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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산생각

소득세율을 통해 본 미국 현대사

by betulo 2010. 1. 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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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한국 조세연구원이 <주요국의 조세제도>라는 연구서 시리즈를 출간하고 있습니다. 현재 미국, 일본, 프랑스, 독일, 중국 등 다섯 권이 나왔습니다.

제가 항상 강조하는 말이 ‘예산은 정치의 최전선’이라는 건데요. 미국 조세제도 설명에서 1913년부터 2008년까지 미국의 연방소득세 세율을 연도별로 보여주는 표를 보는 순간 소득세율 자체가 미국 현대 정치사라는 생각이 들더군요.

먼저 연도별 소득세율과 각 대통령 재임기간을 맞춰봤습니다. 소속 정당에 따라, 당시 경제상황과 국가정책방향에 따라 소득세율이 변화를 거듭합니다.

1913년을 먼저 보지요. 민주당 우드로 윌슨(1913년 3월 4일~1921년 3월 4일)이 대통령이 됐을 당시엔 최저소득세율이 1%, 최고소득세율이 7%에 불과합니다. 다시 말해 2만달러를 버는 사람은 원칙적으로 200달러를 세금으로 내고 50만달러를 버는 사람은 3만 5000달러를 세금으로 낸다는 뜻 되겠습니다. 이건 거의 세금이 없는거나 다름없는 수준이지요.

윌슨 임기에 최고 소득세율이 올라가는 건 말 그대로 ‘세금폭탄’ 수준입니다. 1916년부터 15%로 오르더니 1년 뒤인 1917년에는 67%로 무려 4배가 넘게 올랐습니다. 1918년에는 다시 77%가 됩니다. 하지만 여기서 주목할 것은 최고 소득세율 대상이 1916년에 200만달러 이상 소득자로, 1918년에는 100만달러로 올랐다는 점입니다. 쉽게 말해 ‘부자에게만 세금폭탄’입니다.

루즈벨트 대통령 집권기, 그러니까 ‘뉴딜’ 기간은 소득세 체계가 큰 변화를 겪습니다. 1936년 79%, 1940년 81.1%로 올랐습니다. 폴 크루그먼이 <미래를 말한다>에서 지적했듯이 강력한 누진세를 통한 소득재분배가 본격적으로 시작된 겁니다. 특히 1942년에는 최고 소득세율을 88% 올리면서 동시에 과세대상을 기존 500만달러에서 20만달러로 대폭 낮췄습니다. 2차대전 참전 영향도 있겠지만 놀라운 개혁조치입니다. 전쟁이 한창인 1944년에는 94%까지 올랐는데요. 쉽게 말해 1년에 20만달러를 버는 사람에게 12만 달러를 빼고는 모두 세금으로 거뒀다는 뜻이겠지요.

1960년대 들어 미국은 감세정책을 이용한 민간경제 활성화 정책을 선택합니다. 정부지출 확대를 통한 고용창출이나 고용안정을 추구했던 유럽과는 다른 방식이지요(이상호․김흥종, 2007, 170~174쪽) 1964년 최고 소득세율이 기존 91%에서 77%로,1965년에는 다시 70%로 줄어듭니다. 이때는 린든 존슨 대통령 시절이지요.

미국이 선택한 정책은 의도한 만큼 높은 성장률을 보이지 않을 경우 재정적자를 피할 수 없습니다(이상호․김흥종, 2007, 174쪽). 그런데 1970년대 미국은 경기침체와 함께 사회정책 위기 직면하지요. 조세수입은 줄었는데 실업률은 상승하면서 복지관련 지출은 증가하고 인플레이션 때문에 저소득계층 생활수준은 갈수록 나빠집니다(이상호․김흥종, 2007, 188~189쪽). 

이때 등장한 레이건 정부는 경제정책뿐 아니라 사회정책에서도 미국 역사에서 근본적인 전환점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세계적인 경기침체에 따른 복지위기를 미국은 복지축소와 결합한 노동시장 유연화, 탈규제 전략으로 대응합니다. 이른바 ‘신자유주의’, 쉽게 말해 시장근본주의이지요(이상호․김흥종, 2007, 189쪽).

당시 스웨덴은 적극적인 노동시장정책과 공적 서비스부문의 고용팽창전략을 선택했고, 독일은 전통적인 복지제도와 함께 노동공급을 줄이는 전략을 선택합니다. 정책 선택에 따라 고민꺼리도 달라지지요. 스웨덴은 재정문제, 독일은 높은 실업률과 청년실업, 노동시장의 내부자-외부자 분리문제, 미국은 불평등과 빈곤확대가 새로운 문제로 등장합니다(이상호․김흥종, 2007, 189쪽). 

