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본격 활동을 시작한 공공기관 경영평가단이 인적구성과 분위기 자체가 작년과 확연히 달라진 모습을 보이고 있습니다.
기획재정부와 경영평가단 관계자들 말을 종합하면 35개 공기업과 88개 준정부기관 등 123개 공공기관에 공공기관 경영평가를 수행할 경영평가단 가운데 60%가 물갈이됐습니다. 경영평가단을 독점하다시피했던 행정·경영·회계학과 교수 비중은 대폭 줄어든 반면 10%도 안되던 이공계 교수와 시민단체 추천 비중은 각각 세 배 이상 늘어났습니다.
과거 ‘경평 마피아’라는 말이 나올 정도였던 경영평가단을 대폭 물갈이한 것이 주효했습니다. 기재부는 각 정부부처와 협회와 학회, 노동·시민단체 추천을 받아 500명 규모로 평가단 풀을 구성한 뒤 89명을 위촉했습니다. 각 부처별 추천을 1%에서 15%로, 시민단체 추천(출신) 비중을 6%에서 17%로 늘렸습니다.
기재부 관계자는 “행정·경영·회계학과 교수 비중이 지난해 84%에서 올해는 63%로 줄어든 반면 이공계 등 분야별 전문가 비중이 8%에서 28%로 세배 가량 늘었다”면서 “통상 경영평가단 교체 비율이 30% 수준이었는데 올해는 60%가 바뀌었다”고 설명했습니다.
사람과 분위기는 바뀌었지만 평가지침은 그대로입니다. 혼선을 우려하는 목소리도 있었습니다. A씨는 “인적구성 변화는 큰 반면 평가지표 자체는 이전 정부에서 만든 것이다. 올해는 과도기가 될 것 같다”면서 “경영평가 일정도 빠듯해서 평가단 사이에서 혼란스러운 분위기가 있다”고 말했습니다. B씨는 “작년까진 성과평가를 강조하고 노동조합을 적대시하는 분위기였는데 올해는 분위기가 확 달라졌다”고 말했습니다. 그는 “기재부에선 사회적가치와 공공성을 강조하는데 평가단 경험이 많은 일부 인사는 오히려 효율성과 수익성을 강조하는 걸 보고 묘한 느낌이 들었다”고 귀띔했습니다.
올해 공공기관 경영평가는 절대평가와 정성평가 방식을 대폭 강화하고 공기업(33명)과 준정부기관(56명)으로 평가단을 분리하는 등 제도변화도 적지 않습니다. 기재부에선 공공기관과 평가단 간 의사소통 활성화를 위해 경영평가포털을 구축하고 자료관리도 일원화할 예정입니다. 기관별 경영평가 보고서도 최대 200쪽 분량을 넘지 않도록 하고 작성지침도 일원화해 ‘ppt가 좌우하는 경영평가’라는 비판을 불식시키기로 했습니다.
처음으로 경영평가단에 참여하게 된 시민단체 관계자 C씨는 “작년까지만 해도 기재부에서 경영평가단 근처에도 안 끼워줬던 걸 생각하면 시대가 바뀌긴 바뀐 것 같다”면서 “경영평가를 수행할 사람은 꽤 많이 바뀌었지만 공공기관 경영평가 지침은 그대로다. 올해는 과도기가 아닐까 싶다”고 밝혔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