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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신교 이번엔 중동에서 ‘모스크 땅밟기’ 파문

종횡사해

by betulo 2011. 6. 14. 05: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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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국내 개신교 교회와 선교단체회들이 중동에 있는 유서깊은 모스크를 방문해 그 주변을 돌면서 모스크가 무너지기를 기도하는 이른바 ‘땅밟기’ 선교활동을 광범위하게 해 왔던 것으로 드러났다.

이들은 오는 여름에도 개신교회들이 경쟁적으로 대대적인 단기선교 활동을 중동에서 벌일 예정인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안전문제는 뒷전이다. 가령 소망교회 홈페이지 자료실에는 현지에서 발생하는 정신적 육체적 경제적
책임이 본인에게 있으며 본 교회와 무관하다는 내용의 서약서 양식까지 올라와 있다. 

땅밟기란 지난해 10월 ‘봉은사 땅밟기’ 파문을 통해 일반에 알려진 공격적 선교방식이다.
땅밟기는 그 유래가 된 구약성경 여호수아기에 나오는 요르단강 서안 예리코 성을 함락시켰다는 전설에서 보듯 기본적으로 상대방을 멸망시키겠다는 관념을 바탕에 깔고 있다. 이 때문에 개신교 안에서도 논란이 되는 선교방식이다. 심지어 중동에 장기간 체류하며 ‘특수 사역’을 하는 목사나 선교사들조차도 역풍을 우려할 정도다.

 중동에서 목회활동을 하는 한 목사는“쉽게 말해 영적으로 강한 곳, 주로 역사가 오래된 모스크에 가서 회랑을 밟고 지나가면서 우상이 무너지라고 ‘기도사역’을 한다.”고 증언했다. 그는 “보통 대학생들로 구성된 교회 청년부가 단기선교의 주축이다보니 여름철에 집중적으로 땅밟기를 한다.”면서 “오는 여름에도 수십명, 많게는 수백명씩 중동을 찾을 것으로 알고 있다.”고 말했다.

아부다비 그랜드 모스크


그랜드 모스크 전경


중동에서 활동하는 목사와 선교사들의 증언을 종합한 결과 이들 단기선교팀은 주로 대학생 등 청년부가 주축을 이루며 역사가 오래된 모스크를 찾아 주변을 돌면서 ‘우상이 무너지길’ 기도한다. 특히 입국절차도 간편하고 랜드마크로 유명한데다 일반 관광객들에게 개방하는 아랍에미리트 수도 아부다비의 ‘그랜드 모스크’가 대표적인 표적인 것으로 알려졌다.

모스크를 건립한 전 대통령의 이름을 따 정식명칭이 셰이크 자이드 빈 술탄 알 나하얀 모스크인 ‘그랜드 모스크’는 아부다비의 대표적인 랜드마크로 축구장 6개에 해당하는 5만평방미터 넓이에 4만명이 동시에 기도를 할 수 있는 규모를 자랑한다. 1980년대부터 건립을 계획해 1996년부터 건축을 시작했으며 20억 디르함이라는 건설비용을 들인 끝에 2007년부터 일반에 공개하기 시작했다. 관광객에게 개방하는 유일한 모스크다.

이 목사는 “땅밟기라는게 특정 종교가 세상에서 없어지기를 바라는 마음이 없다고 할 순 없다.”면서 “무슬림들이 알면 분위기가 안좋아질수 있으니까 보통 두세명씩 조심스럽게 땅밟기를 한다.”고 덧붙였다.

 중동권 국가 시내 거리에서 떼를 지어 통성기도를 해서 현지인들을 당황스럽게 만드는 경우도 있다. 익명을 요구한 한 선교사는 “몇 해 전 90명이 넘는 단기선교팀이 이집트에서 카이로 거리에서 통성기도를 한 적이 있다.”면서 “예수님 믿으면 천국 가고 이슬람 믿으면 지옥간다고 적은 영문 전단지에 교회와 대사관 주소와 전화번호까지 버젓이 적어 시민들에게 뿌리는 걸 보고 충격을 받았다.”고 말했다.

개신교 매체 보도에 따르면 한 단기선교팀 소속 젊은이들은 카이로 시내 중심가 한 식당에서 피자를 시켜놓고 이집트 백성들을 축복하고 악한 영들을 대적한다며 통성기도를 하기도 했다. 외국에서 ‘한국식 기도’(Korean Pray)로 알려진 통성(通聲) 기도는 제3자가 보기에 큰 소리로 울부짖는 것으로 보여 특히 이질감을 느끼게 한다.


 한국 개신교의 선교 방식은 보기에 따라 극성스러울 수도 있고 열정적일 수도 있다. 그렇다면 실제 효과는 어느 정도일까. 익명을 요구한 한 선교사는 “현지에서 어렵게 만들어놓은 우호적 분위기가 단기선교 한 번이면 물거품이 된다.”면서 “현지와 협의없이 보여주기식으로 보내는 단기선교단은 오지 말아달라고 권하고 싶다.”고 털어놨다.

