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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재뒷얘기

확진자 증가와 위중증환자 감소, 방역 딜레마

by 자작나무숲 2021. 4. 18.

코로나19 확진자가 증가하면 뒤이어 위중증 환자와 사망자가 늘어나던 공식이 깨지고 있다. 확진자는 지난달과 비교해 200명 가량 늘었는데 위중증 환자는 오히려 20여명이 줄었다. 요양병원·요양시설 등에 대한 관리체계가 강화된데다 백신 접종으로 고위험군인 고령층 확진자가 감소한데 따른 것이다. 하지만 최근 추세는 바꿔 말하면 무증상·경증 확진자가 늘어난다는 의미가 되기 때문에 방역당국으로선 좀 더 어려운 과제에 직면하게 됐다. 


중앙방역대책본부에 따르면 4월 18일 0시 기준 코로나19 신규 확진자는 672명이었다. 한 달 전인 3월 18일에 445명이었던 것과 비교하면 227명이나 증가했다. 하지만 위중증 환자는 126명에서 102명으로 오히려 24명이 줄었다. 지난해 12월 25일 신규 확진자가 1240명으로 최고점을 기록하고 뒤이어 1월 6일 위중증 환자가 411명으로 치솟은 것과는 사뭇 다른 양상이다. 위중증 환자가 줄면서 자연스럽게 사망 발생도 줄어들고 있다. 


정부 관계자들에 따르면 최근 방역당국이 여러 우려에도 불구하고 사회적 거리두기 단계를 상향조정하지 않고 현 단계를 유지하기로 한 것 역시 위중증 환자 추이가 결정적인 영향을 미쳤다. 위중증 환자가 줄면서 3차 대유행 당시 큰 문제가 됐던 병상수급에서도 숨통이 트인 것도 한몫했다. 문재인 대통령 역시 지난 12일 “사망자와 위중증 환자 비율이 현저하게 줄고 있다”면서 “작년 말 3차 유행 때와는 뚜렷하게 차이가 나는 긍정적 양상”이라고 평가한 것 역시 이런 맥락을 고려한 것이다. 


위중증 환자 발생이 감소한데는 고위험군 관리체계와 백신접종이 직접적인 영향을 미쳤다. 경기도 코로나19 긴급대책단의 공동단장을 맡고 있는 임승관 경기도의료원 안성병원장은 전화인터뷰에서 “요양병원과 요양시설에 있는 고령층과 종사자를 대상으로 한 정기 진단검사 등을 통해 감염취약시설에서 발생하는 감염이 줄어들었다”면서 “고령층 확진자가 줄면서 위중증 환자 발생도 함께 줄었다”도 지적했다. 김창보 서울공공보건의료재단 이사장은 여기에 더해 “아무래도 위중증 환자는 고령층에서 많은데 이들에게 백신 접종을 최우선으로 하면서 그 효과가 조금씩 나타나고 있다”고 지적했다. 


지난 9일 코로나19 예방접종추진단에 따르면국내 전체 확진자 중에서 요양병원·요양시설 관련 확진자 비율은 2월 1일부터 예방접종 시행 전까지 9.7%였지만 접종 시작 한 달 뒤인 3월 27일부터 4월 4일까지 일주일간은 2.0%에 그쳤다. 접종 뒤 확진자 비율을 주간 단위로 살펴보면 5.6%(2월 27일∼3월 5일)→4.0%(3월 6∼12일)→2.2%(3월 13∼19일)→2.7%(3월 20∼26일)→2.0%(3월 27일∼4월 4일)의 흐름을 보였다. 


이날 브리핑에서 배경택 추진단 상황총괄반장은 “요양병원·요양시설 확진자가 많이 줄어든 것은 기본적으로 종사자들이 방역 지침을 잘 준수해준 덕분이며 어떤 요인 하나만의 결과는 아닐 것”이라면서 “백신 접종과 빠른 선제검사 등도 굉장히 많이 영향을 미친 것 같다”고 분석했다. 


