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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권을 생각한다/송두율 교수 사건

송두율 7년선고 "역사에 남을 최악의 판결"(2004.3.30)

by betulo 2007. 3. 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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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4/3/30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4부(재판장 이대경 부장판사)는 30일 국가보안법 위반 혐의로 구속기소된 송두율(59.뮌스터대) 교수에 대해징역 7년을 선고했다.

  재판부는 판결문에서 "피고인이 북한 노동당 정치국 후보위원으로 활동한 사실이 인정되고 자신을 "경계인"으로 포장하며 무비판적으로 김일성 부자의 사상을 대한민국 사회에 전파해 남북평화통일에 악영향을 끼친 데 대해 중형 선고가 필요하다"고 밝혔다.

  재판부는 황장엽씨의 법정 진술과 김경필씨가 작성했다는 이른바 대북보고문에 대해 모두 증거능력을 인정하고 일부 세세한 부분을 제외하면 사실로 인정할 수 있다며 이 같이 밝혔다.

 재판부는 그러나 남북.해외 학술회의 개최를 위해 북한에 입국한 부분의 국가보안법상 잠입.탈출 및 회합.통신 혐의등에 대해서는 송 교수가 학술회의에서 북한의 입장만 대변하지는 않고 주도적 위치는 아니었던 점 등을 감안, 무죄를 선고했다.

 이날 법원의 판결에 대해 시민사회가 격하게 반발했다. 이날 판결에 대해 각계 인사들은 "역사에 길이 남을 최악의 판결문", "법원은 검찰의 2중대"라는 표현 등으로 반대입장을 분명히 했다.

다음은 이날 재판에 참석한 각계인사들의 논평.

김형태 변호사 (법무법인 덕수)

재판부는 송 교수 재판에서 △조선노동당 정치국 후보위원 여부 △남북통일학술대회의 이적성 여부 △저술활동을 통한 지도적 임무수행 여부에 대해 판결했다. 이가운데 남북학술대회는 무죄라고 판결했다. 문제는 후보위원 여부와 저술활동이었다.

재판부는 후보위원 선임을 인정하면서도 후보위원직이 명예직이라고 인정했다. 즉 설사 송 교수가 후보위원이라 하더라도 지도적 임무를 수행한 적이 없다는 걸 재판부가 인정한 것이다. 그런데도 그 사안으로 유죄를 선고한 것은 근거가 희박하다.

재판부는 황장엽의 진술을 인정하면서도 지도적 임무 수행은 인정하지 않았다. 결국 후보위원 자체가 별 의미가 없다고 인정한 셈이다. 남은 쟁점은 저술활동 뿐이다. 이것만 봐도 검찰의 공소사실이 과장됐다는 것이 드러난다.

재판부는 남북통일학술대회 중재에 대해서는 남북 화해를 위한 일로 인정했다. 그런데도 저술활동은 이적행위라고 판결했다. 똑같은 사람의 행위를 두고 다르게 해석한 것이다. 재판부는 내재적 접근법을 문제 삼지만 내재적 접근법은 외국에서 다른 사회를 해석할 때 많이 사용하는 방법론이다. 명백하게 앞뒤가 맞지 않는 혼란스러운 판결이다. 더구나 저술활동만 가지고 7년을 선고한 것은 전례가 없는 과도한 판결이다.

지도적 임무가 도대체 뭐냐? 기준이 모호하고 관련 법규정이 전혀 없다. 죄형법정주의에도 어긋난다. 일주일 이내에 헌법소원을 제기할 것이다.



정정희씨 (송두율 교수 부인)

분노를 금할 수 없다. 부당한 판결이다. 받아들일 수 없다. 오늘 판결은 한국사회의 수치로 기록될 것이다. 세계의 웃음거리가 되는 것이 너무나 안타깝다.

검찰이 줄줄 읽었던 공소장을 판사가 판결문에서 그대로 읊더라. 재판부와 검찰이 다른게 뭐냐. 한국이 민주국가 맞느냐.

검찰 증인으로 비공개 증언한 홍진표, 김경필 등은 모두 변절자이다. 재판부는 변절자 진술에 근거해 판결했다. 증거자료가 없는데도 분명하지 않은 사안에 대해 유죄를 선고했다. 재판이 끝나고 교도관들이 남편 얼굴도 못보게 하고 끌고 가버렸다. 정작 필요할 땐 법 행사도 못하다가 그럴 때만 법을 행사한다.

