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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횡사해/한반도-동아시아180

강릉과 평양에서 울려퍼진 '애국가' 강원도 강릉으로 가는 길은 말 그대로 공사판이었다. 고속버스를 타고 한숨 푹 자고 나서 바깥을 살펴보니 말만 고속도로일 뿐 차량이 움직이는 속도는 출근길 서울 시내같다. 왜 그럴까. 차창 밖으로 산줄기를 반 토막 내고 뚫은 자리에 도로를 넓히고 만드는 모습이 쭉 이어진다. 버스를 타기 전 인터넷으로 검색해 보니 서울에서 강릉은 대략 160㎞ 떨어져 있었다. 그 정도 거리에 2시간 30분 걸리면 충분한 것 아닌가. 도대체 얼마나 더 빨리 가야 하는 건지 솔직히 이해하기 힘들다. 더 빨리 강원도에 갈 수 있으면 더 빨리 서울로 돌아올 수 있으니 강원도 관광산업에 마이너스인 건 분명해 보인다. KTX 출범으로 당일 치기 서울~부산 출장이 가능해진 것처럼 말이다. 1976년 몬트리올올림픽 당시 장 드라포 시장은.. 2017. 5. 7.
리우데자네이루에서 느끼는 남북 화해를 위한 ‘비법’ 2000년 시드니 올림픽처럼 남북한 공동입장같은 감동은 없었다. 어색한 침묵과 경계심이 흘렀다. 하지만 그 와중에도 땀을 통해 하나되는 우애와 화합은 있었다. 국가간 관계에서 정치군사적 긴장이란 대단히 중요한 문제이지만 사람과 사람이 만날때는 진심과 눈빛이 더 중요하다는 걸 보여준 올림픽이었다. 그리고 무엇보다, 김(金)씨가 가장 많이 출전한 올림픽이었다. 전세계 206개국 1만 500여명이나 되는 선수 가운데 김씨는 남측에서 45명, 북측에서 13명으로 58명이나 됐다. 리우데자네이루 올림픽을 통해 남북한 현주소와 평화를 위한 단초를 찾아본다. 8월 6일(이하 한국시간) 리우데자네이루에서 올림픽 개막식이 열렸다. 선수 204명, 임원 129명 등 모두 333명이나 되는 한국 선수단은 207개국 중 52.. 2016. 9. 7.
북한 50번도 넘게 방문한 평화학자가 말하는 남북관계 북미관계 1990년부터 해마다 거르지 않고 평양을 방문하는 노학자가 있다. 박한식(76) 조지아대학교 명예교수는 국내는 물론 미국에서도 손꼽히는 북한 전문가다. 12월12일부터 열흘간 미국 애틀란타에 출장을 가게 되면서 박한식 교수를 꼭 만나보고 싶다는 생각을 했다. 이메일을 보내고 전화를 하고 어렵게 어렵게 연락이 닿았다. 조지아대학교는 숙소에서도 차로 1시간30분이 걸리는 곳에 있다. 힘들게 성사시켰고 먼 길을 찾아갔지만 고생한 보람은 있었다. 인터뷰가 이렇게 즐거웠던 건 근래 없던 일이다. 박 교수는 멀리서 찾아온 기자를 위해 시간을 충분히 할애해줬고, 덕분에 세시간 가까이 인터뷰를 할 수 있었다(나중에 알고 보니 박 교수와 그렇게 긴 시간 동안 그렇게 많은 얘기를 나눈 사례가 흔치 않다고 한다.) 그는 경.. 2016. 1. 3.
NLL 괴담, '꼿꼿장수'와 '민족정론'의 이중생활 블로그에 쓴 글(여기)을 바탕으로 슬로우뉴스에 글을 하나 올렸다. 그 글을 여기에 다시 옮겨 놓는다. 사람들은 너무나 자주 자신이 믿는 생각을 위해 기억조차 ‘재구성’한다. 심지어 자신이 목격한 것이라 해도 보는 사람마다 천차만별인 것을 보면 사람의 기억이란 액면 그대로 믿을 게 못 된다는 걸 느끼게 된다 단재 신채호가 쓴 ‘조선상고사’ 서문에 보면 이런 얘기가 나온다. 영국에 한 역사학자가 있었는데 어쩌다가 런던탑에 갇히는 신세가 됐다. 어느 날 밤 런던탑 아래서 두 사람이 한참을 옥신각신 싸우는 소리가 들렸다. 직업의식이 발동한 이 역사학자는 이들이 왜 싸우는지 어떻게 싸우는지 상세히 기록했다. 그런데 다음날이 돼 사람들이 그 싸움에 관해 얘기하는 걸 들어보니 자신이 기록한 내용과 전혀 달랐다고 한다.. 2012. 10. 29.
