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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재뒷얘기/시민의신문 기사

[현장]대학생들도 투표참여 열기 (2004.4.1)

by betulo 2007. 3. 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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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장]대학생들도 투표참여 열기
부재자신청 2천2백여명 건국대 유권자운동본부
2004/4/1
강국진 globalngo@ngotimes.net

“투표는 당연한 권리잖아요. 이번 총선에서 반드시 ‘20대의 힘’을 보여줄 겁니다.”

 

보름도 안 남은 17대 국회의원 선거를 맞아 부재자투표운동이 대학가를 강타하고 있다. 주소지를 떠나 생활하는 사람이 많다는 대학 실정을 고려한 부재자투표운동은 대학생들이 적극적으로 나서 유권자의 권리를 행사하겠다는 운동이다.

 

지난달 29일 현재 강원대, 건국대, 경북대, 원광대 등 전국 12개 대학이 부재자투표소 설치 기준인 2천명 이상의 서명을 받았다. ‘대학생들은 정치 무관심층’이라는 말이 무색할 정도로 총선에 대한 관심은 남다르다. 현행법상 2천명 이상의 부재자신청을 받을 경우 부재자투표가 가능하다.

 

 

건국대 학생회관 3층 총학생회실 입구에는 ‘집떠난 당신 여기서 투표하라’는 선전물이 붙어있다(위 사진). 총학생회실에서 만난 장재훈 건국대 유권자운동본부장은 2천명을 넘는 학우들한테 부재자신청을 받은 것에 한껏 고무돼 있었다. “부재자투표신청 2천명을 돌파한 다른 대학들은 기숙사에 있는 학생들이 많아 부재자신청을 받기가 수월했지만 우리 학교는 그렇지 않거든요. 그런데도 2천3백명 가까이 신청을 받은 걸 보고 다른 학교에서 많이 놀라더라구요.”

 

2월 10일경부터 1주일에 한두번씩 계속 회의를 하면서 부재자투표운동을 진행한 건국대 유권자운동본부는 1주일 동안 부재자투표운동을 벌여 2천2백39명의 서명을 받았다. 건국대 유권자운동본부는 총학생회, 총여학생회, 정치대․경영대 등 5개 단과대, 건대신문사로 이뤄져 있다.

 

이들이 부재자투표를 고민하게 된 것은 무엇보다 이번 총선이 중간고사 기간에 열린다는 것 때문이었다. 시험공부하기도 바쁜 지방학생들은 투표하러 지방까지 갔다 오는게 쉽지 않은 실정이다. 거기다 캠퍼스에서 대학생들이 함께 모여 투표를 한다는 것 자체가 정치권에 분명한 메시지를 전달할 수 있다는 점도 고려했다. 장 본부장은 “9-10일 있는 부재자투표를 학우들의 축제로 만들 생각”이라고 밝혔다. 주소가 서울인 학생들한테도 부재자신청을 받은 것은 그 때문이다.

 

건국대는 2002년 대선 때도 3백 50여명이 학내 부재자투표를 했다. 당시와 비교해 참가자가 10배 가까이 늘어날 만큼 총선에 대한 학생들의 관심은 남다르다.

 

정보라 건국대 부총여학생회장은 이번 총선이 첫 투표라 벌써부터 기대가 크다. 그는 사는 곳이 서울인데도 부재자투표를 신청했다. “부재자투표는 학내에서 간편하게 투표할 수 있는 방안이잖아요. 주위 친구들 중에도 서울 살면서도 부재자투표 신청한 사람이 많아요.”

 

유권자운동본부에 참가하고 있는 건국대 총여학생회는 총선까지 투표참여운동을 적극적으로 벌일 계획이다. 이 계획의 하나로 지난 1일 여성의 정치참여에 관한 세미나를 개최하기도 했다. “선전활동에 주력할 거예요. 선전물 만드는 데는 총여학생회가 짱이거든요.”

 

현재 대학생들의 유권자운동의 최대 걸림돌은 역설적이게도 선거관리위원회이다. 명확한 규정이 없어 구 선관위마다 다른 목소리를 내는데다가 대학보다는 투표소가 설치되는 구청에서 투표하기를 요청하는 구청도 많아 대학생들과 갈등이 빚어지고 있다.

 

장 본부장은 “부재자투표일이 9-10일인 것은 문제가 많다”고 지적했다. 10일이 토요일이라 사실상 9일 하루밖에 시간이 없다는 것이다. 그는 “선관위가 학우들의 성의를 무시하는 거 아니냐”고 불만을 토로했다. 그는 서울시가 각 구청에 지침을 내려 부재자투표 대상자에 대한 엄격한 심사를 요청한 것에 대해서도 “학우들의 투표참여 의지를 꺾는 행위”라고 지적했다. 현행법상 부재자 대상자는 ‘주민등록지인 구, 시, 군을 떠난 자로 선거일까지 돌아올 수 없는 장기출타자’인데 서울시 지침은 구를 벗어난다 해도 주민등록상 주소지가 서울이면 부재자 대상자가 아니라는 것이다.

 

이에 대해 장 본부장은 “투표참여를 독려하진 못할망정 투표하겠다는 학생들을 막는다는게 말이 되느냐”며 “서울시 지침은 선거법을 정치적 이해관계에 따라 임의로 해석한 것”이라고 주장했다.

 

정 부총여학생회장은 “꼬치꼬치 캐물으면서 부재자투표 못하도록 하는 전화를 받은 친구들이 많다”며 지역선관위의 행태를 비판했다. 그는 “서울 학생들도 하숙하는 사람 많다”며 “행정 편의주의 아니냐”고 말했다.

 

정 부총여학생회장은 “17대 국회는 법률을 제대로 만들었으면 좋겠다”고 말한다. 부재자투표에 관한 규정이 너무나 애매모호해서 부재자투표소 설치에 걸림돌이 많기 때문이다. “선관위에선 부재자투표를 귀찮아하는 거 같아요. 국회의원들이 부재자투표 법안을 구체적으로 만들었으면 좋겠어요.”


여러 가지 어려운 점에도 불구하고 변화 분위기는 뚜렷하다. 장 본부장은 “부재자신청 받을 때 2천명 넘었느냐고 물어보는 학우들도 많았다”며 달라진 학내 분위기를 전했다.

 

이들은 왜 이토록 투표 참여운동에 열심일까? 장 본부장의 대답은 명확했다. “투표권은 가장 기본적인 권리죠. 투표권을 얻기 위해 많은 선배들이 피흘리며 싸웠잖아요. 군대복무기간 단축이나 청년실업 문제 등 청년학생들과 연관된 정치적 사안이 얼마나 많습니까. 한 표 한 표로 정치를 바꿔서 젊은이들의 요구를 정치권이 받아들이도록 만들 겁니다.”


강국진 기자 globalngo@ngotimes.net

2004년 4월 1일 오후 12시 1분에 작성한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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