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雜說

바위를 뚫고 일어선 나무는 언제나 도도하다

by 자작나무숲 2012. 9. 10.


여름휴가였던 8월4일 지인과 함께 동두천 소요산에 올랐다. 처음 가본 소감을 말한다면, 무척 험한 산이었고, 그만큼 내려오는 길에서 발담그는 재미가 더 쏠쏠했다.


산 정상 부근을 지나다 소나무가 바위를 뚫고 솟아있는 모습을 봤다. 도저히 그냥 지나칠 수가 없어서 얼른 사진을 찍었다. 눈을 딴데다 돌린 죄로 뾰족 튀어나온 바위에 무릎을 부딪혔다. 나도 모르게 짧은 비명이 터져 나왔다. 소요산은 바위가 날카롭다.

지나놓고 보니 별 것 아닌것 같지만 소나무가 처음 바위 속에서 햇빛에 목말라할때 지금같은 모습을 상상하기는 무척 어려운 노릇이었으리라. 조금씩 조금씩 자신을 키워나가다보니 바위는 갈라져 있고 소나무는 바위를 헤치고 하늘 높이 고개를 세우고 있다. 몇 십년은 족히 걸렸겠지. 단지 시간이 오래 걸린 데서 주는 무게감이 아니다. 하루 하루 바위를 밀쳐내는 힘든 노력에 고개를 숙인다. 



그러고 보니 4월1일 노원구청 홍보과 사람들과 함께 수락산에 올랐을때도 비슷한 모습을 봤던 기억이 난다. 수락산 정상 한켠에 바위를 비집고 일어선 소나무였다. 소요산은 주변에 나무들이 많았지만 수락산에 있는 이 소나무는 바위에 홀로 자리잡고 있어서 더 고고해 보였다. 
 


정상 부근이 아니라 산 초입에서 바위를 두동강낸 나무를 보기는 뭐랄까, 마치 연기는 잘했지만 주연이 아니란 이유로 관심을 별로 못받은 조연배우를 보는 느낌이랄까. 2011년 10월15일 편집국 국제부 부원들과 함께 오른 북한산에서 만난 나무는 몇 미터는 됨직한 바위를 헤치고 올라온 노력이 무척이나 짠해 보였다. 단순히 바위를 비집고 일어서는게 아니라 바위를 넘어 햇빛을 향해 몸을 일으켜야 하는게 더 고되 보였다. 


(나무 뒤편으로 보이는 등산객은 국제부에서 내 옆자리에 계셨던 박 모 선배 되시겠다. ㅋㅋㅋ)



그러고 보면 지금은 미약해도 언젠가 바위를 갈라놓고 우뚝 솟아날 가능성이 다분한 나무를 찾는게 그리 어렵지도 않다. 산불이나 막개발 같은 일만 없다면 이런 나무들도 언젠가 도도함을 뽐내게 되리라. 지금은 비록 관상용 정도로 보일지라도. 8월11일 아차산에 올랐다가 무럭무럭 자라나는 작고 귀여운(?) 소나무를 응원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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