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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9. 7. 3. 07:30

한국 축구 이끌 새 황금세대... 그들의 원동력은


 2019 국제축구연맹(FIFA) 20세 이하(U20) 월드컵에서 한국 대표팀이 우승(혹은 준우승)이라는 새 역사를 썼다. 무엇이 이들을 세계 정상에 올려놓았을까. 핵심 요소를 분석해봤다. 


축구를 즐기는 아이들

 2002 한·일 월드컵 다시 거스 히딩크 대표팀 감독이 교체로 들어가는 차두리를 향해 “경기를 즐겨라”는 얘길 했던게 화제가 됐던 적이 있다. 즐겁게 경기를 하며 축구를 즐기는 것이야말로 강팀의 조건이라는 것을 강조한 표현이었다. 하지만 당시만 해도 한국 축구는 즐거움보다는 의무감과 헌신에 치우쳐 있었다. 2019년이 되어서야 한국 축구는 드디어 축구 자체를 즐기는 새 세대로 이뤄진 대표팀을 만나보게 됐다. 


 선수들이 경기를 즐기는 모습은 여러 장면에서 확인할 수 있다. 토너먼트라는 긴장된 경기가 이어지는 속에서도 하프타임에 몸을 풀다가 골을 넣을 것에 대비해 골 세러모니 사전연습을 하는게 이번 대표팀이다. 몽둥이와 호통으로 굴러가던 축구 문화에선 상상도 할 수 없는 모습이다. 지난 12일 서울 신문로 축구회관에서 열린 하나원큐 2019 K리그1 16라운드 사전 기자회견에서 최용수 FC서울 감독은 그런 측면을 잘 포착하는 말을 했다. 그는 대표팀이 결승까지 올라간 원동력으로 선수들이 긴장이나 불안감이 아니라 즐긴다고 말했다. 



 단순히 즐겁기만 한게 아니다. 세네갈과 맞붙은 8강전에서는 전반에 선제골을 내줬지만 전혀 주눅드는 기색이 없었다. 오히려 대화를 주고 받으며 차분하고 냉정하게 분위기를 정비했다. 승부차기에서도 내리 두 번이나 실축했는데도 흔들리는 모습을 찾아볼 수 없었다. 훈련을 할 때는 대형 스피커에서 울려퍼지는 최신곡을 들으며 워밍업과 피지컬 훈련을 한다. 음악을 끈 다음에느 또 엄청난 집중력으로 훈련에 몰입한다. 

 

흥을 폭발시킨 정정용 감독

 흥이 넘치는 청소년들을 하나로 묶고 목표를 부여하는 것은 정정용 감독의 몫이었다. 이번 대회 가장 주목받은 선수는 이강인(18·발렌시아)이지만 한국 축구 전체를 놓고 보면 오히려 정정용 감독을 발견해낸게 최대 수확이라는 말이 아깝지 않다. 


 사실 정 감독은 출신성분이나 선수 경력만 놓고 보면 존재감이 미미하다. 실업팀에서 뛰다 부상으로 30세도 되기 전에 선수 생활을 접어야 했던 그는 유럽으로 축구 유학을 떠나고, 대학원에서 이론을 공부하는 등 차근차근 지도자로서 기본기를 다져나갔다. 2018 아시아축구연맹(AFC) 19세 이하(U19) 축구 선수권 대회 준우승으로 2019 국제축구연맹(FIFA) 20세 이하(U20) 월드컵 본선행을 이끌었다. U20 월드컵 본선 첫 경기에서 포르투갈에게 0-1로 지면서 불안하게 출발했지만 이후 과감한 용병술과 맞춤형 전술로 한국 축구의 새 역사를 써나갔다. 


 선수들의 열정을 끌어내는데도 탁월했다. 16강에서 한일전을 치르기 전 선수들에게 정 감독이 “너희들 아마추어가 아니다”면서 “지나온 뒤에 후회하지 않도록 나도 너희도 이겨내자”라고 말했던 대표적인 장면이다. 