조선일보, "NLL 침범은 정전협정 위반 아니다" “논란이 된 해상의 북방한계선(NLL)은 지상의 군사분계선(MDL)과 개념상으로나 법적으로나 의미가 다르다. … 바다의 경우는 남-북간에 의견이 엇갈려 지금까지 정해진 경계선이 없다.서로간의 수역을 침범했을 경우 정전협정 위반사항이나 국제법상으로 제소할 수 있는 입장은 아니다. 무력충돌을 우려해 양측이 「힘의균형」을 통해 자제하고 있을 뿐이다.” 가히 국가보안법 위반으로 수사를 받을 만한 ‘망언’ 아닌가? 누가 감히 조국의 ‘영해’를 무시하는 발언을 한단 말인가. ‘범인’은 조선일보다. 농담 아니다. 분명 조선일보 기사에 나오는 말이다. 1996년 7월17일자 기사다. 제목도 놀랍다. 다. 조선일보는 북방한계선의 기원에 대해서도 ‘임의로 설정’했다고 썼다. “서해상의 북방한계선은 휴전 한달이 지난 195.. 2012. 10. 15.
중국-홍콩 '한 나라 두 체제' 15년 렁춘잉(梁振英) 새 홍콩 행정장관이 7월1일 후진타오(胡錦濤) 중국 국가주석에게 취임 선서를 하고 임기를 공식 시작했다. 이날 홍콩에서는 40만명이나 참가하는 대규모 거리 행진이 벌어졌다. 1997년 주권반환 기념일인 7월1일은 해마다 거리행진이 벌어지지만 이날 행진은 2004년 이래 최대 규모였다. 렁 장관에 대한 반감이 시위에 큰 영향을 미쳤다. 렁춘잉은 취임 직전 자택에 정부의 승인을 받지 않은 불법 구조물이 있다는 사실이 드러나면서 욕을 바가지로 먹었다. 올해 초 행정장관 선거 운동 때 유력 후보였던 헨리 탕의 집에 불법 구조물이 있다는 점이 드러나 곤욕을 치렀고 당시 렁 후보는 자기 집에는 불법 구조물이 없다고 밝혔다. 취임 다음날인 2일에는 홍콩 기자협회가 홍콩 기자 663명을 대상으로 설문조.. 2012. 7. 4.
보시라이와 함께 사라져버린 '충칭식 경제발전' 오는 10월 중국 베이징에선 제18차 중국공산당 전국대표자대회(당대회)가 열린다. 이 회의에선 총서기 겸 국가주석을 선출한다. 그리고 총서기와 함께 중국 공산당을 이끌 정치국 상무위원 9명을 선출한다. 쉽게 말해 향후 10년간 중국을 이끌 최고권력자들이 공식적으로 모습을 드러낸다. 이런 와중에 유력한 상무위원 후보였던 보시라이 전 충칭시 당서기가 정치국 상무위원 후보에서 사실상 탈락했다. 중국 국가지도자들을 결정하는 것은 선거가 아니다. 공청단, 태자당, 상하이방 등 주요 파벌들 사이에 서로 총성없는 권력투쟁이 쉬지 않고 일어나고 있다. 혁명 원로인 보이보 전 부총리의 차남이자 태자당 선두주자가인 보시라이(薄熙來)가 불과 몇 개월 사이에 권력 중심부에서 사실상 퇴출돼 버린 사건은 그동안 베일에 가려 있던.. 2012. 5. 21.
속빈 강정 들통난 한미 대북 정보력 김정일 북한 국방위원장의 사망은 한국과 미국 정보당국의 총체적 실패를 세상에 드러냈다고 미국 일간 뉴욕타임스가 19일(현지시간) 보도했다. 뉴욕타임스는 한국과 미국 정부 모두 북한이 공식발표를 하기 전까지 김 위원장 사망 사실을 짐작조차 못했다면서, 발표가 있고 나서야 양국 당국자들은 전화통을 붙잡고 서로 진행상황을 물어보기 바빴다고 꼬집었다. 이번에 다시 한번 드러난 북한의 철저한 폐쇄성은 향후 미국과 그 동맹국들이 북한의 권력교체에 어떻게 대응할지 판단하는 데도 어려움을 줄 것이라고 이 신문은 예상했다. 미국은 정찰기와 위성을 통해 북한 전역을 살피는 활동을 한다. 또 군사분계선을 따라 고성능 안테나를 통해 전자신호를 잡아낸다. 한국 국가정보원은 해마다 수천명에 이르는 탈북자들을 인터뷰한다. 하지만 .. 2011. 12. 20.
김정일 사망, 정부는 즉각 조문단을 파견해야 한다 본론에 앞서 결론을 미리 말한다. 정부는 즉각 김정일(조선민주주의인민공화국 조선노동당 국방위원장) 사망에 애도를 표하고 조문단을 파견해야 한다. 북한에서 공식 조문단을 받지 않겠다고 했으니까 개인자격으로 보내도 무방하다. 김정일과 정상회담 당시 만난 적이 있던 이희호, 권양숙, 현대아산 회장인 현정은 정도면 꽤 괜찮은 진용이지 않을까 싶다. 그것만으로도 남북관계를 전화위복할 수 있는 좋은 기회가 될 것이다. 박근혜와 박지원(혹은 정동영) 같은 여야 정치인들도 포함시키면 더 좋다. 거기다 통일 관련 사업을 하던 민간단체 인사들을 포함시키면 금상첨화다. 2009년 김대중 사망시 북한에서 특별조문단을 파견했다는 선례를 기억할 필요가 있다. 이명박 정부 출범 이후 4년간 제대로 된 남북대화 한 번 없었다. 이번.. 2011. 12. 2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