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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1.06.24 06:22

독일, '교육없는 복지'의 그림자



유럽 대학교육 빛과 그림자(1)

 독일은 자타가 공인하는 세계 최고 수준의 대학교육을 자랑한다. 독일 유학생들은 독일 교육의 장점으로 수준높은 교수진과 심도있는 토론식 수업을 통한 자기주도학습을 꼽는다. 베를린에서 만난 한 유학생은 “이곳에선 ‘Ich denke...’ 즉 자기 생각을 중심으로 수업에 참여한다. 가장 좋은 점수를 받는 세미나 발표는 자기 생각을 잘 정리해 설득력 있게 제시하는 것”이라고 꼽았다. 그는 “암기를 요구하지 않는 구술시험도 자기 논리를 갖추도록 하는데 큰 도움이 된다.”고 덧붙였다.

 연방정부 형태인 독일은 16개 주정부마다 국립대학 등록금 납부 여부는 물론 등록금 액수도 제각각이다. 최근 바덴뷔르템베르크에서 보듯 주정부 선거에서는 등록금 납부 폐지를 공약으로 내건 녹색당이 승리하면서 등록금 폐지를 눈앞에 두고 있다.

 독일은 2차 세계대전 이후까지도 소액이지만 등록금이 있었다. 하지만 1960년대 68혁명을 전후로 등록금 납부 거부운동이 확산됐고 정부 차원에서도 무상교육제도를 도입하기 시작하면서 1970년부터는 모든 대학에서 등록금이 사라졌다.

하지만 대학 시설이 급증하는 학생수를 따라잡지 못해 강의실 부족 사태까지 겪게 되자 1990년대 중반부터 등록금 재도입 논쟁이 벌어지기 시작했다. 이 논쟁은 2005년 1월 연방 헌법재판소가 대학생들에게 학비를 받을 수 없도록 한 연방 대학기본법 규정이 주 정부 고유 권한인 대학정책권을 제한해 위헌이라고 결정하면서 새로운 전기를 맞았다.


 헌재 판결 이후 2006년 겨울학기부터 일부 주에서 등록금을 걷기 시작했다. 현재 대학 학비가 있는 주는 니더작센, 노르트라인베스트팔렌, 바덴뷔르템베르크, 바이에른, 함부르크 등 5곳으로, 이는 독일 전체 대학생의 60%에 해당한다. 물론 학기당 평균 500유로(한화 약 80만원)에 불과하고 대중교통 무료 이용 혜택까지 감안하면 이마저도 큰 부담이라고 말하긴 힘든 수준이다. 거기다 등록금 폐지를 주장하는 항의가 계속되자 연방정부와 주정부에선 장학금이나 학자금 보조를 대폭 확충했기 때문에 돈이 없어서 학교에 다니지 못하는 경우는 거의 없다고 할 수 있다.


하이델베르크대학 중앙도서관 모습. 하이델베르크대학은 1386년 설립된 대학으로 독일에서 가장 오랜 역사를 자랑한다. 아래 사진은 중앙도서관 조감도




여기서 곰곰히 다시 한번 생각해 볼 점이 있다. 독일 교육의 그림자는 없을까?
세계적인 수준과 사실상 무상에 가까운 여건에도 불구하고 독일에서 대학은 ‘있는 집 자제가 가는 곳일 뿐’이라는 인식이 여전히 남아 있다. 왜?

대학 진학률은 2007년 34%에 불과했고 정부가 고급인력 확대 정책을 펴면서 그나마 지난해 40%를 겨우 넘어섰다.  ‘개천에서 용이 나지 않는다’는 것을 잘 아는 이민자 가정 등 하층계급 출신들이 교육을 통한 계급상승을 꿈꾸지 않기 때문에 나타난 결과다. OECD 보고서에서도 독일은 사회계층에 따른 학교 성적 차이가 가장 상관관계가 높은 국가로 나타난다.


