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雜說/자작나무책꽂이

'좌빨 블로거'가 선정한 추천도서 세권

by betulo 2009. 3. 9.
728x90

현실창조공간님의 지령을 받들어 좌빨책 세권을 선정해봤다. 다음 릴레이 주자는 김주완/김훤주님, 이정환님, 우석훈님 되것다. 이 세분께는 블로그 방명록에 따로 글을 남기도록 한다.


에릭 바인하커, 안현실․정성철 옮김, 2007, 『부의 기원; 최첨단 경제학과 과학이론이 밝혀낸 부의 원천과 진화』, 랜덤하우스코리아, 808쪽.

내용은 잘 기억나지 않지만 대학시절 <경제학원론>을 통해, 그리고 끊임없이 들려오는 담론들 속에서 우리에게 아주아주 익숙해진 경제이론들이 있다.

우리만 몰랐을 뿐이지 이 경제이론들이 사실은 오래전에 유통기간이 지난 골동품에 불과하다면 어떤 기분일까. 이 책이 주장하는 내용은 여기서부터 출발한다. 

이 책은 우리가 아는 경제학, 이른바 신고전파 경제학이 “19세기 수학과 물리학에 기초해 학문으로 성립”했지만 그 후 다른 학문 분야의 발전과 고립되어 한계에 다다른 과정과 그 근거를 치밀하게 분석한다. “경제학은 현재까지도 19세기의 인간관, 19세기의 세계관에 갇혀 있었다.”

이 책을 쓴 바인하커는 <복잡계 경제학>이라는 이름으로 복잡계이론과 행동경제학, 진화이론 등 다양한 최신 과학연구성과를 재료로 기존 경제학과는 전제 자체부터가 다른 경제학을 제시하려 한다. 아직 <경제학 원론>만큼 수미일관한 논리체계에는 이르지 못했을지 모르지만 나는 기꺼이 경제학원론 대신 복잡계 경제학을 공부하고 싶다.

신장섭․장하준, 장진호 옮김, 2004, <주식회사 한국의 구조조정 무엇이 문제인가>, 창비, 263쪽.

1997년 금융위기와 거대한 구조조정이 우리 사회를 뒤흔든 이후 벌써 11년이 흘렀다. 우리는 그 쓰라린 경험에서 무엇을 배웠는가.

우리는 박정희모델의 유산인 관치와 재벌경제체제가 외환위기를 불러왔다고 배웠다. 그리하여 우리는 관치를 멀리하고 재벌경제체제를 멀리하려 했다. 금융자유화를 밀어붙이고 은행을 시장에 내던졌다. 심지어 재벌을 견제한다며 투기자본을 불러오기도 했다. 이 책은 우리가 알던 상식에 도전한다.

“한국의 금융위기는 재벌들의 방만한 사업확장 탓이었나? 시장경제의 세계적 흐름에 발맞추지 못한 한국정부의 무능함 때문이었나? '선진적인' 구조조정으로 한국은 위기를 극복하고, 합리적인 경제토대를 구축하였는가?”

이 책의 매력은 역사적 접근을 통해 한국경제가 흘러온 과정, 그 장단점을 냉정하게 펼쳐보여준다는 데 있다. 이 책을 통해 우리는 외환위기 이후 진보개혁진영의 경제민주화운동이 어떤 함정에 빠졌는가를 알게된다. 

저자들이 말하는 위기의 원인은 무엇일까. 출판사 서평은 이렇게 요약했다. “발전국가의 쇠퇴, 그로 인한 금융자유화의 부실운영, 그리고 전지구화의 도전에 대한 재벌들의 대처 실패, '씨스템의 구축 없는 이행', 즉 '이행 실패'”

김흥종․신정완․이상호, 2006, <사회경제정책의 조화와 합의의 도출: 주요 선진국의 경험과 정책 시사점>(연구보고서 06-02), 대외경제정책연구원

미국과 영국은 왜 한순간에 뉴딜국가에서 시장근본주의의 아성이 됐을까. 1년의 1/3을 파업으로 지새던 스웨덴은 어떻게 해서 세계최고수준 국가경쟁력을 갖춘 복지국가가 됐을까. 노무현 정권은 입만 열면 복지예산 늘린다고 했는데 왜 실제로는 양극화만 더 심해졌을까.

나는 이 책을 읽으면서 그런 의문들을 상당히 풀 수 있었다. 가령 미국을 예로 들어보자. 책에 따르면 “미국은 실업문제 해결을 주로 조세감면과 이를 통한 민간경제 활성화에서 찾았다. 정부지출 확대를 통한 고용창출이나 고용안정을 추구했던 유럽과는 다른 방식이다(170쪽).”

“1960년대 후반부터 생산성 상승 둔화되면서 고도성장체제가 위기를 드러내기 시작했다. 생산성 상승 둔화는 성장률 하락으로 이어졌지만 임금은 노조 교섭력에 힘입어 계속 상승했다(173쪽)”

“인플레이션 때문에 금융자산 가치가 하락하자 금융투자자들은 점차 금리자유화나 금융업무영역에 대한 규제완화를 요구했다. 정부재정 적자확대가 인플레이션 악화 주요 원인이라는 견해가 널리 수용되면서 케인즈주의 개입정책보다 시장자율성을 강조하는 통화주의가 점차 세력을 얻었다(175쪽).

“금융시장 탈규제, 자유화는 곧 기업지배구조에서 주주 발언권 강화로 이어졌다. 더구나 1960년대 후반 이후 노사관계는 낮은 생산성, 고임금 악순환이라는 경직성 한계를 드러내고 있었으므로 경영자들은 노조보다는 주주를 연대와 타협 대상으로 선택했다. 결국 1980년대 이후 미국경제는 경영자자본주의에서 주주 자본주의로 전환했다(176쪽).”

이 책의 결론은 이렇다.

첫째, 성장과 분배의 상충가능성은 사회경제정책의 본질적 특징에서 나오는 것이 아니라 정책의 내용과 방향성에서 나온다.

둘째, 사회정책과 경제정책의 조화는 단순히 양 정책들간 조화만의 문제가 아니라 사회경제적인 배경과 대외정책, 대외관계와의 조화 속에서 폭넓게 조망되어야 한다.

셋째, 시장친화적 사회정책이 반드시 효율적이고 성과가 뛰어난 것은 아니며, 사회지출은 본래 스스로 계속 증가하는 성격을 갖고 있음에 유의해야 한다.

넷째, 합의의 도출은 세력들간 합의의 도출만이 아니라 국가와 개인, 사회와 개인과의 관계에서도 도출될 수 있다. 정부와 사회구성원이 어떠한 개혁방향에 대한 광범위한 동의가 이루어진다면 그 사회경제체제가 조합주의적 성격을 갖고 있지 않다고 하더라도 ‘사회적 합의’는 가능하다."


위 책은 대외경제정책연구원에서 나온 관계로 인터넷 홈페이지에서 무료로 파일을 내려받을 수 있다.  아래 파일을 클릭하셔도 됨.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