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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진국은 공영방송,국책연구기관 사장 어떻게 임명할까

종횡사해

by betulo 2008. 8. 15. 10: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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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진국의 공영방송 인사시스템은 어떨까. 정연주 체포 소식을 듣고 나서 외국 공영방송은 어떻게 하는지, 그리고 내친김에 외국 정부출연연구기관은 어떻게 하는지 궁금해졌다. 자료를 찾고 전문가들에게 물어봤다.


KBS와 유사한 공영방송 시스템이 있는 독일, 영국, 일본 사례를 보면 사장선출 과정에서 정치권력 직접 참여를 배제하고 다원주의적 참여 시스템이 제도화돼 있다는 공통점이 있다. 


지역대표나 다양한 이익집단 대표로 구성된 독립적 규제감독기구에서 직접 선임함으로써 독립적·다원적·참여적 통제 시스템을 갖춘 것이다. 한국이 본딴 독일의 정부출연연구기관 인사시스템도 독립성 보장을 통해 연구성과를 높이고 있다.


선문대 신문방송학과 교수 김진웅이 한겨레21에 기고한 글에 따르면 독일 공영방송 사장 선임권은 방송사 단위의 독립적 감독기관인 방송위원회가 갖는다. 방송위는 정당대표, 사회단체, 종교단체 등 다양한 이해집단의 대표로 구성되며 사장 선임은 위원들 가운데 3/5 이상이 찬성해야 가능하기 때문에 정부가 영향력을 행사하기 어렵다.


영국의 공영방송 BBC는 추밀원령(Order in Council)에 따라 임명되는 10명으로 구성된 ‘BBC 트러스트’에서 사장을 선출한다. 이 중 4명은 잉글랜드, 스코틀랜드, 웨일스, 북아일랜드를 대표하는 위원이며 이들은 해당 지역 시청자위원회 위원장을 겸임한다. 



일본 공영방송 NHK도 정부나 총리의 관여 없이 경영위원회에서 사장을 선출한다. 12명으로 구성되는 경영위원회는 교육·문화·과학·산업 등 각 분야 전문가로 구성하되 8명은 전국 각 지역별 대표로 선발한다. 경영위원은 의회의 동의를 얻어 총리가 임명한다.


미국의 지상파 방송사는 민영방송사 위주이며 유일한 공영방송사로 PBS가 있다. 하지만 미국 시스템은 한국과 상당히 다르기 때문에 직접 비교하기는 어렵다. SK경영경제연구소 수석연구원 조영신이 기자에게 설명한 내용을 요약하면 이렇다. PBS는 직접 제작을 하지 않고 프로그램을 구입해 349개 회원사에 전송하는 시스템이다. 운영도 공적기금이 아니라 광고와 회원사 회비 등으로 운영된다.


PBS 사장은 국가가 아니라 회원사 중에서 가장 영향력이 큰 회원사 사장이 교대로 하는 구조다. 회원사 여부도 지역 방송국들이 선택적으로 가맹여부를 결정한다. 한국과 기본틀 자체가 다르다는 것.


프랑스, 이탈리아 방송장악 저항 거세

프랑스와 이탈리아에서는 정권이 공영방송을 통제하려는 시도를 둘러싸고 갈등이 벌어지는 경우다.


시사IN에 실린 관련 기사에 따르면, 프랑스 대통령 사르코지는 지난 6월 언론법을 개정해 대통령이 프랑스 텔레비지옹의 사장을 직접 임명한 뒤 방송위원회와 의회의 추인을 받는 것으로 바꾸는 계획을 추진중이다. 현재 프랑스 공영방송인 텔레비지옹의 사장은 방송위원회에서 임명하도록 되어 있다. 


공영방송 프랑스 텔레비지옹은 프랑스 2, 프랑스 3, 프랑스 4, 프랑스 5번 채널과 해외 프랑스령에서 방영하는 ‘프랑스 O’ 채널을 운영 중이다. 지난 7월 6일 ‘르 파리지앙’이 발표한 여론조사에 따르면, 프랑스 시민 71%가 대통령의 프랑스 텔레비지옹 사장 임명에 반대한다고 답했다.


