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전광역시와 제주도는 안전행정부가 ‘정부3.0’의 4대가치(개방, 공유, 소통, 협력)를 자치단체 차원에서 실천한다며 시행했던 ‘지방3.0 공모과제’에서 최우수상을 받았다. 연말에는 인센티브로 특별교부세도 3억원씩 지원받았다. 하지만 정작 야근을 밥먹듯이 하며 공모사업을 준비했던 해당 부서 관계자들은 요즘 하나같이 표정이 어둡다.
특별교부세로 재정 인센티브를 받긴 받았는데 안행부가 지방3.0 사업이 아니라 엉뚱하게도 재해대책사업비로만 집행하도록 사용처를 못박아 버렸기 때문이다. 40억원이나 되는 특별교부세를 지원받은 지자체 해당 부서 입장에선 인센티브가 '그림의 떡'이 돼 버린 셈이다.
안전행정부가 각 지자체에 보낸 공문. '지방3.0 선도과제' 예산사업에 따른 인센티브를 준다면서 내역은 재해예방사업으로 돼 있다.
대전시 관계자는 23일 전화인터뷰에서 “원래는 특별교부세로 인센티브를 받으면 그 예산을 재원삼아 우리가 제출했던 ‘시민 참여형 공공시설물 안전관리 커뮤니티 맵 서비스’를 시작할 계획이었다”고 털어놨다. 그는 “공모사업을 준비하기 위해 야근도 마다않고 공모사업을 준비한 끝에 지난해 9월 최우수상을 받은 뒤 특별교부세만 기다렸기 때문에 별도로 시 예산을 요구하지도 않았다”면서 “어떻게든 사업을 시작하는 방법을 찾고 있다”고 아쉬워했다.
제주도는 ‘빅데이터를 활용한 스마트 관광정보서비스’로 최우수상을 받았다. 하지만 대전과 마찬가지로 인센티브를 활용할 수 없게 되자 예산마련에 비상이 걸렸다. 담당 부서에선 “원래 도 예산으로 책정해놓은 재해대책비를 특별교부세로 집행하는 대신 재해대책비에서 3억원을 스마트 관광정보서비스에 사용하는 방안을 고민중”이라고 말했지만 “현재로선 결정된게 없다”고 말을 흐렸다.
공모사업에서 우수상을 받은 서울시 역시 인센티브로 받은 특별교부세 2억원을 ‘시민 알권리 충족을 위한 행정정보 전면공개 추진’이 아니라 제설제를 구매하는데 쓸 예정이다. 서울시 관계자는 “애초에 공모사업에 참여할 계획도 없었지만 중앙정부 정책에 동참하는 차원에서 제출했던 것인데, 솔직히 재주는 곰이 넘고 돈은 누가 챙기는 모양새라 황당할 따름”이라고 말했다.
서울시가 지방3.0 선도과제 예산사업 관련 재정인센티브로 받은 특별교부세와 예산편성 내역. (취재를 바탕으로 자체정리했음)
특별교부세는 내국세 총액의 19.24%를 재원으로 하는 지방교부세 가운데 보통교부세(97%)를 뺀 나머지 3%를 안행부가 별도 편성·관리하는 항목이다. (2013년까지는 4%였지만 올해부터 3%로 비중이 바뀌었다) 원래는 지자체의 개별 여건이나 예상치 못한 현안수요, 재해대책 등에 사용하도록 돼 있다. 하지만 국회에 집행계획을 보고하지도 않고 국회 결산도 형식적인데다 안행부 장관이 직권으로 교부액과 시기, 내역까지 결정할 수 있기 때문에 안행부와 지자체와 국회를 통제하는 수단으로 악용한다는 잡음이 끊이지 않았다.
최병관 안행부 교부세과장에 따르면 안행부는 그동안 관행적으로 특별교부세 상당액을 지자체 인센티브에 지출했고 지자체는 특별교부세를 자율적으로 집행해왔다. 하지만 지난해 감사원이 안행부를 감사하는 과정에서 재해대책에 사용하도록 돼 있는 예산을 인센티브 지출에 사용하는 것은 문제가 있다고 지적하면서 이 관행에 제동이 걸렸다. 감사원은 안행부가 관련 규정을 개정하는 조건으로 감사결과보고서에 명시하진 않았고 바뀐 규정은 올해부터 적용이 된다. 앞으로는 특별교부세 중 재해대책 항목이 아니라 시책수요에서 지자체 인센티브로 지원할 수 있다.
문제는 지난해 특별교부세 중에서 지자체에 내려보낸 인센티브에서 발생했다. 최 과장은 “작년은 일종의 과도기라 지자체 입장에서 혼선이 있을 수 있다”면서도 “과거에도 지자체에 인센티브를 준다고 해당 부서에 전부 주는 게 아니라 지자체 예산부서에서 종합적으로 고려해 예산을 배분하곤 했다”고 해명했다.
전문가진단: 김상헌 서울대 행정대학원 교수
김상헌(서울대 행정대학원 교수)은 “특별교부세는 선기능과 부작용이라는 양면성에 더해 불가피성까지 복합적으로 갖고 있다”면서 “결정과 집행과정에서 투명성을 높이고 선기능을 강화하는 방향을 ‘투명하게’ 논의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김 교수는 10년 넘게 특별교부세를 연구해온 이 분야 전문가다.
김상헌은 먼저 “특별교부세는 엄격한 기준이 없어 배정기준이 불투명하고 배정에 대한 의사결정이 공개되지 않아 정치적으로 결정되거나 지방에 대한 통제수단으로 사용될 가능성이 크다는 우려가 적지 않다”고 지적했다. 그는 “특별교부세를 좌지우지하는 집단은 정치권 핵심과 안행부 핵심, 전직 안행부 출신 자치단체장이라고 할 수 있다”면서 “지대추구 행위를 줄이려면 특별교부세 전체 규모를 줄이고 투명성을 높여야 한다”고 주장했다.
일각에서 주장하는 특별교부세 폐지론에 대해서는 반대 의견을 분명히 했다. 김상헌은 “현실적으로 안전행정부가 지방자치단체를 통제 혹은 견인할 수 있는 거의 유일한 수단인데 특별교부세 자체를 없애는 건 안행부에게 일을 하지 말라고 하는 것이나 다름없다”고 말했다. 그는 “특별교부세를 통해 재해대책에 사용하는 것 보다는 목적예비비를 늘리는게 원칙상 맞긴 하지만 예비비를 늘리는건 그것대로 어려운 점이 많다는 것도 감안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김상헌은 2002년과 2008년 발표한 논문을 통해 국회 행정자치위원회 소속인 지역구 의원이 있는지 여부가 특별교부세 배분에 “안정적이고 일관되게 유의미한 관계를 나타낸다”는 점을 밝혀낸 바 있다. 그와 함께 특별교부세를 연구했던 최연태(경남대 행정학과 교수)는 2011년 논문에서 행자부 관료 출신 자치단체장 존재 여부가 특별교부세 배분에 상당한 영향을 미친다는 점을 입증하기도 했다.
@김상헌,배병돌(2002) 특별교부세 배분 실증연구, 행정학보36-1.pdf
@최연태.김상헌(2008) 특별교부세 배분 정치성 연구, 행정학보42-2.pdf
최연태.이재완(11). 관료적 지대추구가 특별교부세 배분에 미치는 영향. 한국정책학회보20(4).pdf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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