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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산생각/해외 재정문제

'달러의 역설'이 부른 미국 정부부채 한도 초과

by 자작나무숲 2011. 5. 18.


무한정 찍어 내는 돈으로 언제까지고 소비를 즐길 수 있는 국가가 존재할까. 적어도 지금까진 미국이 그런 나라였다. 하지만 이젠 상황이 달라지고 있다. 달러헤게모니를 유지하려는 미국으로서는 부채를 줄이기도 쉽지 않지만 지금 방식으로 언제까지 재정운용이 가능하겠느냐는 우려도 높아진다.

디폴트 가능성은 낮지만...

 미국 재무부는 16(현지시간) “연방정부 부채가 법정 한도인 142940억 달러에 도달했다.”면서 이에 따라 투자억제를 위한 조치를 시작했다.”고 밝혔다. 재무부는 이날 총 720억 달러의 채권과 지폐를 발행, 이날 부로 법정한도를 넘어섰다.


5월 16일 미국 뉴욕 타임스 스퀘어 인근에 있는 국세청 벽에 있는 전광판에 미국 연방정부 부채액 14조 5244억 7398만 8957달러와 가구당 부담액 12만 2921달러가 표시돼 있다.

티머시 가이트너 재무장관은 의원들에게 보낸 서한을 통해 채권발행유예를 선언하며 채무한도 증액을 압박하고 나섰다. 그는 미국의 신뢰도를 보호하고 국민이 겪을 수 있는 재앙을 막기 위해 채무한도를 증액해야 한다.”면서 의회가 협조해 주지 않으면 국가적 재앙에 직면할 수 있다고 경고했다.

 미국이 부담해야 할 이자비용만 월 1300억 달러나 된다. 일각에선 자연스레 미국이 채무상환 불이행(디폴트)에 몰리는 것 아니냐는 위기설이 흘러 나온다. 하지만 대다수 전문가들은 실제 디폴트 가능성은 거의 없다고 본다.

의회가 결국엔 채무한도 증액에 합의할 가능성이 높은 데다 설령 정부 요청을 당장 받아주지 않더라도 연방준비제도이사회(연준·Fed)에 예치해 둔 현금 1000억 달러와 2000억 달러 규모의 특수목적 차입을 일시 중단하는 조치 등을 통해 8월까지 시간을 벌 수 있다. 그 이후에도 4000억 달러어치 금과 800억 달러어치 석유 등 선택할 수 있는 수단은 많다.

 정작 더 큰 문제는 현 상황이 미국의 쇠락을 보여주는 징표로 비친다는 데 있다. 세계를 호령하는 유일 초강대국이 알고 보니 빚더미 위에 위태롭게 서 있다는 사실을 각인시키는 자체가 미국의 위상을 떨어뜨리는 것이다.

딜레마에 빠진 달러헤게모니

 상황이 이렇게 된 근원에는 달러가 미국이라는 한 나라의 통화인 동시에 전세계의 기축통화로 기능하면서 발생하는 긴장관계가 존재한다. 달러를 국제 기축통화로 삼는 현 국제경제질서는 달러가 국제시장에서 신뢰를 잃는 즉시 붕괴할 수밖에 없다.

미국은 달러를 계속 찍어 내 유동성 부족을 막아야 한다. 그러지 않으면 한국이나 중국 같은 무역상대국의 경상수지를 악화시켜 세계경제 위축으로 이어지기 때문이다. 미국의 무역흑자는 세계 유동성 부족으로 이어지기 때문에 미국에 경상수지 적자는 필연적이다.

 하지만 경상수지 적자가 계속되면 달러가 세계시장에 너무 많이 풀리면서 달러 가치가 떨어져 기축통화로서 신뢰도가 떨어지게 된다. 바로 미국의 대외부채가 지나치게 많아지면서 달러가치가 하락하고 이는 다시 미 국채 금리 상승으로 이어지는 것이 현 상황의 핵심이다. 현재 미국은 달러의 역설을 표현한 트리핀의 딜레마에 빠져 있다.