 독일은 초등학교 4년을 마치고 나면 김나지움, 레알슐레. 합트슐레 등 세 종류 학교로 진학한다. 여기서 인생 경로가 어느 정도 정해진다고 할 수 있다. 불필요한 경쟁에 따른 사회적 비용을 줄이고 적성을 찾아준다는 장점도 있다. 하지만 결과적으로 상류층 자녀들은 김나지움으로 몰리고 이들은 곧바로 대학에 가는 반면, 이민자 자녀들 대부분이 일종의 실업계 학교인 합트슐레로 몰리면서 합트슐레가 슬럼화되는 결과를 초래한다.

합트슐레는 특히 직업교육을 하는 곳이 줄어들면서 졸업생들이 곧바로 청년실업자로 전락하고 있어 갈수록 문제가 심각해지고 있다. 부모의 재산과 지위 정도가 학교 선택에 영향을 미치고 이는 대학진학률과 직업선택을 좌우하면서 계급구조를 더욱 고착시키는 양상이다. 


 하이델베르크대 심리학과 박사과정으로 이민자 문제를 연구한 심가영씨는 “독일에서 이민자 인구가 250만명에 이르지만 대학생은 별로 없는 실정이다. 특히 의대나 치대 법대 등에선 극소수다.”면서 “등록금이 없어서가 아니라 ‘보이는 장벽’이 존재하기 때문이다.”라고 주장했다.

그는 “독일의 오랜 계급구조가 지금도 이어지고 있다.”면서 지난해 함부르크에서 벌어졌던 논쟁을 예로 들었다. 당시 일부에선 초등학교를 6년제로 바꾸자고 주장했다. 기초교육을 더 많이 받도록 해서 계급에 따른 교육 격차를 줄여보자는 취지였지만 결국 부결됐다. 반대 논리인 ‘우리 자녀들에게 라틴어를 기회를 빼앗길 수 없다’가 먹혔기 때문이다. 심씨는 “독일은 복지제도는 잘 갖춰져 있지만 여기에 ‘교육’이 빠졌다. ‘교육 없는 복지’는 사회통합을 해치고 양극화를 심화시켜 결국 민주주의를 위협한다.”고 우려했다. 


 변화 흐름이 없는 건 아니다. 최근 독일에선 올해 최고의 학교로 괴팅엔에 있는 한 게잠트슐레(Gesamtschule)가 뽑힌 것이 화제가 됐다. 김나지움, 레알슐레, 합트슐레 세 학교를 통합한 게잠트슐레는 세 그룹 아이들이 함께 어울려 공부하는 독특한 학교형태다.

게잠트슐레는 독일에서도 소수에 불과하고 가뜩이나 보수적인 학부모들은 공부 잘하는 아이들 성적만 떨어뜨릴 것이라며 불만이 많은 게 현실이었다. 하지만 ‘상식’을 깨는 결과가 나오면서 학생 다양성과 기존 교육제도에 대한 논의를 일으킬지 주목된다.


Trackback 0 Comment 1
  1. 심가영 2011.06.30 06:34 address edit & del reply

    좀 더 내용을 명확히 한다면 이민자들이 교육을 통한 계급상승을 꿈꾸지 않는다는 것 보다는,,, 꿈은 꾸나 꿈을 현실로 이룰만한 cultural, social capital이 부족하다고 봐야합니다. 실제로 독일의 많은 이주자들은 자식들이 김나지움에 올라가 공부를 하기를 바라지만 학교가 분할될 때 쯤에는 실력면에서 이미 일반 독일아이들을 따라잡을 수 없는 경우가 많고 고등교육 경험이 없는 다수의 노동자출신의 부모입장에서는 어떻게 아이들에게 실질적으로 도움을 줄 수 있는지 몰라 어려움을 겪는 사례가 많답니다. 독일이 그 자신을 이민국가라고 자인하기까지 오랜 시간이 걸리다보니 이런 문제들을 인식하고 민첩하게 대응하는 것이 상대적으로 지체가 되었다고 봐야합니다 (이제 뒤늦게 문제가 커져 다양한 해결방안이 모색되고 있지만 말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