위중증 환자가 줄어들면 사망자도 줄어든다. 그리고 이는 감염병 대응의 최우선 목표에 부합하는 긍정적인 향상이다. 그렇다면 우리는 중요한 질문과 맞딱뜨린다. 현재 사회적거리두기는 위중증환자나 사망자가 아니라 확진자 규모를 기준으로 한다. 현재 확진자 추이는 무증상이나 경증 환자 비중이 늘고 있다. 그렇다면 다중이용시설 전반에 걸친 영업제한이나 영업금지를 재검토할 때가 된 것 아닌가. 

이건 논쟁적인 주제다. 왜냐하면 적절한 손실보상이 없는 상태에서 장기간 영업제한이나 영업금지를 시행하고 있기 때문이다. 손실보상이 없으니 거리두기 단계 올리기도 힘들고, 확진자 추이에 더 예민하게 반응할 수밖에 없다. 그런 면에서 보면, 손실보상이 없으면 방역도 없다. 그리고 정부는 재정지출을 주저하고 공공병상 확보는 외면하며 1년을 보냈다. 그러는 사이에 재난극복을 위한 연대의식은 갈수록 헐거워진다.  


이스라엘을 예로 들어보자. 이스라엘은 18일부터 실외 마스크 착용 의무화를 해제했다. 그럼 이스라엘은 하루 신규확진자가 얼마나 될까. 객관적인 비교를 위해 인구100만명당 신규확진자로 환산해보면 17.7명이다. 한국은? 12.7명이다. 인구 대비 신규확진자는 이스라엘이 오히려 더 많다. 물론 백신이라는 변수가 크게 작용하고 있다. 이스라엘에서 백신 2회차 접종까지 마친 사람이 약 497만명으로 전체 인구 930만명 가운데 53.4%라고 한다. 이스라엘은 신규 확진자가 급감하고 있고 한국은 그렇지 않다. 

이스라엘 신규 확진자 추이


이 부분에서 고민에 빠진 건 사실 김윤 서울대 의대 교수와 인터뷰를 한게 계기가 됐다. 그는 기본적으로 정부의 병상동원체계 구축과 영업금지 등으로 피해를 입은 이들을 위한 손실보상을 근본적인 대책으로 강조하는 반면 확진자 자체의 가중치는 낮게 본다. 그가 한 말을 그대로 인용해보면 이렇다. 


“지키기 힘든 지침을 요구하고, 지침을 지키도록 하기 위한 노력은 제대로 안하면서 확진자 늘어났으니 손님 받지 말라고 하는건 국민들에게 책임을 전가하는, 단체기합밖에 안된다. 국특히나 소상공인, 자영업자, 비정규직 같은 사회적 약자에게 사회적 거리두기 부담을 집중시키는건 정의롭지도 않고 효율적이지도 않다. 방역체계의 패러다임을 바꿔야 한다. <단체기합> 방식에서 벗어나야 한다. 확진자 숫자에 너무 매몰되는 것 자체가 일종의 자기 덫이다. 덫을 깨야 하는데, 자기가 만든 족쇄에 매여서 덫을 스스로 강화하고 있다.  환경이 바뀌었다는 걸 생각해야 한다. 고위험군 백신접종을 했기 때문에 앞으로 위중증환자와 사망자는 더 감소할 것이다. 미국은 최근 신규확진자가 20% 늘었는데 사망률은 30% 줄었다. (물론 당장은) 국민들에게 당장은 욕 먹을 것이다. 그렇다 하더라도 정부가 국민들 설득할 생각을 해야 한다. 욕먹지 않을 행동만 하려 하니까 책임전가하면서 상황에 끌려가는 것이다.”  


김 교수는 거리두기 단계는 물론 코로나19 대응의 패러다임 자체를 바꿔야 한다고 강조한다. 꽤나 논쟁적인 주장이다. 많은 토론이 필요하다. 맞다. 우리에게 필요한건 (말꼬리잡기가 아니라) 더 많은 토론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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