이탈리아에서는 지난 4월13일 이탈리아 총선에서 우파연합이 승리해 2001년부터 2006년까지 총리를 역임했던 베를루스코니가 정계에 복귀하면서 공영방송을 둘러싼 갈등이 높아지고 있다. 이탈리아 방송 시장은 베를루스코니가 소유한 미디어셋 채널과 공영방송 라이 채널이 양분한다. 


전통적으로 이탈리아 공영방송 관리는 의회가 의석 수만큼 나눠 맡는 방식이었다. 대체로 라이1 채널은 기독교민주당, 라이2는 사회당, 라이3은 공산당이 관리한다고 알려졌지만 실제 정치 집단이 보도 내용에 관여하거나 압력을 넣는 것은 아니었다.


베를루스코니는 집권하자마자 라이 이사 5명 중 3명을 자신의 측근으로 채운 뒤 2003년 이사회 운영에 자기가 직접 개입할 수 있도록 보장하는 법안을 만들어 통과시켰다. 저항하는 기자들이 쫓겨났다.


베를루스코니가 라이를 장악하는 것은 쉽지 않았다. 5년 동안 라이 회장이 여섯 번이나 바뀌었고 그 중에는 임명은 됐지만, 회장실에 들어가지도 못하고 일주일 만에 물러난 사람도 있었다. 결국 2005년 좌파 성향의 언론인인 페트루치올리가 회장이 됐다. 수만명이 시위를 벌일 정도로 국민의 저항도 심했다.


“독일에서 낙하산? 상상할 수도 없다”

지식경제부 산하 산업기술연구회(13개 연구원), 교육과학기술부 산하 기초기술연구회(13개), 국무조정실 산하 경제인문사회연구회(23개) 등 49개 정부출연 연구기관으로 이뤄진 한국의 시스템은 독일 시스템을 본딴 것이다. 하지만 원장 채용 시스템은 상당히 다르다.


독일 공공연구기관을 연구한 건국대 기술경영대학원 교수 정선양은 “한국이 법적으로 기관장 임기를 3년으로 한 것과 달리 독일은 종신직으로 20년 이상 근무한다.”면서 “인선위원회에서 후임 기관장을 정하는데만 3년이 걸릴 정도로 엄격한 검증을 거친다.”고 설명했다. 그는 “독일에선 외부채용이나 행정직 채용, 낙하산은 상상할 수도 없다.”면서 “자타가 공인하는 연구자가 기관장이 되고 종신직이다 보니 장기전략을 세우고 집행하는데 장점이 있다.”고 밝혔다.


막스플랑크재단(기초기술연구회)과 프라운호퍼재단(응용기술연구회)가 독일의 공공연구기관을 통괄하며 연구회 이사장은 평의회에서 선발하고 각 연구기관이 참여하는 총회에서 인준한다.


정선양은 “평의회는 정부관계자, 역대 이사장들로 이뤄진 당연직 14명과 각 연구기관 관계자 20명과 산업계 9명, 시민단체 등 7명으로 이뤄진 선출직 32명으로 구성된다.”면서 “20여년 이상 근무한 연구기관장 가운데 가장 높은 평가를 받은 사람이 이사장이 된다.”고 말했다. 



이사장은 5년 임기이며 연임이 가능하다. 정선양은 “정부가 공공연구기관에 관여하는 것은 일절 금지하는 것이 불문율”이라면서 “해당 분야 최고 전문가들이 연구기관 수장이 되기 때문에 자연스레 권위와 독립성이 보장되는 구조”라고 덧붙였다.


 <참고문헌>
김진웅, 「모든 권력은 시청자로부터 나온다」, 한겨레21, 2008.06.23.
시사
IN 41호, 이탈리아 과거는 한국의 미래?, 2008.06.21.
시사IN 44호, 베를루스코니와 이명박 이어 사르코지 당신마저…, 2008. 07.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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