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게릴라 출신 여성대통령 호세프, 브라질판 '서혜림'

취재뒷얘기

by betulo 2010. 11. 3. 00: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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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복한 집안에서 태어난 한 소녀가 쿠데타를 일으킨 군사독재정권에 맞서 총을 들었다. 체포와 고문, 3년에 걸친 투옥을 거친 뒤 브라질에서 가장 가난한 시에서 재무국장을 지내며 정치인으로 거듭났다. 에너지부장관과 수석장관을 거치며 강단있는 여성 정치지도자로 성장했다. 그리고 브라질 역사상 첫 여성대통령으로 우뚝 섰다. 

지우마 호세프 브라질 대통령 당선자는 브라질이 왕정을 폐지하고 공화정을 시작한지 121년만에 첫 여성 대통령이다. 게다가 좌파정부 8년 동안 압도적인 결과로 정권재창출에 성공함으로써 21세기 좌파의 새로운 중심으로 떠오르는 남미 정치를 주도하는 위상을 부여받았다. 하지만 고질적인 양극화와 교육문제 등 산적한 과제도 만만치 않다.

좌파정치의 새로운 중심, 남미

 남미는 21세기 이후 좌파 정당들이 잇따라 집권하면서 전세계 좌파정치의 새로운 중심으로 부상했다. 지금도 남미 12개국 가운데 콜롬비아와 페루, 칠레를 뺀 9개국에 좌파 세력이 정권을 잡고 있다. 그 중에서도 남미 대륙의 48%를 차지하고 인구가 2억명이나 되는 브라질은 2003년 노동자당(PT)이 정권교체를 이룬 이후 남미 좌파정치를 주도하고 있다.

 지난 1월 칠레에서 결선투표 끝에 우파 정부가 승리하고 5월에는 콜롬비아에서 우파정부가 정권재창출에 성공하면서 일부에선 우파가 부활하는 것 아니냐는 전망도 나왔다. 하지만 브라질에서 노동자당이 큰 격차로 정권재창출을 달성하면서 좌파 대세론이 앞으로도 상당 기간 계속될 것으로 보인다.

 브라질 대선이 남미공동시장(메르코수르)과 남미국가연합을 활성화시키는 기폭제가 될 것이란 전망도 나온다. 루이스 이나시우 룰라 다 시우바 현 대통령과 호세프 당선자 모두 메르코수르를 강화해 궁극적으로 남미 경제통합을 이뤄야 한다고 본다.


호세프의 남다른 인생역정

호세프는 1947년 불가리아 출신 이민자 후손 집안에서 태어났다. 고등학생 시절이던 1964년 쿠데타가 일어난 뒤 1985년까지 브라질은 군사독재정권을 겪었다. 호세프는 1967년 반정부 무장투쟁 조직에 가입했다. 1970년 체포돼 3년간 수감생활을 하며 고문을 당하는 등 고초를 겪었다.

출감 뒤 대학에서 경제학 박사과정을 수료했다. 1986년부터 2002년까지 포르투 알레그레 시정부와 리우그란데두술 주정부에서 재무국장과 에너지부 장관 등을 역임하며 행정 경험을 쌓았다. 2001년 노동자당(PT)에 입당한 뒤 이듬해 대선에서 룰라 캠프의 에너지정책을 입안했다. 에너지장관을 거쳐 2005년 한국의 총리에 해당하는 수석장관으로 국정을 총괄했다. 


아울러 남미 12개국이 참여하는 남미국가연합을 명실상부한 지역 국제기구로 위상을 강화하자는 입장을 견지해왔다. 미국에 맞서 남미가 뭉쳐야 한다는 구상은 남미 좌파정당들이 오랫동안 주장해온 것이기도 했다. 최근에는 콜롬비아와 칠레, 페루도 남미국가연합에 적극적으로 참여하겠다는 의지를 보이는 점도 호세프의 구상에 힘을 실어주고 있다.

 메르코수르와 남미국가연합은 룰라 대통령이 의욕적으로 추진해온 ‘남남(南南) 외교’와 밀접히 연관된다. 룰라 대통령은 러시아, 인도, 중국과 정기적인 브릭스(BRICs) 정상회담을 개최하고 미국이 이란제재를 주도할때 대놓고 반대표를 던지는 등 국제무대에서 입지를 넓혀왔다. 세계은행과 국제통화기금(IMF) 개혁을 요구하고 금융거래세를 부과하는 등 국제경제에서도 전략적인 행보를 이어가고 있다. 호세프 당선자는 룰라 대통령의 정책을 충실히 계승할 것으로 보인다.

 한때 부침을 거듭하는 경제 때문에 ‘롤러코스터’라는 별명이 붙었던 브라질 경제가 룰라 대통령 임기 동안 성장기반을 갖춘 것은 호세프 당선자에게 커다란 힘이 될 것으로 보인다. 브라질은 룰라 대통령이 대통령에 당선됐을 당시 국가부도 위기설까지 나왔지만 적극적인 분배정책을 통해 빈곤층을 줄이고 중산층을 늘린 덕분에 2003년부터 2008년부터 연평균 5% 가까운 성장세를 이어갔다.

호세프 당선자 역시 오는 2014년까지 최저임금 510헤알(약 34만원) 이하 극빈층을 완전히 없애고 서민주택 200만호를 건설하겠다는 공약을 내거는 등 강력한 소득분배정책을 예고했다.

소득분배와 교육 문제 과제 산적

 국내 문제 가운데 호세프 당선자가 직면한 가장 시급한 과제는 소득분배와 교육을 꼽을 수 있다. 브라질은 현재 세계 8위 경제규모를 자랑한다. 하지만 1인당 국내총생산(GDP)으로 보면 2006년 5830달러에서 올해 9697달러(추정)로 두 배 가까이 늘었음에도 여전히 72위에 불과하다. 1960년대 40%대였던 문맹률은 이제 10% 이하로 낮아졌지만 전반적인 교육수준은 여전히 낮은 실정이다.

 독일 지구·지역연구재단 라틴아메리카연구소 데틀레프 놀테 연구원은 BBC방송과 인터뷰에서 “브라질이 진정한 선진국이 되려면 부유층과 빈곤층 사이에 존재하는 격차를 줄이는 것이 관건”이라고 강조했다. 배리 에임스 피츠버그대학 정치학과 교수도 “브라질의 주요모순은 바로 빈부격차”라면서 “불평등은 경제성장을 가로막고 높은 범죄율과 치안 불안정을 유도한다.”고 지적했다. 그는 이어 “브라질 정부가 추진하는 건강보험 개선과 공중위생·상수도 공급, 소득재분배 정책이 빈부격차를 줄이는데 큰 효과를 발휘하고 있다.”고 평가했다.

호세프는 룰라 대통령과 함께 오는 11일 주요 20개국(G20) 서울 정상회의에 참석해 국제 외교무대에서 첫 선을 보일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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