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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횡사해/아랍의 봄

리비아 사막에서 길을 잃다

by betulo 2011. 4. 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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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215일 최초로 시위가 벌어지고 한동안은 모든게 분명해 보였다. 시위는 민주화시위, 반정부군은 시민군이었다. 민주화를 요구하며 거리로 뛰쳐나온 (용감한) 민주시민들을 잔인하게 진압하는 (사악한) 독재자. 리비아는 19805월 광주와 겹쳐졌다.

 전형적인 민주 대 반민주로는 제대로 해석이 안되는 구도가 보이기 시작한 건 3월부터였다. 비행금지구역 설정을 넘어 무력개입 얘기까지 흘러나왔다. 유엔 안전보장이사회를 거치지 않는 인도적 지원에 이르러서는 프레임 자체를 새로 구성해야 했다. 러시아투데이가 보도한 한 전직 영국 정보기관 간부 말마따나 모든 인도적 지원 조치는 결국 대규모 침공을 위한 변명에 불과할 수 있기 때문이다.

 시위 당시부터 리비아 상황을 되짚어보자. 벵가지 등에서 시위가 발생하고 경찰이 진압하는가 싶더니 곧바로 총을 든 시민군일색이다. 국가임시위원회가 결성된게 227일이었다. 시위 발생 보름도 안돼 내전에 돌입했다. 카다피가 독재자인것도 맞고 인권탄압한 것도 맞겠지만, 상황이 이렇게까지 급변하는 데는 조직적인 부족 정치와 부족간 갈등이 주요 요인이지 않았을까.

 

반군지도부는 어떤 사람들인가

리비아 반군세력의 구심체로 알려진 국가위원회는 
3월 23일 임시정부를 구성하고 마흐무드 지브릴(59)을 총리로알리 타루니(60)를 재정·경제정책 책임자로 임명했다리비아 제2도시 벵가지를 거점으로 동부를 장악한 반군세력이 독자적인 정부 구성에 박차를 가하면서 리비아가 21세기 최초의 분단국가로 될 가능성이 갈수록 높아지고 있다.

 반군측은 새로운 정부 모양새를 갖춰나가는 동시에 세속적인 민주주의를 구현하겠다고 선언하는 등 무아마르 카다피 정권과 차별화를 시도하고 있다이들이 추구하는 국가 정체성도 국제사회에 모습을 드러내고 있다가장 먼저 눈에 띄는 것은 지브릴 임시총리와 타루니 재정·상업위원장 모두 미국식 사고방식에 익숙한 인물들이라는 점이다각각 피츠버그대학과 미시간 대학에서 박사학위를 받은 미국 유학파다.

 타루니 위원장이 미국에서 금융과 경제 전문가라는 점은 향후 반군세력의 경제정책이 카다피와 정반대로 미국식 자유시장경제에 치우칠 가능성을 시사한다카다피는 1969년 쿠데타로 전제군주를 몰아낸 뒤 외국자본이 장악했던 석유산업을 국유화하는 등 강력한 자원민족주의를 견지해왔다외신들은 벵가지 출신인 타루니는 미국 워싱턴대 포스터 비즈니스 스쿨에서 교수로 재직하면서 카다피 반대 운동에도 활발히 참여해왔다고 전했다.

 

 미국·영국 등이 지난달 19일 리비아에 대대적인 공습을 시작하기 전부터 특수요원 등을 리비아에 잠입시켜 첩보를 수집하는 등 비밀작전을 전개해온 정황이 속속 드러나고 있다. 정보기관을 활용한 비밀작전은 이미 아프가니스탄 등에서 책임소재와 민간인 살해 등으로 논란의 대상이 된 바 있다. 더구나 이번 리비아 작전은 무아마르 카다피 리비아 국가원수 축출을 공식 목표로 삼지 않는 점도 논란이 될 것으로 보인다.

 미국 일간 뉴욕타임스는 정부 관계자를 인용해 미국 중앙정보국(CIA) 요원들이 몇 주 전부터 리비아에 암약하며 비밀작전을 수행해온 것으로 드러났다고 330일 전했다. 로이터통신도 버락 오바마 대통령이 2~3주 전에 리비아 반군을 은밀히 지원하도록 허가하는 비밀명령에 서명했다고 이날 보도했다.

 뉴욕타임스에 따르면 CIA 비밀요원들은 319일 다국적군 공습이 있기 전부터 이미 다국적군 군사작전을 지원하기 위한 정보를 수집했다. 무아마르 카다피 리비아 국가원수와 내전을 벌이고 있는 반군과 접촉해 지도부의 면면과 조직의 충성도 등도 점검했다.

 
미 정부 관계자는 이들의 활동을 통해 카다피 은신처나 군부대 집결지 위치 같은 정보를 확보하면 리비아 정부군을 약화시키는데 도움이 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했다. 최근에는 영국 특수부대(SAS) 소속 군인들과 비밀정보국(MI6) 요원들도 리비아에 잠입해 첩보수집과 공습 목표물 확인 등 작전을 수행중이라는 사실이 영국 언론을 통해 알려지기도 했다.

 제이 카니 백악관 대변인은 비밀작전 보도에 대해 정보 업무라며 긍정도 부정도 하지 않았다. 하지만 반군에 무기를 지원하기로 했다는 보도에 대해서는 아직 아무것도 결정하지 않았다며 관련 내용을 부인했다. 오바마 대통령은 329일 주요 방송사들과 인터뷰하면서 다국적군은 카다피 체제를 축출하는 것을 목표로 하며 리비아 국민을 지원하기 위해 할 수 있는 모든 대안을 검토하고 있다.”며 반군에 대한 무기지원 가능성을 시사한 바 있다.

하늘은 다국적군이 완전히 장악했지만 지상군만 놓고 보면 여전히 정부군이 반군을 압도하는 양상이 계속되고 있다. 이런 가운데 알자지라 방송은 반군 대원들이 미국과 이집트 특수부대한테서 군사훈련을 받고 있다고 42일 보도했다.

 
익명을 요구한 반군 관계자는 자신이 리비아 동부에 있는 한 비밀 시설에서 미국과 이집트 특수부대원들한테 로켓 사용법을 비롯한 군사훈련을 받은 사실을 증언했다. 반군 직접 지원 문제는 미국 정부와 의회에서도 결론이 나지 않은 상태다.

 이와 관련 공화당 소속 마이크 로저스 미 하원 정보위원장은 리비아 반군에 무기를 제공하는데 반대한다.”면서 반군의 실체가 불분명하다.”는 점을 근거로 들었다. 그는 리비아 반군이 누구를 적으로 삼는지는 쉽게 알 수 있지만 그들이 옹호하는 세력이 누구인지 이해하기는 쉽지 않다.”고 꼬집었다. 

전체적인 상황을 고려하면 리비아 사태는 다른 중동국가들의 민주항쟁과는 상당히 다른 양상이다. 단순한 민주 반민주 구도는 처음부터 불확실했다. 현재는 지역간 혹은 부족간 내전에 외세 개입이 복잡하게 얽혀있다.

상황이 처음부터 불분명했는데 다국적군은 카다피 제거를 위해서인지 민간인 보호를 위해서인지 목표도 모호한 무력개입을 시작했다
. 이 글을 쓰는 나 자신이나 오바마, 캐머런, 사르코지에게 공통점이 있다면 리비아 사막 한가운데서 신기루에 홀려 길을 잃었다는 점이다. 오아시스를 향해 힘껏 달려갈수록 이 길이 아닌가벼?” 하는 소리만 가득하다.

국가지도자와 형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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