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직접 잠수해 ‘바닷속 문화재’ 찾아내…수중발굴 경험 연구인력 전국 9명뿐

취재뒷얘기/공무원들 이야기

by betulo 2022. 1. 11. 07: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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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낚시꾼들이 팽팽하게 걸린 손맛에서 희열을 느끼듯 양순석 문화재청 국립해양문화재연구소 학예연구관은 뿌연 바닷속에서 손끝에 전해지는 유물을 찾아내는 손맛을 찾아 바닷속을 뒤진다. 그의 손을 거쳐 바닷속에서 잠자고 있던 조선 중기 개인용 화기였던 소소승자총통(小小勝字銃筒)과 고려청자를 비롯한 유물 수만점이 세상에 모습을 드러냈다. 3일 인사혁신처 도움을 받아 20년째 수중문화재 발굴 한 길을 걷는 공무원을 만나봤다. 
 
 -국립해양문화재연구소는 어떤 일을 하는 곳인가.  
 “국내에서 유일한 수중문화재 발굴 기관이다. 전남 목포시는 사실 연구소를 두기에 최적지라고 할 수 있다. 부산이나 전남 여수시 등에서 출발해 고려시대 개경이나 조선시대 한양으로 가는 배는 모두 목포 앞바다를 지나야 한다. 중국을 오가는 무역선도 목포 주변을 많이 지났다. 1975년 전남 신안군에서 이른바 ‘신안선’을 발견한게 우리나라 수중발굴 첫 사례였다. 당시는 문화재관리국 시절이라 문화재는 모두 국립중앙박물관으로 가고 선체와 목재 보존을 위해 만든 목포보존처리장이 국립해양문화재연구소의 뿌리가 됐다. 신안선 보존처리가 1990년대 완료되면서 해양유물전시관으로 정식으로 새 출발한게 1994년이었다. 전시관 소속 학예연구실로 있다가 기관확대 겸 연구 기능 확대하면서 2009년에 국립해양문화재연구소로 새롭게 문을 열었다. 수중발굴과도 그때 생겼다.” 


 -수중문화재발굴은 언제부터 하고 있나. 
 “목포대 환경공학과에서 보존과학을 전공했다. 석사를 마치고 우연한 계기로 1994년에 국립해양유물전시관 학예연구실 연구원으로 입사했다. 그 뒤에 잠수도 배우고 물리탐사장비를 맡게 됐다. 수중발굴에 참여한 건 2002년부터였다. 고고학이나 역사학 관련 공부는 일하면서 독학으로 했다고 할 수 있다. 우리 업무는 기본적으로 발굴부터 보고서 작성까지다.” 


 -바닷속에서 유물을 찾아내는건 어려운 점이 적지 않을 것 같다. 
 “수중문화재 발굴은 장비부터 시작해 성격 자체가 육상과는 완전히 다르다. 수중에선 해양물리탐사장비를 사용해 해저지형을 본다거나 해저지층을 단면으로 자르면서 탐사를 실시한다. 그 다음에 수중문화재를 육안으로 확인해야 한다. 아무리 좋은 장비가 있더라도 문화재인지 아닌지 확인하려면 수중잠수해서 육안으로 확인해야 한다. 연구소 직원들은 모두 잠수사 자격증이 있다.”


 -유물이 한꺼번에 쏟아지면 기분이 남다를 것 같다. 
 2007~2008년 충남 태안에서 도자기 운반선 발굴할때는 쭈꾸미가 건져올린 도자기가 있다는 신고가 들어왔다. 5월에 갔는데 도자기가 많이 흩어져 있었다. 긴급발굴 해야 한다고 보고를 했다. 바로 발굴허가 받아 한달가량 발굴을 했다. 말 그대로 물 반 고기 반이었다. 고려청자 2만 5000점에 묻혀있던 선박까지 발굴했다. 제주 신창리 앞바다에선 13세기 남송 도자기 운반선 유물을 조사했는데 도자기 2000여점을 찾아냈다. 특히 납으로 봉한 함 안에 들어있는 나무 인장, 그리고 인장에 묻은 인주까지 확인할 수 있었던 건 특히 보람있었다.” 


 -언젠가 거북선 유물이 나오지 않을까 기대하는 사람이 많다. 
 “현재 진도 울돌목에서 남쪽으로 4~5㎞ 떨어진 곳에 있는 벽파진에서 발굴작업을 하고 있는데 현재 목표에 비해 20%도 채 발굴을 못했다. 삼국시대부터 조선시대까지 유물이 골고루 나오고 있다. 아직까진 판옥선이나 거북선 유물은 나오지 않았지만 언젠가는 발굴할 수 있지 않을까 내심 기대를 많이 하고 있다.” 

양순석 국립해양문화재연구소 학예연구관이 충남 태안군 해역에서 고려시대 선박에 실려 있던 문화재를 발굴하는 작업을 하고 있다. 국립해양문화재연구소 제공


 -가장 기억에 남는 유물은 어떤 것인가. 
 “지금도 2012년에 소소승자총통 3점을 최초로 발견했을 때 느꼈던 희열을 잊을 수 없다. 바닷속에선 앞이 거의 안보이는데 제토를 하다가 손에 막대같은게 잡혔다. 쇠 종류인 것 같다는 느낌만 있었다. 물 위로 갖고 올라와서 보니 총통 종류였다. 총통에는 임진왜란이 발발하기 4년전인 1588년에 전라좌수영에서 제작했다는 명문도 나왔다.”