 로널드 레이건 행정부 이후 쌍둥이적자(경상수지 적자와 재정적자)에 시달리자 미국은 1993년 이후 강한 달러 정책을 통해 딜레마를 해결하려고 했다. 무역적자 축소는 사실상 포기한 채 재정적자 감소를 통해 달러 헤게모니를 유지하는 전략이었다.

실제로 빌 클린턴 행정부는 재정흑자 달성에 성공하기도 했다. 하지만 조지 W 부시 행정부 들어 대규모 감세와 아프가니스탄·이라크 침공으로 재정적자가 다시 폭증한 데다 금융위기까지 맞았다. 2006년 당시 국내총생산(GDP) 대비 63.9%였던 연방정부 부채가 올해는 102.6%5년만에 두배 가까이 늘어났다.

 미국뿐 아니라 미국의 소비에 기대 경제성장을 도모했던 세계 각국은 이제 선택을 강요받고 있다. 먼저 미국은 부채한도를 상향조정하고 무역적자를 지속하는 대신 각국은 미 국채를 계속 구입하는 식으로 세계경제를 떠받치도록 하는 방법이 있다. 하지만 미국이 얼마나 더 경상적자를 감당할 수 있을지 의문이 높아진다.

미국에 허리띠를 졸라매라고 요구하는 것은 심각한 경기침체를 각오해야 가능하다. 과거 존 케인스 등이 주창했던 것처럼 새로운 국제 기축통화를 창설하거나 유로화 등 지역단일화폐체제로 가는 방안도 있다. 이는 전후 국제질서를 통째로 뒤집는 결과를 초래한다.

**전체정부=연방정부+주정부+지방정부 **순부채란 전체정부가 발행한 총부채에서 정부기관(사회보장 시스템, 예금보험공사, 실업보험 등)이 보유한 국채 등을 제외한 것을 말한다.


<트리핀 딜레마>

달러의 역설50년도 더 전에 경고한 학자가 있었다. 벨기에 출신으로 예일대 교수였던 로버트 트리핀은 1960년 미 의회 증인으로 출석했다. 그는 미국이 경상적자를 허용하지 않고 국제 유동성 공급을 중단하면 세계 경제는 위축될 것이지만, 반대로 재정적자 상태가 지속돼 달러화가 과잉 공급되면 달러화 가치가 하락해 준비자산으로서 신뢰도가 떨어지고 브레턴우즈체제도 붕괴될 것이라고 예언했다. 바로 트리핀의 딜레마.

 미국이 그가 생각하기에 대안은 달러가 아닌 별도의 국제기축통화를 새로 만드는 것이었다. 결국 달러가 기축통화가 되는 국제통화시스템의 태생적 한계를 지적하면서 국제공용 기축통화를 새롭게 만들어야 한다는 것으로, 이는 존 메이너드 케인스가 생전에 브레턴우즈체제 창설 당시에도 강하게 주장했지만 미국이 거부했던 방안이기도 했다.

 미국 정부는 트리핀의 경고를 1971년까진 철저히 외면했다. ‘트리핀의 딜레마가 주목을 받게 된 것은 1971년 리처드 닉슨 미 대통령이 금태환 정지를 선언하면서 전후 국제경제를 지탱하던 브레턴우즈 체제가 붕괴되면서부터다. 트리핀 교수는 미국의 정책에 항의하며 1977년 미국 시민권을 버리고 고향으로 돌아갔다. 트리핀은 이후 남은 여생을 유럽단일통화 창설을 위해 매진했다.

 트리핀의 딜레마2007년부터 전세계를 강타한 미국발 금융위기 이후 다시 한번 주목을 받고 있다. 저우샤오촨 중국인민은행 행장은 지난 20093트리핀의 딜레마에 갇힌 달러화 대신 국제통화기금의 특별인출권(SDR)을 기축통화로 택해야 한다.”는 주장을 폈다. 일국의 통화가 아닌 상호신용에 의한 국제통화면 금환본위제, 즉 달러본위제의 모순을 해결할 수 있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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