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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권을 생각한다/북한인권 담론 비판

뉴라이트는 "한국판 네오콘"

by betulo 2007. 3. 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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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4/11/26

“노무현 정권은 좌파 포퓰리즘 정권이다. 국가정체성을 훼손하는 집권세력으로 인해 대한민국이 절체절명의 위기에 빠져 있다. 대한민국은 공산주의의 위협이라는 백척간두의 위기에서 자유민주주의를 지켜냈으며 한강의 기적을 이룩했다. 북한 인권개선과 민주화를 추구한다. 부시행정부의 대북정책을 지지한다.”


‘보수진영’이 ‘뉴라이트’라는 깃발 아래 재결집하고 있다. 이들은 ‘자유주의’라는 이념적 색깔을 분명히 밝히면서 좌파와 우파의 편향을 모두 극복하겠다는 의욕을 보인다. “사회가 바람직한 방향으로 가려면 보수와 진보가 양날개로 가야 한다”는 점에서 이들이 이념지향을분명히 하는 것 자체는 긍정적이라는 반응도 있다.


그럼에도 동아․조선 등 일부언론의 적극적 홍보를 받으며 지난 22일과 23일 창립한 기독교사회책임과 자유주의연대가 시민사회에 미묘한 파장을 일으키고 있다. 당사자들의 부인에도 불구하고 이들의 주장에 ‘명백한 정치적 의도’가 있다는 의심의 눈초리가 끊이지 않는다. 게다가 “한국판 네오콘이 등장한다”는 경고 목소리도 크다.


"조선, 동아 차기 대선운동 나섰나" 의심 눈초리도 

전문가들 사이에서는 “‘좌파운동에서 전향한 우파’, 보수 개신교 지도자들, 한나라당과 보수언론의 삼각동맹체제가 모습을 드러냈다”는 우려가 터져나온다. “업그레이드된 색깔론 제기를 통한 개혁세력 공격과 반북냉전의식 고취”로 “흔들리는 기득권을 유지하려는 속셈”이라는 것이다. 일부에서는 “차기 대선을 준비하는 포석”이라는 주장도 나온다.


“뉴라이트는 이데올로기(자유주의연대)와 신학(기독교사회책임)을 양대 축으로 삼아 근본적 가치관의 문제를 선점하려 한다. 철학과 신학에서 시작해 보수적 사회체계를 가동하려는 움직임이다. 이미 한국사회에 자리를 잡고 있는 냉전․군사주의적 우파와 일종의 삼각편제가 형성된 것이다. 뉴라이트는 분명히 한국판 네오콘이다.”


‘뉴라이트’에 대해 심각한 우려를 표하는 김민웅 목사(재미언론인)의 말이다. 그는 자유주의연대와 기독교사회책임으로 대표되는 ‘뉴라이트’에 대해 “이전과는 차원이 다른 움직임”이라며 “‘뉴라이트’와 미국 신보수주의자(네오콘)들은 닮은꼴”이라고 주장한다. 


그는 “특히 자유주의 연대는 미국 패권 안에서 냉전체제를 지속시키겠다는 의도가 보인다”며 “미국 자본주의 승리를 확신하면서 그걸 토대로 정교하게 우파적 승리주의에 근거해 문제를 풀겠다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수권전략 포석 아니냐”


“앞으로 미국 네오콘과 ‘뉴라이트’가 본격적으로 결합할 가능성이 높다”는 주장도 나온다. 이런 주장의 배경에는 지난 22일 “부시 2기 행정부가 친북적 (노무현) 정권 대신 한국 국민을 상대로 직접 대화하고 한국의 국내 정치세력과 연대해 한국을 과거의 동맹으로 되돌려야 한다”고 주장한 대표적인 네오콘 가운데 한 명인 니컬러스 에버슈타트 미국기업연구소(AEI) 선임연구원의 ‘위클리 스탠더드’ 기고문이 자리잡고 있다. 


실제 자유주의연대에 적극 참여하는 북한민주화론자들은 이미 몇 년 전부터 미국 NED(전미민주주의기금)를 통해 자금지원을 받고 있다.