 -출장이 엄청나게 많을 것 같다. 
 “발굴 뿐 아니라 신고가 들어오는 현장을 조사하는 것도 빼놓을 수 없다. 1년에 200일 넘게 출장을 한 적도 있다. 과거엔 출장비는 적고 일은 해야 하니까 아예 현지파견근무 형식으로 근무하곤 했다. 출장수요에 출장예산을 맞추는게 아니라 출장비 예산에 출장수요를 맞추는 식이었다. 지금은 출장비 예산이 늘어서 다행이다. 나는 행정업무도 해야 하니까 출장은 줄었지만 그래도 1년에 두세달 이상은 출장이라고 보면 된다. 다른 직원들은 작년에도 발굴현장에서 150일 가량 출장을 했다.” 


 -앞으로 과제가 있다면. 
 “태안 해역과 울돌목 등은 발굴해야 할 수중문화재가 얼마나 많이 갯벌에 묻혀 있을지 짐작조차 안된다. 현재까지 발굴한 난파선이 14척인데 거북선이나 판옥선이 나올 가능성도 분명히 있다. 할 일이 엄청나게 많은데 일할 사람이 부족한게 아쉽다. 연구인력 충원과 교육프로그램 확보가 특히 시급하다. 우리나라에 수중발굴 경험과 능력 있는 연구인력이 나를 포함해서 연구사 6명, 전문임기직 3명. 전국에 9명밖에 없다. 그나마 수중문화재 발굴 노하우를 체계적으로 가르칠 교육 프로그램이 전무하다보니 직원들이 새로 들어오면 선배들이 하나씩 가르치는 식이다. 10명도 안되는 인력으로 1년에 9건 가량 신고 들어오는 걸 조사하고 정기적인 발굴도 하고 있다.”


 -그런 와중에 연구보고서에 논문까지 쓰려면 부담이 클 듯 한데.
 “책임운영기관이다 보니 학예연구관들은 의무적으로 2년에 한 편은 논문을 써야 한다. 현장에서 작업하다보면 연구논문 쓸 시간이 부족하다. 잠수 자체도 힘든데 유물 발굴해서 분류하고 정리하는 것까지 하면 자정을 넘기기 일쑤다. 유물발굴과 정리, 보고서 작성으로 1년이 다 간다. 민간 잠수사 하루 인건비가 최소 30만원은 되는데 우리는 위험수당으로 한달에 5만원 받는게 고작이다. 우스갯소리로 공무원 퇴직하고 민간잠수사로 아르바이트하는게 급여가 몇 배는 더 될 것이라는 말을 하곤 한다. 보람과 자부심으로 일하긴 하지만 솔직히 처우개선이 시급하다.” 

국립해양문화재연구소가 전남 진도군 울돌목 인근 해역에서 발굴한 문화재들. 사진은 1588년 전라좌수영에서 제작한 조선 중기 개인화기인 소소승자총통. 국립해양문화재연구소 제공
국립해양문화재연구소가 전남 진도군 울돌목 인근 해역에서 발굴한 문화재들. 사진은 고려시대 만든 청자. 국립해양문화재연구소 제공

문화재청 공무원 되려면

 문화재청은 문화재 지정과 관리, 경복궁·창덕궁 등 궁능 및 주요 유적지 관리, 우리 문화재 세계화와 남북 문화재 교류, 문화재 조사 및 전문인력 양성 업무 등을 담당한다. 문화재청은 대전에 있는 본청 외에도 전국 각지에 소속기관이 있다. 국립문화재연구소(대전, 부여, 완주, 충주, 나주, 강화, 경주, 창원), 충남 부여군 한국전통문화대학교, 전북 전주시 국립무형유산원, 서울 국립고궁박물관, 전남 목포시 국립해양문화재연구소가 대표적이다. 
 문화재청 공무원은 정책·인사·예산 등을 주로 담당하는 일반행정직, 건축·임업·전산 등 전문분야 업무를 하는 기술직, 문화재 관련 분야 조사와 연구를 하는 학예연구직 공무원이 있다. 2020년에는 행정직 8명, 임업직 3명, 시설직 2명 등 13명을 채용했다. 2021년에는 행정직 8명, 임업직 4명, 시설직 3명, 공업직 1명 등 16명을 채용했다. 
 학예연구직은 인사혁신처에서 주관하는 국가공무원 공개경쟁채용과는 달리 주로 결원이 발생했을때 경력경쟁채용을 통해 선발한다. 학예연구직은 채용 분야와 인원도 해마다 바뀌고 채용 일정도 유동적이다보니 문화재청이나 나라일터 누리집을 통해 채용공고를 확인해야 한다. 2020년에는 미술사 1명, 고고학 1명, 전통건축 1명, 역사학 1명 등 4명을 채용했다. 2021년에는 고고학 5명, 조경학 1명, 전통건축에서 1명 등 7명을 뽑았다. 
 학예연구직에 응시하려면 채용예정분야에서 석사 이상 학력 혹은 임용예정 분야에서 3년 이상 근무해야 한다. 채용 절차는 필기시험(한국문화사·문화사·전공과목), 서류전형, 면접심사 순으로 진행된다. 


2022-01-05 22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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