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雜說/경제雜說

유종일 KDI 교수 "내가 기획재정부 장관이라면..."

by betulo 2008. 10. 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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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신문 사내 공부모임인 ‘연대와 희망’은 지난 10월 15일 한국개발연구원(KDI) 국제정책대학원 교수 유종일을 초청해 최근 금융위기와 한국경제 진로 등에 대한 강연을 들었다. 그가 강연에서 밝힌 내용을 두 번에 걸쳐 나눠서 싣는다.

 


유종일이 이XX 정권에서 기획재정부 장관이 될 확률이 얼마나 될까? 스스로 평가하기는 “0%”다. 하긴 누구라도 그렇게 생각할 것이다. 그는 현 정권 경제정책에 누구보다도 매서운 비판을 날리는 경제학자다.

유종일이 만약 기획재정부 장관이 된다면 그는 어떤 경제정책을 펼칠까? 그는 “내가 기획재정부 장관이 된다면 모든 정책의 초점을 금융시장 안정에 두겠다.”고 공언했다. 그는 “감세, 민영화, 규제완화는 정책방향도 틀렸지만 한가한 소리에 불과하다.”면서 “전세계 금융시장은 여전히 위기국면이기 때문에 금융안정, 그 중에서도 외환시장 안정에 총력을 기울여야 한다.”고 주장했다.

유종일은 “우리는 외환이 무너지면 어떻게 되는지 1997년 경험해 봤다.”면서 “필요하다면 외환보유고도 적극적으로 사용해야 한다.”고 말한다. 그는 이런 비유를 들었다. “더 강력한 조치가 필요하다. 무기 있으면 외적에 맞서 싸워야 한다. 정부가 함부로 외환시장에 개입하면 안된다. 하지만 저쪽에서 덤비는데 그냥 있어서도 안 된다. 지난주같이 환율 100원씩 떨어지는 말도 안되는 상황에선 마지노선을 설정하고 투기세력에 맞서 싸워야 했다.”

“감세? 한가한 소리 말라”

그가 외환시장 안정에 이어 강조하는 것은 재정건전성 확보다. 경기가 살아나려면 총수요가 늘어야 하는데 지금으로서는 소비, 투자, 수출 모두 기대하기 힘들다. 소비는 얼어붙고 투자는 줄어들고 수출도 기대하기 힘들기 때문이다. 결국 남는 건 정부밖에 없다.

정부가 재정지출을 확보하려면 재정건전성이 있어야 한다. 당연히 감세는 말도 안되는 발상이다. 그는 또 “재정건전성과 함께 정부가 정치적 정당성을 가져야 한다.”면서 “지금처럼 지지율 20% 갖고도 오기나 부리고 유모차나 수사하는 정권에 정당성이 어디 있느냐.”고 신랄하게 비판했다.

부동산 시장에 낀 거품은 터질 수밖에 없다. 지금은 참고 버텨야 한다. 유종일은 “거품을 빼고 구조조정을 하면서 부작용을 최소화하는 방향으로 가야 한다.”고 강조한다. 또 “국제금융계 동향을 잘 아는 전문가들로 네트워크를 만들어 국제금융 동향을 철저히 살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규제완화 정책에 대해서도 따끔한 일침을 놓는다. “거품을 키우지 않도록 정책을 잘 하고 감독을 잘 할 자신이 있으면 그만큼 규제를 완화해도 된다. 하지만 누구도 완벽하게 감독할 수가 없다. 그래서 약간의 비효율성을 수반하더라도 위험성이 있는 건 규제를 하는거다. 하지만 한국은 감독당국 능력과 엄정한 정책집행 의지 등이 미국보다 훨씬 떨어진다. 그런 상황에서 미국을 벤치마킹해서 규제완화하는건 위험하다.”

경제와 경영은 다르다

유종일은 최근 일부에서 주장하는 경제부총리제 신설에 대해 부정적인 견해를 밝혔다. “경제부총리 제도를 하는 나라가 어디 있나? 잘 모르겠다. 미국, 영국, 프랑스는 없다. 경제부총리가 있어야 정책조율이 된다는 건 이해하기 힘들다. 중요한 건 리더십이다. 예전에 경제부총리 있을 때는 정책조율 잘 됐나? 내가 보기엔 대통령 리더십이 문제다.”

여기서 유종일은 이XX의 경제 공부에 대해 짧은 인상비평을 했다. “이명박이 경제를 안다? 오래전에 건설사 사장 했다고 경제를 잘 안다고 하면 안되지. 경제와 경영은 학과도 다르다. 대학교재 커리큘럼 살펴봐라, 경제학과와 경영학과 똑같은게 있나.”

유종일이 말하는 노무현

유종일을 만나면 꼭 물어보고 싶은게 두 가지가 있었다. 시간관계상 두 번째는 물어보지 못했지만 다행히 첫 번째는 물어볼 수 있었다. 질문은 이런거다. 노무현과 이XX의 경제정책은 어떤 차이가 있는지 모르겠다. 유종일은 노무현의 경제브레인으로 알려져 있다. 하지만 유종일의 주장은 노무현 정권 경제정책과 거리가 너무 멀다. 어떻게 된 영문일까?

내가 보기에 이 질문에 유종일 약간 흥분했다. 그대로 옮겼다가 사이버 모욕죄로 감옥 갈 만한 표현을 일부 삭제하고 그가 답한 핵심은 이렇다. “노무현 ‘정부’ 경제정책에 전혀 관여하지 않았다. 다만 노무현 ‘후보’의 경제정책을 거의 내 손으로 입안했다.” 당선 다음날 유종일은 노무현과 둘이서 만나 여러 얘기를 했다고 한다. “그 다음부터는 만날 수가 없었다.” 왼쪽날개 오른쪽날개 비슷한 별명으로 불리던 사람들이 당선 이후부터 자기를 철저히 배제했다는 거다. 보고조차 전달이 안될 정도였다고.

경제부총리에 교육부총리 등 화려한 경력을 자랑하며 노무현의 사랑을 받았던 김진표가 인수위원장이 됐다. “그는 나와 생각이 180도 다른 사람이다. 그가 제일 먼저 법인세 인하 추진했다. 후보 시절 이회창 쪽에서 법인세 인하 주장할 때 노무현이 반박했다. 그 반박자료를 내가 썼다. 하지만 정권 잡고 법인세 ‘감세’하고 소득세 ‘감세’했다.”

유종일은 “노무현 정권은 기득권층과 굉장히 많이 타협했다. 나는 그래서 노무현 정부가 도덕적으로 타락한 정권이라고 본다.”고 말한다. 그가 보기에 결정판은 한미FTA 추진이었다고 한다. “한미FTA 추진하는 것 보면서 이건 정말 아니다 싶었다. 그때 굉장히 화가 났다.”

 유종일은 말한다. “나는 노무현 정부에 대해 책임질 게 아무것도 없다.” 그럼에도 그는 회한은 남는 듯 했다. 약간은 과장된 표현을 써 가면서 "내가 순진했던 게다."라고 말했다. "세상물정 모르고 공부만 해서 순진했던 거지. 이런 저런 욕을 먹는 게 다 내 업보 아니겠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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