아랍에미리트 정부 승인을 받아 합법적으로 목회 활동을 하는 한 목사는 “국내 한 교회 신도 30여명이 쿠웨이트로 단기선교를 가려고 했는데 현지에 있던 한인교회 목사가 오지 말라며 거절한 적도 있다.”는 일화를 소개하기도 했다.

 
김선일 사건, 아프간 피랍사태 재발하지 말란 보장 없다

 지난 2007년 아프가니스탄 피랍사태와 같은 안전문제가 발생할 소지도 높아지고 있다. 익명을 요구한 한 선교사에 따르면 2008~2009년 사이에 예멘에서는 단기선교를 하던 개신교인들이 한꺼번에 추방된 적이 있다. 국내 한 개신교 매체 보도에 따르면 2006년에는 단기선교를 위해 땅밟기를 위해 이란을 방문해 모스크 주변을 되풀이해 돌다 현지 경찰에 붙잡혀 곤욕을 치르기도 했다.

2009년에는 한 선교단체 소속 목사와 신도 40여명이 분쟁지역인 러시아 다게스탄을 방문해 러시아 주재 한국대사관 등에 비상이 걸린 적도 있었다. 다게스탄은 러시아를 상대로 독립전쟁을 벌이고 있는 체첸과 인접한 자치공화국으로 외교통상부가 여행제한지역으로 지정한 곳이다.


 하지만 단기선교단은 물론 장기간 활동할 선교사도 경쟁적으로 파견하는 대형교회들은 정작 현지에서 발생할 수 있는 안전문제를 개인의 책임으로만 돌리는 경우도 있다.

가령 소망교회 홈페이지에 따르면 이 교회는 단기선교를 갈 때 “단기선교는 문화와 환경이 다른 곳이므로 개인에 따라 문화적응 및 환경적응이 다름을 상기시켜 드립니다. 이로 인해 발생하는 모든 육체적·정신적 및 경제적 책임이 본인에게 있으며 본 교회와 무관함을 알려드립니다.”라는 ‘안전에 대한 서약’을 받도록 하고 있다.


소망교회 홈페이지 화면


위 소망교회 홈페이지 자료실에서 내려받은 서약서 내용 캡쳐


 
현지 무슬림들, “선교를 왜 해요?”

 중동에서 장기간 활동하는 개신교 목회자들이 단기선교에 회의적이라곤 하지만 그들 역시 이슬람을 개종 대상으로 삼는 태도는 다르지 않다. 한 선교사는 이와 관련, “지난 2000년 사우디아라비아에서 이슬람 종교지도자들이 회의를 열고 ‘2020’ 장기비전을 결정했다.”면서 “이에 따라 이슬람은 한국을 집중공략 대상국으로 정해 한국을 이슬람화하기 위해 선교사를 파견하는 등 심혈을 기울이고 있다.”고 강조했다.

이슬람의 ‘정신적 침략’에 맞서야 한다는 이런 인식은 한국 개신교에서 널리 퍼져 있는 일종의 ‘상식’이라고 했다. 하지만 그는 출처를 묻는 질문에 “그 회의결과는 1급기밀이라 결정문을 공개하지 않는다.”고 말해 1차자료를 확인하진 못했으며 “이슬람에 정통한 목사의 강연을 통해” 알게 됐다고 밝혔다.


 이에 대해 취재 과정에서 만난 현지 무슬림들은 선교를 하는 이유 자체를 이해할 수 없다는 반응을 보였다.

 먼저 이슬람 대다수를 차지하는 수니파는 성직제도 자체가 없기 때문에 ‘종교지도자’라고 할 만한 존재가 없다. 이슬람 신학자가 있기는 하지만 여러 학파로 나눠져 있어 이들이 비밀리에 한자리에 모여 그렇게 중요한 결정을 했다는 것 자체가 말이 안된다는 것이다. 무슬림들에겐 ‘선교’라는 개념 자체도 생소하다.

한국을 방문한 경험이 있는 한 이집트인은 “한번이라도 ‘무함마드 안 믿으면 지옥간다’고 말하는 걸 들어본 적이 있느냐.”면서 “천국이란 선한 행실에 대한 보상으로 가는 곳일 뿐”이라고 꼬집었다. 한 카이로 시민은 “선한 행동으로 모범을 보여준다면 주변에서 그가 믿는 종교에 호감을 갖고 그의 말에 귀를 기울이게 될 것이다. 믿음은 억지로 되는 게 아니라는 게 코란의 가르침”이라고 말하기도 했다.


 중동 전문가인 서정민 한국외대 국제지역학대학원 교수는 "선교는 개인의 자유니까 그것까지 뭐라 할 수는 없겠지만, 선교를 하더라도 중동에 대한 기본적인 이해는 좀 했으면 좋겠다."며 답답하다는 반응을 보였다.

그는 “중동에서 이슬람은 단순히 개인의 믿음이면서 동시에 과거 한국에서 유교가 그랬던 것처럼 사회의 근간을 이루는 공식적·비공식적 제도라고 할 수 있다.”면서 “그들이 한국 선교사를 경계하는 것은 한국 선교사들이 자신들의 사회시스템을 적대시하고 해악을 끼치는 것으로 비치기 때문”이라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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