특이한 건 1980년대 이후 계속해서 복지축소를 강조했지만 복지관련 지출이 실제로 줄어들지는 않았다는 점입니다. 비밀은 결과적으로 미국 복지개혁은 주로 빈곤층을 위한 복지제도만 축소했다는 데 있지요(이상호․김흥종, 2007, 192~194쪽).

오늘날 미국 빈곤문제의 핵심은 1980년대 이후 미국이 선택했던 복지축소, 탈규제, 유연화 정책이 1970년대까지 비교적 약한 수준에서나마 확대되던 복지제도를 축소함으로써 전통적인 자유주의 복지모델의 폐해를 교정할 수 있는 최소한의 수단마저 약화시켜 버렸다는 데 있습니다(이상호․김흥종, 2007, 197쪽)

1981년 역사적인 소득세감면이 있습니다. 바트라(2006: 257쪽)에 따르면 레이건은 평균소득세율을 3년간 25% 내리기로 하는 법을 승인했습니다. “이 법으로 1970년대 14%~70%에 달하던 과세범위가 11~50%로 달라졌다. 다시 말해, 최상위 소득계층의 최고세율은 70%에서 50%, 최하위 소득계층의 최고세율은 14%에서 11%로 낮아졌다.”

당연한 결과로 미국은 이때부터 거대한 예산적자에 시달립니다. 그런데도 레이건은 1986년 소득세 감면 조치를 통해 최상위 소득계층의 소득세율을 28%로, 최하위 소득계층의 소득세율을 10%로 낮췄습니다(바트라, 2006).

(<주요국의 조세제도> 표에 보면 1987년에 11%이던 최저 소득세율은 1988년에 오히려 15%로 올랐습니다. 가히 벼룩의 간을 빼먹은 셈이겠지만 아마도 바트라 교수 말이 맞지 않을까 싶군요. 따로 확인해 보겠습니다.)

1993년 집권한 클린턴 대통령은 취임 후 자신의 임기 말까지 적자를 반으로 줄이겠다는 정책을 발표합니다. 그는 이를 위해 그해 최상위 소득계층의 세율을 31%에서 39.6%로 올리고 최하위 소득계층의 세율을 15%로, 사회보장세 수입을 300억달러 증가시키며 정부지출을 줄이는 것을 목표로 삼았습니다. 이는 조세수입 증가와 정부지출 감소로 각각 2500억 달러씩 마련해 향후 5년간 예산적자를 거의 5천억 달러나 줄이겠다는 내용이었습니다. 이 법안은 상원에서 찬반이 각각 50표씩 나와 고어 부통령이 캐스팅보트를 행사해 통과됐을 정도로 쉽지 않은 과정을 거쳤답니다(바트라, 2006, 156).

클린턴 재임 기간 동안 미국 연방예산은 적은 액수나마 흑자로 돌아섭니다. 하지만 공화당 조지 W. 부시는 향후 10년간 예상되는 흑자의 절반을 이용해 소득세를 대폭 삭감하겠다는 공약을 펼쳤고 실행에 옮기기 시작했습니다. 

부시 정부는 먼저 2001년 최상위 소득계층이 부담하는 소득세율을 39.6%에서 35%로(2003년부터 시행), 하위 소득계층의 소득세율은 15%에서 10%로 낮추는 내용의 법안을 통과시킵니다.(<주요국의 조세제도>에선 2001년부터 10%로 낮아진 걸로 나옵니다.)

<미국의 GDP성장, 법인세율, 최상위소득계층 소득세율 변화>

연대

법인세율(%)

연평균 성장률(%)

최상위소득계층 세율(%)

1950년대

52

4.1

84~92(89)

1960년대

52~48

4.4

91~70(80)

1970년대

48~46

3.3

70

1980년대

45~34

3.1

50~28(39)*

1990년대

35~38

3.1

31~39.6(36)*

2000-2004년

33

2.8

36이하*

출처: 경제자문위원회가 발간한 1988년, 2004년도 「대통령 경제보고서」 1975년 상무부 발간 「식민지시대에서 1970년까지 미국의 역사통계집」 1095쪽. 상무부가 발간한 1981년과 2004년 「미국의 통계요약집」

* : 저자의 추정
(바트라, 2006, 264)

<참고문헌>

래비 바트라, 황해선 옮김, 2006, 『그린스펀 경제학의 위험한 유산』, 돈키호테.

김흥종·신정완·이상호, 2006, 『사회경제정책의 조화와 합의의 도출: 주요 선진국의 경험과 정책 시사점』(연구보고서 06-02), 대외경제정책연구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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