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민끝에 참여정부 시절 청와대에서 실시했던 ‘e-지원 시스템’을 떠올렸다. 김 구청장은 참여정부에서 청와대 정책기획위원회 비서관을 지냈다. e-지원 시스템이 어떻게 생겨났고 어떻게 운영되는지 경험해봤고 그 자신이 그 시스템을 이용해본 경험이 있다. 그 결과 성북구에서는 지난해 ‘수요자와 과제 중심의 업무체계’를 실험하기 시작했다. 초기엔 불만도 많았지만 성과가 잇따르는 데다 업무효과성도 높아지면서 공무원들 사이에서도 반응이 달라지고 있다. 김 구청장은 12일 성북구가 시행중인 이같은 특별한 실험을 소개했다.
문: 노무현 전 대통령이 e-지원 시스템을 도입할때 최대 비판자(?)였다고 들었는데.
- 당시 앞장서서 문제를 제기한 건 맞다(웃음). 지나치게 기술적인 문제에 시간과 열정을 쏟는게 아닌가 하는 문제기였다. 구청장이 되보니 그 분이 당시 왜 그랬는지 이해가 간다. 좋은 정책은 좋은 언변이 아니라 예산과 좋은 시스템에서 나온다. 업무과정과 체계, 인사와 예산, 평가까지 일관된 체계가 있는 정책만이 지속가능한 정책이 될 수 있다. 그걸 구현하고자 했던 게 e-지원 시스템이었다.
문: e-지원 시스템이 이번 정권 들어 묻혀 버렸는데 구청에서 부활하는 셈이다.
- e-지원 시스템은 최상층부터 말단까지 업무를 투명하게 공유하고 기록해서 체계화하고, 부서간 칸막이를 뛰어넘어 정책과제를 중심으로 한 업무체계를 구축하자는 것이었다. 지금 성북구에서 하는 건 당장은 온라인까진 힘들더라도 오프라인에서 그 정신을 구정에 구현하는 실험이라고 할 수 있다. 해보니 성과가 나온다. 이제는 광역 기초 자치단체마다 새롭게 시작해 보면 어떨까 하는 기대를 하고 있다.
행안부 블로그에 실린 e지원 시스템 소개글. http://blog.daum.net/_blog/BlogTypeView.do?blogid=0Eu4K&articleno=2830335&articleno=2830335&categoryId=747335®dt=20070221115351
문: 구청에서 처음 실시할 때도 공무원들 사이에서 반발이 적잖았을 것 같던데.
- 작년에 처음 시작했다. 반발은 아니고, 당시 공무원들 표정이 어둡긴 했다(웃음). 아무래도 국-과-팀으로 이어지는 위계적 칸막이 구조에 익숙하다보니 낯설어했다. 자기 소관이 아닌 공무원에게 지시한다는게 예전 방식과 다르긴 하니까.
문: 과제 중심 업무체계는 어떤 식으로 구성되나.
- 내부에선 구정추진단, 외부에선 생활구정위원회를 중심으로 7대 전략과제를 선정한다. 이를 위해 사회지표조사와 각종 민관위원회 논의, 부서 회람, 토론회 등을 거친다. 각 전략과제 아래에는 고유과제와 공통과제를 선정한다. 모든 과제에는 정책우선 순위를 배정하고 과제별 책임자를 지정한다. 가령 내년도에는 7대 전략과제, 38개 정책과제, 152개 세부사업을 선정했다.
문: 과제 중심 업무체계의 장점은.
- 정부 업무는 부서간 칸막이를 뛰어넘어 발생한다. 가령 중앙정부에서 벌이는 일자리 사업만 하더라도, 여성 일자리, 농촌 일자리, 비정규직 일자리, 사회적 일자리, 공공근로 등 다양한 부서에 걸쳐 있다. 만약 각 부서가 각자 맡은 일만 하고 부서간 협조가 안된다면 제대로 된 성과를 기대할 수가 없다. 일자리라는 과제를 중심으로 횡으로는 부서간 칸막이를 뛰어넘고 상하간 소통을 하는 업무처리가 필요하다. 그런 점에서 새로운 업무체계는 e-지원 시스템과 마찬가지로 최상층부터 말단까지 업무를 투명하게 공유하고 기록해서 체계화하고, 부서간 칸막이를 뛰어넘어 정책과제를 중심으로 한 업무체계를 구축하는데 가장 큰 장점이 있다.
문: 내년도 최우선 전략 과제는.
- ‘어린이 친화 교육도시’인데 구청장인 내가 총책임자다. 누가 봐도 구정목표가 한눈에 들어오는 데다 각 과제별 책임자는 부서와 상관없이 지시하고 협의할 수 있다. 각 책임자는 주간, 월간, 분기별, 연간 보고서를 제출하기 때문에 업무 투명성과 책임성도 높아진다. 과제별 지식과 경험이 계속 축적되기 때문에 담당자가 바뀌더라도 업무 연속성을 유지할 수 있다. 내년부턴 각 책임자에게 인사권과 평가권까지 부여할 계획이다. 예정대로 온라인 시스템까지 구축하면 명실상부하게 e-지원 시스템이 자치단체에서 부활하는 셈이다.
문: 그동안의 성과를 꼽는다면.
-가령 아동청소년센터를 건립하면서 드림스타트(보건복지부), 교육복지센터(교육청), 청소년상담센터(여성가족부), 아동돌봄네트워크(시민단체)를 사전협의를 거쳐 입주시킬 수 있었다. 보행친화도시도 토목과 공원 관련 부서간 협의가 자연스레 제도화 된다. 무엇보다 모든 구청 공무원들이 구정 목표를 공유하고 부서간 칸막이가 줄었다. 그 열매는 고스란히 구민들이 누릴 수 있다.
문: 다른 자치단체에서도 도입하려는 곳이 많을 것 같은데 조언을 해달라.
- 구정 ‘과제’가 어디에서 나오는지 항상 기억해주길 바란다. 바로 ‘수요자’한테서 나온다. 다시 말해 구민들이 원하고 필요로 하는 것이 바로 과제가 돼야 한다. 구청장이 원하고 필요로 하는 과제는 시책사업에 그칠 뿐이다. 우리 구에서 벌이는 실험은 단순히 업무를 잘하기 위한 게 아니다. 그럼 수요자 요구를 어떻게 파악할 것인가. 각종 위원회를 잘 구성하고 정기적인 사회지표조사, 다양한 열린 토론회, 주민참여예산을 통해 종합적으로 전략목표를 집약해내는 게 중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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