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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재뒷얘기

브라질 축구코치가 한국에 던진 쓴소리 "단기 실적에 너무 집착한다"

by betulo 2016. 2.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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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태국 방콕에서 전지훈련중인 광주FC 선수단에는 우렁차지만 무슨 소리인지 도대체 알 수 없는 소리로 끊임없이 선수들을 독려하는 외국인이 유독 눈에 띈다. 브라질에서 온 길레미 혼돈(34) 광주FC 피지컬 코치는 포르투갈어와 “하나 둘 셋”이나 “빨리 천천히” 같은 한국어를 섞어서 잠시도 쉴 틈 없이 선수들을 지도한다. 선수들이 묵는 호텔 로비에선 밤늦게까지 노트북을 켜고 훈련 프로그램을 점검하는 그를 어렵지 않게 만나볼 수 있다. 

 혼돈 코치도 소싯적에는 축구 선수였다. 2000년부터 피지컬 코치로 활동중이다. 브라질 3부 리그부터 1부 리그까지 13개 클럽에서 선수들을 지도한 베테랑이다. 광주 스카우터가 재작년에 브라질을 찾았다가 혼돈 코치에 반해서 한국행을 제안했다. 혼돈 코치는 “브라질은 축구로 숨을 쉬는 나라다. 유명한 선수들과 함게 하는 것도 좋지만 아시아인을 가르쳐보고 싶다는 생각을 하던 차에 인연이 닿았다”고 설명했다. 
 
 밤늦게까지 일하던데. 
 -동계훈련 기간에는 24시간 일한다. 자면서도 선수들이 빨리 성장할까 어떻게 하면 선수들 분석할까 생각한다. 영양 휴식 훈련 시간배정 모든 걸 생각을 한다. 선수마다 특성이 다르니까 항상 신경을 쓴다. 

 선수들과 의사소통은 어떻게 하는지. 
 -축구라는 언어를 통해서 교감한다. 코치와 선수가 아니라 친구가 되는게 먼저다. 때로는 인상을 쓰더라도 웃으면서 넘길 수 있는건 우정이 밑바탕이 되기 때문이다. 훈련장에서 써먹을 수 있는 한국어를 하루에 한 단어씩만 외우려고 한다. 선수들도 포르투갈어를 조금씩 배우고 있다. 그게 바로 교감이 아니겠나. 

 브라질 선수들과 한국 선수들 어떤 차이가 있나. 
 -현대 축구는 70% 이상이 피지컬, 육체적 능력이 좌우한다. 브라질 선수들은 선천적인 재능을 너무 믿는다. 후천적인 노력을 100이라고 하면 60~70만 한다. 한국 선수들은 부족한 걸 미리 알고 있기 때문에 어떻게든 채우려고 100을 만들려 한다. 코치로서 훈련시키는데 보람이 있다. 

 한국 선수들 개선해야 할 부분이 있다면. 
 -축구는 계속 변화 발전하고 있다. 한국 축구 지도자들은 ‘나는 이렇게 해왔다’ 하는 마음만 갖고 새로운 걸 받아들이길 꺼리는 경향이 있다. ‘내가 이렇게 배웠으니까 너도 이렇게 해라’ 그런 자세가 아니라 항상 새로운 걸 받아들일 자세가 되어야 한다. 또 하나는, 선수들 뿐 아니라 지도자나 클럽 등 전체적으로 장기적인 전망이 부족하다. 단기성과에 너무 집착한다. 또하나, 한국 선수들은 정신력이 약하다. 지도자들이 그렇게 배웠고 그렇게 가르치기 때문이다. 프로선수로서 대우하고 그에 맞는 책임을 물어야 한다. 그런 부분이 약하다. 강압적인 문화가 정신력을 떨어뜨린다. 

 단기 성과에 집착한다는 건 어떤 의미인가. 
 -목표가 있는 건 중요하다. 그건 결과를 이루기 위한 동기부여가 된다. 하지만 그게 압박이 되면 마음이 급해진다. 마음이 급해지면 실수가 나온다. 그러면 안된다. 경기에 지러 가는 선수가 누가 있겠느냐. 한 두 경기에 연연하면 장기적인 DB를 만들 수도 없다. 그런 식이라면 유소년 시스템도 안된다. 

 많은 한국인들은 정신력이 한국 축구의 장점이라고 믿는다. 
 -이번 시합은 무조건 이겨야 한다는 자세보다는 선수들을 성장을 위한 계기를 만드는데 주목해야 한다. 선수들을 압박하는 건 정신력을 오히려 약화시킨다. ‘너 이거 해야 한다’가 아니라, ‘너 이것도 할 수 있을 것 같다’는 차이다. 시켜서 하는 것과 알아서 하도록 옆에서 지원해주는 것은 엄청난 차이가 있다. 선수들이 극한상황에선 옆에서 받쳐주는 코치가 있다는 믿음, 그것과 ‘왜 이것도 못하느냐’는 압박감은 천지차이다. 그 차이가 선수들이 성장을 하거나 못하거나, 정신력이 강하거나 못하거나 하는 차이를 부른다. 브라질 선수들은 정신력이 강하다. 어릴때부터 혼자서 할 수 있는 훈련이 돼 있다. 경기가 힘들어도 이겨낼 수 있는 정신력이 있다. 경기를 나가서 패스를 할지 드리블을 할 지 그건 선수 선택이다. 그걸 왜 코치들이 이래라 저래라 하느냐. 모든 선수들이 성격이 다 다른데, 일일이 시킨다는 건 모든 선수를 한 틀에 가두는 결과를 초래한다. 선수들을 방생을 시키고 알아서 클 수 있도록 한다면 한국 축구도 경쟁력이 커질 것이다. 
 선수들이 성장하는 과정에서 정신력 성장은 청소년기에 마무리된다. 한국 유스 시스템을 보면, 정말 프로선수답게 프로에 오는 선수를 하나도 못봣다. 프로선수가 되고 나서 그걸 새로 바꾸려고 하면 안된다. 그래서 유스 시스템이 중요한거다. 유럽 남미가 돈을 들여 유스 시스템에 투자하는 게 그것 때문이다. 

 코치로서 기억에 남는 선수를 꼽는다면. 
 -코치 경력을 처음 쌓을 때 지도했던 티아고 실바라는 어린 선수가 지금도 가장 기억에 남는다. 실바는 현재 파리 생제르맹에서 뛰는 주전 수비수이자 브라질 대표팀 주장이다. 실바는 2~3년 사이에 정말 엄청나게 성장하더니 곧바로 1부리그로 갔다. 작년에 광주에 왔다. 작년에 지도했던 광주 선수들이 엄청나게 성장해서 나도 놀랐다. 굳이 고르자면 이찬동 송승민 김영빈 세 선수를 꼽겠다. 이들이 앞으로 광주 미래가 될 것이다. 지금 속도로 성장한다면 K리그에서 경쟁력 있는 선수가 될 것으로 믿는다. 

 가족과 떨어져 있는게 힘들지 않나.  
 -3월에 부인과 아이들이 광주로 온다. 1년 넘게 가족과 떨어져 있는게 가장 힘들었다. 35년을 살면서 이렇게 힘든 적이 없었다. 한국 축구를 빨리 접하고 싶어서 참고 기다렸다. 

태국 방콕 광주FC 전지훈련장에서 1월28일 인터뷰했다. 한국축구연맹 기자단이 정한 전지훈련 동행취재 규칙에 의거, 공식적으로는 공동취재단 명의 기사다. 어쨌든 분명한 건 내가 인터뷰했고 내가 썼다는 사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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