재판이 끝나고 남편을 면회했다. 남편을 만나 ‘용기를 잃지 마라. 우리는 무죄를 위해 싸워야 한다’고 말했다. 남편은 너무나 당당하고 의연한 모습이었다. 다행스러웠다. 남편은 ‘역사가 모든 것을 증명할 것이다. 언제까지 국가보안법으로 인해 우리 역사가 뒷걸음질쳐야 하는가? 가족들은 이제 독일로 돌아가기 바란다’고 말했다.



송린(송두율 교수 둘째 아들)

오늘 판결은 매우 충격적이다. 학자의 저술활동이 사회에 심각한 위협을 준다고 생각지 않는다. 송 교수는 언론의 자유를 억압받았다. 부당한 대우를 받았다. 이번 판결로 남북관계가 악화되지나 않을까 걱정스럽다.



김정인 학술단체협의회 정책위원장

역사에 길이 남을 최악의 판결이다. 판결문에 점수를 매긴다면 한마디로 F학점이다. 수준 이하다. 판결문이 내 수업시간에 학생이 제출한 논문이었다면 그 자리에서 던져 버렸을 것이다. 재판부가 2차 자료만 갖고 송 교수가 노동당 후보위원이라고 판결하는 걸 보고 무척 놀랐다. 진실을 증명하려면 1차 자료를 갖고 얘기해야 하는 거 아니냐. 오늘 판결문은 논리가 전혀 맞지 않는 비약으로 가득 차 있다.

송 교수 글이 한국 지성에 많은 영향을 미쳤고 한국 학자들이 많은 영향을 받았다는 것은 한국 학자들을 무시하는 것이다. 송 교수도 훌륭한 학자이지만 그에 못지 않게 학문적 업적을 쌓은 학자들도 수없이 많다. 그들의 업적을 모두 송 교수의 선전선동으로 돌리는 판결은 사상과 양심의 자유 문제를 떠나 학계를 모독하는 만행이다.

판사가 공판 중에 송 교수에게 ‘사과할 생각이 없느냐’고 물은 적이 있다. 송 교수는 의연하게 그 제안을 거절했다. 거기다 송 교수는 여느 최후진술과 다르게 당당하게 자신의 생각을 밝혔다. 그 일로 혹시나 판사에게 괘씸죄로 걸리지나 않을까 내내 마음에 걸렸다. 우려가 사실이 됐다. 너무나 마음이 씁쓸하다.

우리 모두 국가보안법 철폐 운동에 매진해야 한다. 그 길이 한국사회를 발전시키는 길이다.



안주리 천주교 인권위원회 사무국장

너무나 화가 나서 말할 기운도 없다. 아무것도 묻지 말아 달라.



박호성 서강대 교수

재판부는 송 교수에게 44년을 선고한 셈이다. 37년만에 고향에 돌아온 사람에게 7년형을 선고했기 때문이다.

오늘 재판을 지켜보면서 지금이 21세기가 아니라 70년대 유신시대가 아닌가 착각이 들었다. 공안검찰이 내린 결론을 재판부는 그대로 따랐다. 법원은 검찰의 2중대다. 예수를 비판하지 않으면 예수쟁이냐. ‘학문에는 왕도가 없다’는 말이 있다. 한국의 학문에는 국가보안법만 있을 뿐이다.



김세균 서울대 교수

몇사람의 불확실한 증언만으로 송 교수가 지도적 임무를 수행했다고 판결내린 것에 개탄을 금치 못한다. 과거의 관례보다도 더 심한 판결이다. 송 교수는 남북이 서로 화해협력하도록 노력한 사람이다. 그가 남북화해를 위해 북한을 방문했다면 북한의 긍정적인 모습을 얘기한게 당연한 거 아니냐. 긍정적인 면을 드러낸 것을 친북 행위로 보는 것은 구시대 냉전논리일 뿐이다.



안병욱 가톨릭대 교수

비통하다는 생각을 멈출 수 없다. 재판부는 송 교수가 북한을 비판하지 않은 걸 문제삼는다. 재판부 논리대로라면 반공논리로 북한을 비판하는 것만이 학문의 논리인가. 재판부는 학문의 공안의 잣대로 매도했다. 도저히 묵과할 수 없는 사법부의 폭거다.

재판부는 송 교수의 텍스트를 제대로 이해하지도 못했다. 송 교수의 저술을 이해할 능력이 없는 것이다.

