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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방울 하나가 바위에 튀는 것을 느낍니다" (2004.4.1)

인권을 생각한다/송두율 교수 사건

by betulo 2007. 3. 11. 17: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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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방울 하나가 바위에 튀는 것을 느낍니다"
송두율 교수 판결문 조목조목 비판 편지 본지에 전달
"판결 유죄부분 거의 공소장 옮겨 놓은 것" 조목조목 반박
2004/4/1
강국진 globalngo@ngotimes.net

지난달 30일 송 교수에게 징역 7년이 선고되자 시민사회가 강력하게 반발하고 있는 가운데 송두율 교수(독일 뮌스터대)는 친지와 동료들에게 보낸 편지에서 재판부의 판결을 조목조목 비판했다.

 

본지가 단독 입수한 ‘다섯번째 원숭이가 되지 못한 여섯 번째 원숭이’라는 제목의 이 편지에서 송 교수는 편지에서 “판사 한 사람이 나의 진실을 심판할 수 있다고는 생각지 않는다”며 “법정에서 일어난 일은 물방울 하나가 바위에 튀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송 교수는 “재판부가 조선노동당 정치국 후보위원을 우선 전제로 설정하고 유죄 부분의 내용을 찾았다”며 “이를 위해 황장엽의 증언을 끌어들이고 김경필의 파일을 여기에 보강했다”고 주장했다. 그는 “1998년부터 3년에 걸쳐 진행된 민사소송에서 ‘증거가 없다’고 한 것을 다시 끄집어내었고 황장엽의 증언이 오락가락하면 노령 때문이라고 친절하게 변호까지 하면서 유죄부분의 첫 단추를 달았다”고 꼬집었다.

 

                   지난달 30일 송두율 교수가 서울구치소에서 작성한 편지 내용중 일부. 



그는 이어 “정치국 후보위원이 아무것도 안했으면 그것도 문제이니 끌어들인 것이 사실은 나의 저술활동”이라고 말해 재판부가 자신에게 유죄판결을 내리기 위해 자신의 학문활동을 문제삼았다고 분석했다.

 

송 교수는 남북해외통일학술대회와 관련된 혐의가 무죄판결을 받은 것에 대해서도 “재판부가 큰 선심이나 쓰는 것처럼 얘기했지만 그 부분도 유죄로 한다면 지나가는 개도 웃을 노릇이었기 때문일 것”이라고 말했다.

 

송 교수는 재판부(부장판사 이대경)에 대해 “학문을 학문의 코드로 맡겨야 한다는 논리조차 통하지 않는 걸 보고 역시 초록이 동색이라는 말이 떠올랐다”며 “유죄부분에 대한 판결내용도 거의 공소장을 그대로 옮겨 놓은 것”이었다고 지적했다. 특히 그는 “반성의 기미가 보이지 않는다”는 재판부의 중형 이유에 대해서도 “최후진술에서 얘기한 네 마리 원숭이에 자신도 포함된 것으로 짐짓 오해했거나 자격지심 때문에 나의 표현이 반성의 기미가 보이지 않다는 하나의 증표로서 해석했을 것”이라고 분석했다.

 

다음은 송 교수의 편지 전문이다.

 


다섯번째 원숭이가 되지 못한 여섯번째 원숭이


밖에 계시는 친지와 동료들께!

 

오늘 7년 징역이 선고되었습니다.

 

부장판사(이대경)가 선고문을 읽어 내리기 전에 ‘선고내용에 대해서 이러저러한 의견이 있을 수 있는데 이는 항소심에서 다룰 수도 있으니 냉정을 유지해 달라’는 뜻으로 방청석에 주의를 환기시켰습니다. 무엇인가를 벌써 느낄 수 있게끔 하는 시작이었습니다. 사실 어제 오후 김 변호사님한테서 큰 기대를 걸지 않는 것이 좋을 것 같다는 이야기도 들었고, 집사람과 둘째도 선고내용에 연연치 말고 의연하게 대처하는 아빠를 바란다는 격려도 있었습니다.

