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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횡사해/순회특파원(2011)

유럽을 떠나며

by betulo 2011. 6. 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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집 떠난게 5월22일이니까 벌써 한 달이 넘게 동가숙 서가식하고 있습니다. 저는 지금 푸랑크푸르트 공항에서 브라질 상파울루 가는 비행기를 기다리고 있습니다. 지금까지 소화한 5주 일정 중에 유럽에서 보낸게 4주나 되니 나름대로 적잖은 시간 동안 유럽을 여행한 셈입니다.

유럽은 뭐랄까. 백문이 불여일견이란 말이 얼마나 맞는 말인지 새삼 느끼는 계기가 되더군요. 유럽이 구축해 놓은 우수한 ‘제도’의 힘이 시스템으로 구현되는 모습에 감탄하고, 여유있는 생활태도에서 저 자신을 되돌아봅니다.

다른 한편으론, 유럽의 한계도 눈에 들어옵니다. 19세기 전부터 이어져 오던 계급구조가 지금도 소리 소문없이 자연스럽게 똬리를 틀고 있는 모습에 경악하고, ‘교육없는 복지’가 그 똬리를 강화시키는 것에 충격을 받습니다.

어떤 면에서 생각해 보면, 일전에 박노자 교수가 어느 글에서 썼던 글을 다시 생각해보는 계기도 됩니다. 정확하지 않은 기억으로 박노자 교수가 했던 얘기를 되짚어보면 이런 겁니다. 민주주의가 뼈속 깊이 체화된 노르웨이인 교수가 한국에 가서는 일반적인 한국 교수들과 똑같이 권위주의자로 변해 버리는 것은 왜일까. 민주주의를 기득권으로 누리는 것과, 구현해야 할 사상체계로 이해하는 것의 차이는 아닐까.

유럽인들이 기득권처럼 누리는 민주주의가 이주노동자나 무슬림 이민자들에게도 ‘태어날때부터 누구나 갖고 있는’ 민주주의일지 저는 자신이 없습니다. 물론 한국의 현실과 비교한다면 지나친 비판이라고 해도 할 말이 없습니다만 적어도 유럽을 ‘유토피아’처럼 느끼는 것은 또다른 편향이겠구나 하는 생각이 듭니다.

이러니 저러니 해도, 저는 유럽에서 충분히 즐거웠고 넘치도록 유럽을 사랑하게 됐습니다. 유럽은 지난 한 달 동안 끊임없이 제게 영감을 주고 자극을 줬으니까요. 그래서 유럽을 떠나는 게 못내 아쉽습니다. 서울에서 가지고 온 제 명함이 변신한 100여장 가까운 새로운 명함이 그래서 더욱 더 소중하게 느껴집니다.

=유럽을 떠올리게 하는 것들


1. 독일 남부 특산품이라는 밀 맥주... 이 놀라운 맥주가 있는 한 나는 친독파라네!

2. 에스프레소... 그 전에는 입에도 안댔는데 유럽에서 맛들여버린 치명적인 쓴 맛!

3. 런던의 구질구질한 날씨... 원래도 호감은 아녔지만 이번에 확실히 비호감 등극!

4. 마드리드 날씨... 밤에 바지를 빨았는데 아침에 다 말라버렸다. 스페인 쵝오!

5. 통역... 좋았던 통역과 나빴던 통역을 가르는 관건은 결국 한국어 실력이더라! 

 

바로 이 맥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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