판결문은 고무찬양의 주요 근거로 ‘독일에서 교수로 활동해 국내 독자를 호도했다’고 말했다. 그 말을 듣고 판사의 양식을 의심하지 않을 수 없었다. 외국에서 명성을 얻은 학자는 국가보안법으로 걸릴 위험이 더 많다는 거냐. 판결문은 송 교수 저술을 인용하고는 고무찬양과는 아무 상관이 없고 오히려 북한을 비판한 내용도 고무찬양이라고 무조건 갖다 붙였다. 삼척동자가 읽어봐도 알만한 학문적 내용을 인위적으로 재단하는 재판부의 수준이 의심스럽다.



권오헌 민주화실천가족운동협의회 공동의장

경악을 금치 못한다. 국가보안법에서 말하는 지도적 임무 이상의 직책을 가진 사람들이 지금도 남북을 왕래하고 있다. 재판부는 애매모호한 지도적 임무 수행을 문제삼아 송 교수에게 중형을 선고했다. 그 애매모호함이 바로 국가보안법의 문제이다. 이번 판결은 남북 화해협력에도 도움이 안될 것이다.



오종렬 전국연합 상임의장

재판부는 송 교수가 학자로서 대북편향이라고 강조했다. 우리는 송 교수의 경험을 주목해야 한다. 70년대 유신독재정권은 그를 가장 극악한 범죄자로 낙인찍었다. 북한은 그런 송 교수를 받아주었다. 송 교수 입장에서 생각해 볼 때 반공교육과 이북의 실정이 엄청난 차이가 있었을 것이다. 양심적인 학자의 눈에 어떻게 비치겠는가.

판결문에서 송 교수가 ‘사과하고 반성하지 않았다’고 말할 때 소름이 끼쳤다. 송 교수는 황장엽처럼 하지 않아서 처벌받은 것이다. 송 교수가 황장엽처럼 처신했다면 아마 영웅 대접을 받았을 것이다. 자신의 신념을 지킨 사람이 왜 핍박받아야 하는가. 재판 결과에 결코 승복할 수 없다.



진관 스님

총선이 얼마 남지 않은 시점에서 재판부가 사법적인 쿠테타를 일으켰다고 생각한다. 국가보안법으로 수많은 아픔을 주었던 과거 정권과 오늘 사법부가 결코 다르지 않다. 사법부 개혁이 절실하다. 우리는 아직도 후진국에 살고 있다. 도저히 있을 수 없는 판결이다.



함세웅 신부 (송두율 대책위원회 공동대표)

애초 재판결과에 큰 기대를 하진 않았다. 15년 구형이면 보통 10년 선고가 나왔다. 3년 줄어든 게 다행이라면 다행이다. 법은 국민의 뜻을 기초로 형성돼야 하는데도 재판부는 문자의 노예가 되었다. 사법부에게 발상의 전환을 이룰 것을 촉구한다. 사법부의 성찰과 반성이 절실히 필요하다.



임기란 민주화실천가족운동협의회 회원

판결에 복종할 수도 없고 납득할 수도 없다. 판결문이 엄청나게 길어서 변화가 있나 했는데 유신 때와 똑같더라. 정치만 낙후된 게 아니다. 사법부도 못쓰겠다. 옛날이나 지금이나 똑같다. 몇 년 구형하면 몇 년 선고하는 것도 똑같다. 사법부를 개혁해야 한다. 사법부 개혁이 없으면 통일도 안될 것이다. 송 교수 가족들이 얼마나 놀랐을까 가슴이 아프다.



서경순 민주화실천가족운동협의회 회원

하도 분해서 입술이 다 탄다. 옛날과 바뀐게 없다. 임종석(열린우리당 의원)도 15년 구형에 7년 선고 나왔다. 후손들이 국가보안법을 뭐라고 평가하겠느냐. 공안검사는 법공부만 하고 세상 공부는 안했다. 사법부와 언론이 각성해야만 민주화가 이뤄질 것이다.



독일 바루쓰(Baruth) 목사

판결을 들으면서 한국이 20년 전으로 돌아간 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었다. 판결을 받아들일 수 없다. 나는 한국에 7년 전에 왔다. 한국 친구들도 많다. 그들 가운데 많은 이들이 통일을 원한다. 그들이 송 교수 다음으로 재판을 받을 사람들인가. 국가보안법이 있는 한 한국에 자유, 민주, 통일은 없을 것이다.


2004년 3월 30일 오후 12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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