 

무죄부분(남북해외통일학술대회 주선, 이를 위한 방북, 베를린 주재 북한 대사관 방문)을 마치 큰 선심이나 쓰는 것처럼 먼저 재판관은 읽었습니다. 이 부분도 유죄로 한다면 지나가는 개도 웃을 노릇이니 우선 읽었겠지요. 문제는 핵심적인 유죄부분을 읽기 시작하면서부터 분명히 나타났습니다. 사실 여기에 대해서는 변호사님이나 나도 이미 일정한 정도 예감을 가졌습니다. 즉 ‘국가보안법에서 말하는 지도적 임무에 대한 죄형법정주의적 규정이 없으니 이를 대법원에서 밝혀야 한다’는 우리측 변호인의 주장을 재판부가 일축한데서부터 분명했으니까요.

 

그래서 재판부는 노동당정치국후보위원을 우선 전제로 설정하고 유죄부분의 내용을 찾았습니다. 황장엽의 증언내용을 우선 끌어들이고 이른바 김경필의 파일을 여기에 보강했습니다. 1998년 10월부터 2001년 8월까지 근 3년에 걸쳐 진행된 민사소송에서 ‘증거가 없다’고 한 것을 다시 끄집어내었고, 황의 증언이 오락가락하면 이는 그의 ‘노령’ 때문이라고 친절하게 변호하면서까지 그의 이야기가 ‘신빙성’이 있다고 하면서 유죄부분의 첫 단추를 달았습니다.

 

또 파일에는 지도기관성원과 상층통일전선대상이라는 두 개념이 나오는데 이는 다른 개념이라는-사회주의정치연구의 초보자도 알 수 있는-상식을 부정하면서 두 번째 단추를 달았습니다.(송 교수 편지 원문에는 ‘같은 개념’으로 표기했지만 문맥상 다른 개념으로 정정했다)

 

노동당정치국후보위원이 아무것도 안했으면 이 또한 큰 문제이니 끌어들인 것이 실은 나의 저술활동이었습니다. 저술활동을 통해서 주체사상을 선전하고 유포시켰다는 것입니다. 누누이 제가 이야기했지만 학문은 학문의 코드에 맡겨야 한다는 논리조차 통하지 않는 것을 보고 역시 초록이 동색이라는 말이 떠올랐습니다. 사실 유죄부분에 대한 판결내용도 거의 공소장의 내용을 그대로 옮겨 놓은 것입니다.

 

검찰은 내가 ‘개전의 정’이 없기에 15년 중형을 구형한다고 했습니다만, 판사도 내가 역시 ‘반성의 기미’가 보이지 않아 7년 중형을 선고한다고 했습니다. 검찰과는 수사과정에서도 또 법정에서도 다툴 수밖에 없었지만 재판정에서 판사와는 다툰 적도 없고 또 다툴 필요도 없었습니다. 아마도 내가 최후진술에서 원숭이에 대한 이야기를 꺼내면서 국가보안법을 신주단지처럼 모시는 국정원과 공안검찰 이야기를 했는데 여기에 자신도 포함된 것으로 짐짓 오해했거나 아니면 자격지심 때문에 그러한 나의 표현이 ‘반성의 기미’가 보이지 않는다는 하나의 증표로서 해석했을지 모릅니다.

 

좌우간 나는 판사 한 사람이 나의 진실을 심판할 수 있다고는 절대 생각지 않습니다. 도도히 흐르는 역사의 방향을 느끼며 오늘 417호 법정에서 일어난 일은 물방울 하나가 바위에 튀는 것으로 느낍니다.

 

반년 넘게 지속된 투쟁을 함께 해주신 여러분들께 뜨거운 감사 마음을 전달하면서 Lotta Continua! (투쟁은 계속된다)를 다시 외칩니다.

 

환절기에 여러분 모두 건강에 유의하십시오.

 

                             2004년 3월 30일

 

                                                                    서울 구치소에서

 

                                                                                 송두율

2004년 4월 1일 오전 11시 27분에 작성한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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