다른 전문가들도 비슷한 견해를 밝혔다. 이철기 동국대 교수는 “극단적인 반공주의, 대북대결주의, 북한인권문제 거론 등은 ‘뉴라이트’와 미국 네오콘의 공통점”이라고 지적했다. 


김동춘 성공회대 교수도 “좌파에서 우파로 전향했다는 점, 입지를 정당화하기 위해 중도를 표방하지만 실제로는 우익입지를 강화시키려 한다는 점, 엔지오를 표방하지만 굉장히 정치적이라는 점” 등을 들어 “네오콘과 비슷한 점이 많다”고 말했다.


사실 ‘뉴라이트’와 네오콘의 관련성은 동아일보도 인정한다. 동아일보는 지난 8일자 ‘왜 움직이기 시작하나’에서 “뉴라이트가 정치적 자유주의, 경제적 시장주의, 외교적 국제주의를 표방한다는 점에서 1980년대 등장해 미국 ‘레이거노믹스’의 정책기조를 이룬 뉴라이트 신보수주의 운동과 맥이 닿아 있다”고 말했다.


전문가들에 따르면, 60년대 이후 트로츠키주의에 경도되어 있다가 민주당 좌파에서 공화당 우파로 넘어간 세력이 기존 보수세력과 결합하면서 미국 네오콘이 본격적으로 모습을 드러냈다. 스트라우스, 어빙 크리스톨, 월스테터 등의 철학을 이어받은 세력과 근본주의 기독교 신학이 결합했다는 것이다. 


김 목사는 “베트남전 패배 이후 ‘미국사회의 가치를 회복해야 한다’는 기치를 들고 미국의 지위를 확보하기 위한 부단한 노력이 지난 30-40년간 있었다”며 “그런 노력이 전략적으로는 선제공격론과 일방주의 외교노선, 종교적으로는 근본주의적 개신교로 나타난다”고 지적했다.


업그레이드된 색깔론


왜 이 시점에서 일부 수구언론이 ‘뉴라이트’를 들고 나오는가에 대해 과거 냉전적 질서가 와해되는 것에 대한 위기의식이 표출된 것이란 의견이 지배적이다. 한 학자는 “냉전의 옷을 입고 있던 수구세력들이 이제는 정교하게 포장해서 보수주의 우파의 가치관을 본격화한다고 보아야 한다”고 지적했다. 


정대화 상지대 교수는 “‘뉴라이트’는 기존 정치세력을 모두 비판하는 모양새를 취하지만 핵심은 참여정부를 매도하는 것”이라며 “결국 정치적으로 수구 논리로 나타난다”고 말했다.


동아일보는 지난 8일부터 15일까지 6번에 걸쳐 ‘뉴라이트 침묵에서 행동으로’라는 기획연재기사를 내보냈다. 조선일보도 매우 이례적으로 동아일보가 제창한 ‘뉴라이트’를 받아 기사를 내보내고 있다. 류근일 전 조선일보 주필은 자유주의연대 고문을 맡고 있으며 “자유주의 전사가 되어야 한다”는 요지로 창립식 축사를 했다.


일부이긴 하지만 “조선․동아 등 보수 언론이 벌써부터 다음 대선을 준비하기 시작했다”는 주장도 나온다. 이런 ‘의심’의 배경에는 동아일보 13일자 ‘뉴라이트, 침묵에서 행동으로⑤: 정치권 중도통합론’에서 “이념적 중간지대를 선점하려는 정치권 움직임이 본격화한다”며 “일각에선 정치권의 ‘뉴라이트’ 기류가 정계개편의 불씨가 될 수 있을 것이라는 관측도 나온다”고 보도했다. 


이동관 동아일보 정치부장은 이어 18일자 ‘뉴라이트를 잡아라’에서 “이제 한나라당의 유일한 활로는 뉴라이트로 상징되는 이념의 중간지역으로 진출하는 길밖에 없는 듯하다”고 주장했다.


김덕룡 한나라당 원내대표는 지난 23일 “한나라당 역시 국가정체성을 지키고 자유민주주의에 더 매진할 것”이라며 “뉴라이트는 신선한 충격을 주고 있다”고 강조했다. 심재철 기획위원장도 “뉴라이트 운동으로 침묵하던 보수의 목소리가 결집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2004년 11월 26일 오전 8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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