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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횡사해/한반도

밀실행정이 자초한 어선안전조업법 논란

by 자작나무숲 2020. 6. 27.

 “의견수렴은 고사하고 당사자들에게 알리지도 않고 법 시행하는게 말이되느냐.”(김영호 대청도 어촌계장)

 “기왕에 이미 실행하던 걸 법규정으로 명문화한 것이다. 서해5도 주민들로선 지금과 달라질 게 없다.”(해양수산부 관계자)


 지난해 국회를 통과한 뒤 시행을 두달밖에 남겨놓지 않은 ‘어선안전조업법’을 두고 논란이 거세지고 있다. 법이 시행되면 직접적인 적용대상인데도 정작 법률 제정은 물론 시행 준비 과정에서도 소외됐던 서해5도 주민들이 뒤늦게 소식을 전해 들으면서 갈등이 더 증폭되고 있다. 해수부에선 “어선안전조업법은 서해5도가 아니라 전반적인 해양안전에 관한 법률”이라고 하지만 이해당사자인 서해5도 주민들은 오랫동안 누적된 소외감에 더해 “정부가 우리를 무시한다”는 목소리로 나타나는 양상이다. 


 어선안전조업법은 2016년 유기준 전 새누리당 의원이 대표발의한 뒤 2019년 국회를 통과했다. 해수부에 따르면 이 법은 어선의 안전한 조업과 항행을 위하여 필요한 규범체계를 구축해 건전한 어업질서를 확립하고 국민의 생명·신체·재산을 보호하자는 취지를 담고 있다. 이 가운데 서해5도와 관련한 제16조와 제17조, 제30조다. 특히 서해 접경해역 출입항을 “관할 군부대장이 통제할 수 있다”고 한 17조, 서해 접경해역에서 통제에 불응한 자에게 1년 이하 징역 혹은 1000만원 이하 벌금에 처하도록 한 30조가 논란의 핵심이다. 


 법 시행 두달도 안남은 시점이 되어서야 논란이 격화되는 것은 정책결정과정에서 의견수렴이나 숙의(熟議)가 전혀 이뤄지지 않았기 때문이다. 해수부에선 공청회를 거쳤다고 하지만 확인 결과 공청회에 참석한 “어민대표” 가운데 서해5도와 관련된 사람은 아무도 없었다. 김 계장은 “지난달 초순에 ‘법률이 통과됐으니 주민들에게 알려달라’는 연락을 받고서야 그런 법률이 있다는 걸 처음 알았다”고 말했다. 


 서해5도의 군사긴장만 높아지게 만들 수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이석우 인하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접경해역에서 민간인 통제를 해군이 하겠다는 건데, 그것이 오히려 접경해역에서 군사적 긴장을 높이는 부작용을 초래할 수도 있다”고 우려했다. 그는 “서해5도 주민들의 경제권을 제한할 수 있는데도 이해당사자 의견을 반영하지 않았다. 행정편의주의라는 비판을 피하기 어렵다”면서 “서해평화협력지대를 추진하는 문재인 정부에서 정작 군의 통제를 강화하는 법안이 통과됐다는게 이해가 안된다”고 비판했다. 


 옥상옥이라는 지적도 나온다. 장태헌 백령도 선주협회장은 “서해5도 어민들은 기왕에 해경 통제를 받고 있는데 국방부도 통제를 할 수 있게 해놨는데, 이건 완전히 옥상옥 아니냐”고 비판했다. 이와 관련, 익명을 요구한 한 해경 관계자 역시 “우리는 법을 시행하는 입장이긴 하지만 솔직히 걱정이 된다”고 털어놨다. 


 이에 대해 해수부 관계자는 “해군과 해경의 협의를 거쳐 법률이 통과됐다. 해군의 통제는 ‘국가안보 및 작전상 필요한 경우’로 한정한다. 주민들로선 지금과 달라질게 없다”고 반박했다. 이어 “국회 상임위 논의를 거쳤고, 공청회도 거쳤다”면서 “서해5도 주민들 사이에서 불만이 있을수는 있겠지만 이 법은 서해5도만 대상으로 한 법안이 아니다”고 말했다. 


대청도 선진포항 모습. 서해5도 어민들 사이에선 아무리 남북 접경이라 하더라도 국방부가 민간어업활동까지 통제하는 어선안전조업법은 너무 심한 것 아니냐는 불만이 높아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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