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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산생각/지방재정

마을공동체 만들기 시작은 작은 도서관에서

by betulo 2012. 9. 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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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년전 미국 시카고에서 지낸 적이 있다. 집에서 학교까지 자전거로 30분 정도 거리인데 중간에 작은 공립 도서관이 두 개나 있었다. 공부하거나 책을 읽거나 신문을 들춰보기에 꽤나 괜찮은 조건이었다. 대학 도서관은 학생증 같은건 검사도 않고 수시로 출입할 수 있었다. 로비에 있는 컴퓨터로 논문을 복사하거나 하는 것도 무료인데다 제한도 두지 않았다.

 하다못해 커뮤니티 칼리지 도서관도 내가 다니던 4년제 종합대학교 도서관보다도 더 쾌적하기만 했다. 한편으로 부러움, 한편으론 부끄러움을 느껴야 했다. 시카고에서 경험해본 각종 도서관들은 1년 가량 시카고 생활에서 가장 잊을 수 없는 추억 가운데 하나다. 

  서울에는 도서관이 참 적다. 있어도 대규모 도서관이라 그만큼 숫자도 적고 접근하기도 수월하진 않다. 차라리 그 돈으로 작은 동네 도서관이 더 많으면 어떨까 하는 생각을 많이 하게 된다. 도봉구에서 공립, 사립 가리지 않고 도서관 관계자들을 모아 공동활동을 도모하고 도서관을 알차게 하는 방안을 함께 모색하는 자리를 마련했다. 도서관이 있기에 아름다운 서울, 그리고 도봉구가 되기를 기대해 본다. 


18일 도봉구에서 열린 도서관 관련 행사를 취재해봤다.   


 “작은 도서관이 살기 좋은 마을 만들기의 중심이 될 것입니다.”

 서울 도봉구에서 일하는 도서관 관계자 80여명이 18일 도서관 활성화를 위한 아이디어를 쏟아냈다. 오후 2시 30분 구청 다목적회의실에서 열린 ‘지역공동체 조성을 위한 제2회 도서관 네트워크’. 한자리에 모인 이들은 공공·사립 도서관, 새마을문고 등 여건이 제각각 다른 곳에서 근무하는 만큼 다양한 의견들을 쏟아냈다. 특히 지역 도서관의 발전 방향, 디지털시대에 부합하는 도서관 직원의 전문 역량 강화, 독서의 달을 효과적으로 보내는 방안 등에 대해 깊이 있는 의견을 개진했다. 

 구청장 이동진은 “어딘가에 마을 공동체의 중심이 될 수 있는 곳이 있다면 그곳은 바로 작지만 마을 사람들이 모두 편하게 찾을 수 있는 도서관일 것”이라면서 “다양한 도서관을 확충하고 장서를 확보하는 등 도서관에 적극적인 관심을 기울이겠다.”고 밝혔다. 그는 “초안산 근린공원에 작은 숲속도서관을 짓는다거나 컨테이너를 이어 붙인 작은 도서관을 짓는 등 창의적인 방법을 동원해 도서관을 확충하겠다.”고 약속했다.

 이동진은 지난해 처음으로 도서관 네트워크를 출범시킨 것을 비롯해 서울에선 처음으로 기적의 도서관 건립을 추진하는 등 취임 직후부터 줄곧 작은 도서관 활성화에 큰 관심을 기울여 왔다. 그는 “우리 구에 있는 도서관들이 기반시설이나 장서, 프로그램 면에서 부족한 점이 많은 것도 사실이다. 그런 현실을 인정하고 그에 기초해 발전방안을 찾고 서로에게 격려가 되는 자리를 마련하고 싶었다.”고 이날 행사 취지를 설명했다. 

 이동진 도봉구청장이 18일 구청 다목적회의실에서 열린 ‘제2회 도서관 네트워크’에 참석한 도서관 관계자들에게 인사말을 하고 있다.



 도봉구청 도서관팀장 임필순은 “독서의 달을 맞아 다음 달 13일 북페스티벌을 개최할 계획인데 오늘 모임이 행사를 성공적으로 개최하기 위해 필요한 지혜를 모으는 소중한 자리가 됐다.”고 말했다.


 행사에는 경기 용인에서 비영리 공익 도서관인 ‘느티나무도서관’을 13년째 운영하는 박영숙 대표도 참석했다. 박영숙은 도서관이 지역공동체의 중심으로 자리 잡아야 한다는 점을 강조해 큰 호응을 얻었다.

 박영숙은 “과거 도서관은 지식 공유가 아니라 통치자들을 위해 지식을 가두는 공간이었다.”면서 “나이, 인종, 성별, 종교 등에 구애받지 않고 지식과 정보, 문화에 접근할 권리를 제공하는 공간이 되는 것이 도서관의 존재 이유”라고 말했다.

 그는 “유무선 인터넷이나 각종 기계 장치는 예산을 책정받지만 사서 인건비나 장서비에는 예산 배정이 힘든 게 우리 사회의 현실”이라면서 “도서관의 존재 이유를 생각한다면 예산 편성 기준을 뒤집어야 한다.”고 촉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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