을 누가 알겠느냐?”(Nobody knows.)라는 말을 하기도 했지만 자신의 생각을 소상히 밝혔다. 그리고 그 생각은 우리가 일반적으로 접하는 북한 분석과는 상당히 다른 맥락을 품고 있었다.


학생들은 북한이 앞으로 동북아 정세에서 어떤 위치를 차지할 것인가에 대해 찰스 암스트롱이 밝힌 전망에서 어느 정도 혼란을 느꼈을 법하다. 발표문에서 그는 북한 문제가 국가간 패권 경쟁의 대상이 된다면 100년전 동북아정세에서 조선처럼 될 수도 있고 그런 상황에서 한국이 할 수 있는 건 별로 없다고 밝혔다. 암스트롱이 한국에 던지는 메시지는 이렇게 이어진다. “북한이 (미,중,일,러 등 강대국의) 각축장이 되지 않도록 균형을 잡도록 하는 노력. 그게 한국이 고민해야 할 지점이다.”


다른 한편으로 암스트롱은 북한이 조만간 붕괴할 것이라는 주장을 일축했다. 그는 80년대 그렇게 자주 들렸던 김일성 사망설과 건강이상설, 90년대 귀에 못이 박히도록 들었던 북한 붕괴설을 상기시킨다. 암스트롱이 보기에 요즘 김정일 건강이상설과 붕괴설은  김일성이 사망했던 1994년에 비해 경제적으로 더 취약해졌고 확실한 계승자가 없다는 점을 주된 근거로 삼는다. 하지만 암스트롱은 “그렇게 보지 않는다.”면서 “생존 가능”에 무게를 뒀다.


그는 “북한 지배엘리트들은 유연하게 상황대처를 할 것이고 김정일이 죽더라도 어떤 형태로든 권력승계를 해낼 것”이라 본다. 다만 “김정일 가족과 조선노동당, 군부 3자가 주도하는 집단지도체제”에 무게를 뒀다. “지배엘리트들로서는 그것만이 살 길”이기 때문이다.


“유연한 위기탈출”의 다른 한편에서 암스트롱은 “요즘 더 비관적이 된 시나리오”를 꺼내든다. 암스트롱은 90년대 인기를 끌었던 ‘북한이 동독처럼 붕괴할 것’이라는 주장, ‘베트남이나 중국처럼 개혁개방으로 나갈 것’이라는 주장에 회의적이다. 그는 오히려 “시장을 일부 개방하지만 낙후되고 고립되고 부패한 독재국가인” 버마처럼 될 가능성을 높게 봤다. 그의 말마따나 “핵을 가진 미얀마”이다.


그렇다고 암스트롱이 붕괴 가능성이 전혀 없다고 보는 건 아니다. 암스트롱은 이렇게 보충한다.


“80~90년대 소련과 동유럽 사회주의권을 연구한 그 많은 학자 가운데 붕괴를 예측한 사람이 누가 있었나. 90년대에는 모두가 북한 붕괴를 예측했다. 지금은 나를 포함해 모두들 북한 존속을 얘기한다. 솔직히 그 예측이 맞을지는 자신 없다. 유연한 대응과 붕괴 가능성은 동시에 존재한다. 예측이 쉽지 않다.”


●중국이 군사개입할 가능성은 얼마나 될까


암스트롱은 북한에 긴급한 위기가 발생하는 등 상황변화가 있을때 중국이 군사개입할 가능성을 낮다고 본다. 이유는 명쾌하다. 북한은 그리 쉽게 붕괴하지 않고 유연하게 대처할 것이다. 설령 붕괴하더라도 중국은 쉽게 군대를 보낼 수 없다. 한국과 중국은 많은 부분에서 소통하고 있다. 중국은 한국만큼 북한에 특별한 관심을 갖는 국가가 세상 어디에도 없다는 걸 잘 알고 있다. 그리고 중국이 군사개입하면 미국이 가만히 두고 볼까? 오히려 한-중-미 사이에 어떻게든 협력하는 가능성을 높게 본다.


●중국은 초강대국 될 것인가


중국에 대한 또다른 질문은 떠오르는 경제력에 대한 것이다. 과연 중국은 21세기 초강대국으로서 미국을 제낄 것인가. 그렇게 되면 과거처럼 중화주의라는 이름으로 주변국에 엄청난 압력으로 작용할 것인가.


암스트롱이 중국인이 아니라 미국인이라는 것을 감안하고 그의 설명을 들어보자. 암스트롱은 중국이 과거처럼 중화주의를 추구할 거라 생각지 않는다. 국내 계급갈등과 인종갈등 등 해결해야 할 내부문제가 쌓여있는 것도 부담이다. 또 한국이 과거 조선과 명(明)나라 관계처럼 되기를 원하지도 않을거라 본다. 사실 그는 21세기 초강대국 중국이라는 전망에 회의적이다. “과대평가”돼 있다는 거다.


