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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산생각/지방재정

좋은 정부가 우리 삶을 바꾼다

by betulo 2012. 2. 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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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선 자치단체장을 투표로 선출하기 시작한게 1995년이니 벌써 22년이 됐다. 해를 거듭할수록 지방자치에 대한 회의감이 높아졌던 기억이 난다. 감당 안되는 막개발 경쟁에 상습적으로 되풀이되는 비리와 예산낭비에 지방자치 무용론까지 나왔다. 지역 토호들은 지방자치를 풀뿌리 보수주의의 든든한 토대로 만들어버리면서 지방자치가 민주주의를 가로막는다는 과격한 비판까지 받았다.
 

나 역시 상당히 회의적이었다. 하지만 이번달 들어 서울시청과 몇 개 구청들을 담당하는 기자가 되면서 생각이 많이 달라졌다. 현장에서 느껴본 지방자치는 역동적으로 발전하고 있었다. 박원순 서울시장이야 워낙 잘 알려져 있지만 많은 서울 시민들이 구청에서 어떤 노력을 하는지 잘 모르는게 현실이다. 구청장들이 벌이는 활동 가운데 널리 알릴만한 것들을 몇 개만 소개해본다. (편의상 가나다순으로 구를 소개하니 오해 없으시길)


강북, 노원, 도봉, 성북 등 서울 동북부 4개구청이 공동으로 1월12일 개최한 컨퍼런스. 이 자리엔 박원순시장도 참석했다. (사진출처=서울시)

 

박겸수 강북구청장은 북한산을 활용한 역사문화관광 벨트 조성에 역점을 두고 있다. 특히 몽양 여운형 선생이나 이준 열사 묘 등 근현대 역사인물 관련 유적이 많다는 점에 착안해 근현대사를 느낄 수 있도록 하는데 초점을 두고 있다. 다양한 대기질 개선 활동을 통해 강북구는 서울시에서 가장 대기질이 좋은 자치구로 선정됐다. 대기질만 놓고 보면 제주도보다도 청정한 곳으로 공인받았다.

김성환 노원구청장은 세계 1위 자살률을 기록중인 한국에서 주민밀착형 자살예방활동을 펼쳐 노원구 자살률을 획기적으로 줄이는 성과를 거뒀다. 노원구에선 2009년 한 해에만 180명이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 그는 자살의 근본 원인이 빈곤과 고독인데 빈곤까진 아니더라도 고독 문제는 자치구가 나설 수 있겠다 싶어 그쪽에 초점을 맞췄다.

 
자살을 시도했던 사람들과 독거노인, 기초생활수급자, 실직자, 비정규직, 학생 등 자살 위험성이 높은 이들을 분류하고 분석하고 지원하는 밀착 시스템을 만들었다. 이들 5987명을 대상으로 우울증 테스트를 실시했다. 통반장들이 적극 나서줬고, 자원봉사자도 모아서 자살위험군과 11로 연계해 고독감에서 벗어나도록 했다.
 

이동진 도봉구청장은 도시농업 기반을 확대하는데 많은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지난해 1(3000)가량 도시텃밭을 분양한데 이어 올해에도 8300(2500) 규모로 도시농업공원을 만들어 주민들에게 분양할 계획이다. 텃밭을 분양받아 연말 김장 담그기 행사에 무와 배추를 기증하는 등 도시농업이 공동체 복원에 이바지하고 있다고 보기 때문이다.

 
지난 1일에는 친환경 무상급식과 우수 식재료 공급을 위한 학교급식용 김치 품평회를 개최하기도 했다. 7개 김치 공급업체가 내놓은 김치를 학생과 영양교사, 학교운영위원 등 품평단 120여명이 직접 시식하고 평가해서 구청과 함께 납품업체 두세곳을 선정한다. 공동 구매를 통해 품질도 높이고 구매 예산도 절약할 수 있다. 학부모와 학생들이 먹을거리를 직접 고르니까 급식 신뢰성과 만족도도 높아졌다.

김영배 성북구청장은 구청 안에 인권팀을 만들었다. 중앙정부 차원에서 국가인권위가 있는 것처럼 성북구청에선 외부 전문가들과 함께 인권 향상을 위해 인권도시 성북 추진위원회도 구성해 인권 향상에 나서고 있다. (오창익 인권연대 사무국장도 이 위원회에 위원으로 참여하고 있다.) 성북구청은 지난해에는 관내 사회복지시설 운영실태를 점검한데 이어 올해에는 인권기본조례 제정, 인권교육, 인권기본계획 수립, 인권지킴이 활동 등을 추진할 예정이다.

어떻게 이런 변화가 가능했을까. 우선 2010년 지방선거와 지난해 보궐선거로 쓸만한 일꾼들을 단체장으로 많이 선출했기에 가능한 노릇이라는 건 분명하다. 서울시와 시의회, 구청과 구의회까지 모조리 일당독재체제를 구축했을 때는 개혁은 고사하고 견제기능조차 제대로 될 수가 없었다. 하지만 이제는 모든 것이 달라졌다. 이제는 막개발 경쟁이 아니라 복지경쟁과 삶의 질 경쟁이 벌어지고 있다.

물론 지금도 어떤 구청장은 입만 열면 랜드마크고 대규모 개발사업이다. 솔직히 그런 구청장한테서는 어떠한 감흥도 느낄 수가 없다. 그 자치구 주민들은 구청장을 욕하기 이전에 그런 사람을 구청장으로 뽑아준 자신들의 과오를 반성해야 한다. 그리고 다음 선거에선 제대로 된 사람을 뽑아야 한다. 좋은 정부는 우리의 삶을 바꾼다. 그리고 좋은 정부를 만드는 힘은 우리에게 있다. 꼭 선거 아니더라도 자그마한 참여를 할 수 있는 길은 아주 많다

 인권연대(http://www.hrights.or.kr)에 기고한 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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