 한준희 KBS 해설위원은 전화인터뷰에서 이번 대회 결승 진출의 원동력으로 주저없이 “정정용 감독”을 꼽았다. 그는 “정우영(20·바이에른 뮌헨) 합류가 불발된 것을 비롯해 이번 대표팀 전력은 그다지 좋아 보이지 않았다”면서 “그럼에도 있는 자원을 최대한 활용하고 맞춤형 전술을 철저히 준비하고 훈련해 효율적인 결과를 냈다”고 평가했다. 그는 “정 감독의 전술변화가 대부분 적중했는데 철저한 상대팀 분석 덕분”이라고 밝혔다. 박문성 SBS 해설위원 역시 “축구 뿐 아니라 어디서나 세대간 차이는 있다. 그 차이를 조직력으로 잘 담애낸 것이 좋은 결과로 이어지고 있다”고 말했다. 

 

자신감, 그 배경에는 경험이

 좋은 감독과 우수한 선수들은 그냥 나오지 않는다. 한국 축구가 꾸준히 준비해온 K리그 유소년 시스템이라는 토대, 그리고 K리그에서 쌓은 경험이 있기에 가능했다. 이번 대표팀 선수 21명 가운데 K리그 소속이 15명이다. K리그 유스 출신은 12명이다. 10세 때 스페인으로 조기유학을 떠난 이강인(발렌시아), 어릴 때부터 독일에서 축구를 배운 최민수(함부르크), 대학생인 정호진(고려대)을 빼고는 모든 선수가 K리그와 유스 시스템을 통해 성장한 셈이다. 


 U20 월드컵을 거듭할수록 한국 대표팀은 아마추어가 아니라 프로들이 모이는 곳으로 바뀌고 있다. 권창훈(디종)과 류승우(제주) 등이 주축이었던 2013 터키 대회에선 K리그 소속이 6명, K리그 유스 출신은 7명에 불과했고 대부분 대학생들이었다. 이승우(베로나)와 백승호(지로나)가 활약했던 2017년 한국 대회에선 7명과 11명이었다. 


 이번 대표팀은 작은 K리그나 다름없다. 최전방을 책임지는 공격수 오세훈(아산)은 울산 현대고 출신으로 K리그1 울산에서 뛰다 출전 기회를 늘리기 위해 현재는 아산(K리그2)에서 뛰고 있다. 주장 황태현(안산), 조영욱(서울)이나 엄원상(광주FC), 전세진(수원) 등도 K리그에서 잔뼈가 굵은 선수들이다. 


 현재 K리그는 모든 구단에게 유소년 클럽 18세팀, 15세팀, 12세팀 운영을 의무화하고 있다. 2008년부터 ‘K리그 주니어’가 연중 리그로 자리잡기 시작했고 2015년부터는 하계 토너먼트 대회인 ‘K리그 유스 챔피언십’이 열리고 있다. 2017년부터는 유소년 클럽 평가 인증제를 도입했고, 지난해엔 K리그 산하 유소년 클럽 선수(17세 이상)의 준프로계약 제도도 만들었다. 2019시즌 K리그1 각 팀별 유스 출신 선수 비율은 약 32%(149명)다. K리그2는 95명(26%)이다.

 

선수 그 이상의 가치 보여준 이강인

 이번 대회에서 이강인은 말 그대로 군계일학이다. 이강인이 보여준 존재감과 에너지는 대표팀을 업그레이드하는 요소로 손색이 없다. 박문성 SBS 해설위원은 “이강인은 확실히 기존에 한국 축구에서 볼 수 없었던 새로운 유형”이라면서 “그런 식으로 탈압박한다든지 공을 가지고 움직이는 선수는 지금까지 없었다”고 말했다. 그는 “외국 선수와 비교해보면 다비드 실바(맨체스터 시티)나 메수트 외질(아스널) 같은 유형”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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