●북한 붕괴시 난민문제는 어찌할까


10여년 전 월간 <말> 기자였고 지금은 오마이뉴스 대표기자인 오연호가 이런 취지로 쓴 글을 읽은 기억이 난다. 엘빈 토플러에게 한국 경제에 대해 물어보는 짓 좀 그만둬라. 엘빈 토플러가 한국에 대해 뭘 얼마나 아나. 기자들이 질문하자 엘빈 토플러는 “나는 한국에 대해서는 잘 모르지만”이라고 운을 뗀 뒤 얘기한다. 그게 진실이다. 왜 우리는 한국을 잘 알지도 못하는 외국 사람 붙잡고 우리의 미래를 물어보는가.


하지만 엘빈 토플러에게 한국 미래를 물어보는 건 지금도 흔히 볼 수 있는 풍경이다. 아니나 다를까. 누군가 북한이 붕괴하면 대규모 난민이 생길텐데 한국은 어찌할까를 물었다. 그리고 암스트롱은 역시나 “그건 한국민이 결정할 문제지만…”이라는 말로 대답을 시작했다.


그는 몇 해 전 만난 독일 정부 관계자한테 들은 얘기로 대답을 갈음한다. “독일은 체제 상호인정이 있고 나서 통일을 할 수 있었다. 남북은 화해협력이 쉽지 않다. 상호인정, 평화협력 그 다음에 실질적인 통일 논의가 가능할 것이다.” 암스트롱의 사족. “하지만 북한의 미래가 얼마나 길지는 모르겠다.”


●“미국의 최우선 관심사는 통일이 아니라 남한 방위”


남북관계에서 미국은 언제나 중요한 얘기 주제다. 미군 장교 두 명이 북위 38도에 밑줄을 그을 때부터, 한국에 대해 거의 알지도 모르면서 적으로만 보는 미군들로 군정을 시작할 때부터, 여론의 지지를 받지 못하던 일부 ‘문명화된’ 먹물들과 일본 지배체제의 수족들을 자기 편으로 조직할 때부터 미국은 한반도와 질기고 질긴 인연 혹은 악연으로 이어졌다. 북한 얘기 하는데 미국의 역할 혹은 미국의 의도를 묻는 질문이 안 나오면 그게 이상한 노릇이다. (내가 질문하려던 건데 선수를 뺏겼다.)


암스트롱은 꽤 재미있고 생각할 게 많은 얘기를 해줬다. 6자회담에 참여하는 미국 정부 관계자한테 미국의 우선순우가 무엇인가 물어보니 그 관계자 왈 “남한의 방위”라고 했단다. 물론 미국은 공식적으로는 남북한 통일을 지지한다.


언뜻 ‘남한의 방위’와 ‘통일 지지’는 서로 모순돼 보인다. 하지만 한가지 가능성을 생각하면 모순이 아니라 잘 연결된다. 바로 흡수통일이다. 그거 말고 뭐가 있겠나.


“미국 정부는 흡수통일 말고는 별다른 생각 없다고 본다. 과연 이런 생각으로 계속 갈 것인가. 리트머스 시험지는 북미수교다. 만약 미국이 북한과 수교를 하면 두 개의 코리아를 놓고 판단해야 한다.”


●통일되면 뭐가 좋을까?


북한을 오랫동안 연구한 역사학자로서 남북한 통일이 한국인들에게 어떤 의미를 갖고 있는지도 암스트롱의 관심사 가운데 하나다. 20대로 보이는 어떤 학생이 물었다. “한민족이라는 거 말고 통일이 되면 우리에게 좋은 점이 뭐라고 보나.”


암스트롱은 아주 깔끔한 마무리를 보여줬다. 먼저 직접적인 경제적 이득은 별로 없을거라고 운을 뗀다. 중요한 건 정서적인(emotional) 부분이다. 80년대 말 그가 독일을 여행했을 때 서독 사람들은 동독 사람들을 “언어만 같은 다른 사람들(people)”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통일은 이뤄졌고 그들은 “언어도 같은, 같은 사람들”이 됐다.


정치군사적인 면도 중요하다. 암스트롱은 “통일은 One Korea에게 강력한 정치 군사적 영향력을 줄 것”이라고 전망한다. 물론 장기적 이득을 얻기까지 단계를 밟도록 관리하는게 중요하다. 그게 지난 10년간 정책결정자들이 고민했던 내용이었다.


일부에선 통일 이후 영세중립국을 선언해야 한다고 본다. 암스트롱은 회의적이다. 비현실적이라는 이유 때문이다. 그는 “미국은 통일한국이 중립국 되는 걸 원치 않을 것이다.” 그는 오히려 “주변 모든 국가와 긴밀한 연계를 맺으면서 자기 독립성을 유지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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