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젊은이들이 미래를 걱정하지 않고 재미있게, 심심해서 번지점프 도전하는 그런 마음으로 혁신에 나서게 해줘야 합니다.”
노동시장과 불평등문제를 연구한 김창환(50) 캔자스대 사회학과 교수는 한국에서 모두가 혁신성장과 혁신형 창업을 외치지만 빈수레만 요란할 뿐이라고 느낀다. 그가 보기엔 전제가 잘못됐다. 이화여대 방문교수로 한국에 머물고 있는 김 교수는 8일 인터뷰에서 “회사 그만두면 치킨집해야 하고 정년퇴직하고 나면 노인빈곤이 기다리는데 어느 누가 혁신창업을 하겠느냐”면서 “상황을 어렵게 만들어서 혁신에 나서게 하겠다는, ‘해병대 훈련캠프’같은 낡은 패러다임을 버려야 한다”고 꼬집었다.
김 교수는 “한국에서 대다수 젊은이들이 하는 도전이란 의대 진학, 공무원시험이나 로스쿨이 된지 오래”라면서 “정부에선 혁신성장 구호만 외치지만 미래가 불안하고 실패로 인한 비용이 너무 크면 사람은 혁신이 아니라 안정을 추구할 수밖에 없다. 다시 말해, 안정이 없으면 혁신도 없다”고 단언했다. 김 교수는 미래 불안감과 도전의 상관관계를 자신도 경험했던 1980년대 학생운동을 예로 들어 설명했다. “당시엔 운동권 대부분이 취직을 걱정하진 않았습니다. 미래 걱정이 크지 않으니까 학생운동이라는 ‘도전’이 활발했던 겁니다.”
미래에 대한 불안감 가운데 김 교수가 가장 눈여겨보는 것은 노인빈곤과 정규직·비정규직 격차다. 김 교수는 “정년퇴직하기도 힘들고 환갑 넘으면 빈곤층 되기 십상이면 나라도 공무원연금을 받을 수 있는 삶을 추구하겠다”면서 “노인빈곤은 저출산과 맞물려 한국 사회를 침몰시키고 있다”고 우려했다. 이어 “현재 한국의 노동시장 양극화는 차라리 모든 국민이 비정규직인것보다도 더 나쁘다”면서 “적극적 노동시장정책이 가능해서 패자에게 굳이 ‘부활전’이 필요없을 정도가 되면 하지 말라고 말려도 ‘월급쟁이 생활 재미없다’며 회사 그만두고 혁신형 창업하는 사람들이 쏟아질 것”이라고 말했다.
노동시장 전문가답게 김 교수는 한국의 논란이 계속되고 있는 최저임금 문제에도 관심이 많다. 김 교수는 “최저임금이 고용에 미치는 영향은 이미 국제학계에서 토론이 끝났다. 최저임금은 고용을 줄이지도 않고 늘리지도 않는다”면서 “최저임금은 재분배 정책이지 고용창출정책이 아니라는걸 알아야 한다”고 단언했다.
그는 “최저임금의 진정한 효과는 ‘사람값’이 높아지는 효과”라면서 “사람을 쓰는 비용이 올라가면 사람을 더 효과적으로 쓰게 된다. 그럼 생산성이 높아지고 산업고도화를 위한 구조조정이 활발해진다”고 지적했다. 김 교수가 보기에 한국이 생산성이 낮은 이유는 상당부분 노동시간이 길기 때문이다. “어차피 야근하는데 근무시간에 열심히 일할 이유가 있겠습니까. 헐값에 알바를 쓸 수 있으면 어느 누가 돈들여서 업무능력향상시키는걸 고민하겠습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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