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雜說

각종 규제를 풀어라! 불량식품만 먹게 되리라!

by betulo 2007. 5. 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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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비자들의 안전을 위협하는 문제에서 단골로 등장하는 것들이 있습니다. 이름도 생소한 중금속을 흠뻑 머금은 중국산 불량식품과 짝퉁 의약품, 먹으면 키 큰다며 학부모들에게 판다는 항암제, 어린이를 죽게 만든 젤리, 나트륨을 비롯한 식품첨가물로 떡칠을 해 놓은 각종 과자들, 1주일만 먹으면 몸무게가 5킬로그램은 늘 것 같은 패스트푸드(미국에선 정크푸드, 즉 쓰레기음식이라고도 하지요)...


언론에 많이 소개가 된 것 같진 않지만 서울YWCA에서 25일 발표한 청소년 대상 허위과장광고도 그런 범주이긴 마찬가지입니다.


사용자 삽입 이미지

각종 불량식품들. 이 사진은 기사의 특정 내용과 관련이 없을 겁니다.



규제를 풀라는 얘기가 여기저기서 많이 나옵니다만 저는 솔직히 그런 주장을 서슴없이 하는 사람들이 전문가요, 학자요, 유력 대선후보요, 국제적 석학이요 하는 게 영 미덥지 못합니다.


그들은 ‘국가는 악, 시장은 선’이라는 걸 철썩같이 믿는 것 같은데요. 혹은 우리에게 철썩같이 믿게 만들려고 하는 것 같은데요. 생각해 보십시오. 규제란 건 그 자체로는 좋고 나쁜게 아닙니다. 어떤 규제인가가 문제지요. (국가 없는 시장이 없다는 점을 생각한다면 하여간 모 아니면 도 식의 이분법은 항상 사람들을 선동하는 뭔가가 있습니다.)


그런 분들은 기업 규제만 풀면 뭐든 다 잘 될 것처럼 얘기하지요. 그러면서도 소비자안전을 위협하는 중금속함유 식품이나 식품첨가물 얘기가 나오면 정부가 도대체 뭐 하는 거냐고 거품을 뭅니다. 정부가 해야 할 건 불량품 못 만들게 ‘기업을 규제해야 하는 것’ 아닌가요?


기업규제가 나쁘기만 한 건가요? 국가는 기업을 규제할 건 규제하고 장려할 건 장려하는 산업정책을 통해 국가경제를 유지합니다. 강력한 규제와 임금인상이 기술개발을 촉진하는 것도 역사적으로 자주 볼 수 있는 사레입니다.


식품을 만드는 산업에 강력한 규제가 없으니 나오는건 불량품이고 느는 건 소비자 불만입니다. 그런 식품이 국제경쟁력이 있을까요? 가격경쟁력이 있나요?


하긴 쇠고기 싸게 먹을 수 있다며 소로 만든 사료를 먹고 자란 소고기를 별다른 규제없이 수입하겠다는 국가에서 젤리먹다 죽은 어린이가 대수겠습니까. 갑자기 우울해지는군요.


(요새 블로그에 올리는 글들이 자꾸 분에 못이겨 연설하는 투가 되가는 것 같아 마음에 참 안듭니다. 그런데도 글을 쓰다보면 또 그렇게 돼 버렸네요. 덴당할... 아래 기사는 25일 썼다가 지면에 실리진 못한 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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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YWCA 소비자정보센터는 4월9일부터 25일까지 청소년 대상 광고 내용을 모니터한 결과 자극적이고 허위․과장된 내용으로 청소년들의 소비심리를 자극하는 내용 일색이라고 25일 발표했다. 서울YWCA는 “청소년 대상 광고에 대한 개별 광고 기준이 없으므로 소비자기본법등에 의거 광고기준을 마련하여 별도로 규제할 필요가 있다.”고 촉구했다.


서울YWCA는 주부모니터로 구성된 감시인단이 청소년들이 쉽게 접하는 매체 인터넷, 청소년잡지 10종류, 무가지 5종류를 대상으로 청소년들과 관련된 품목(학원, 학습지, 다이어트식품, 이동통신, 의류, 식품, 성형수술 등)의 광고 내용의 허위·과장·부당성 여부를 조사했다. 


청소년 대상 부당광고로 지적된 품목을 비율별로 보면 학원(20건), 다이어트프로그램(18건), 이동통신(11건), 학습지(8건), 성형외과(8건), 의류, 화장품, 유학, 식품 등 순서로 나타났다. 인터넷상에서 부당한 광고 비중이 가장 높은 것은 다이어트프로그램이었다.


학원 광고는 합격률과 적중률을 과장하거나 “상위권 대학 100%합격”(D미술학원)처럼 확인할 수 없는 최상급 표현을 남발하고 있다. 다이어트프로그램도 객관적 근거 없이 효능을 강조하고 청소년들이 의약품으로 오해할 우려가 있는 광고가 적지 않았다. “생체리듬 요법이며 조율하면 평생 다이어트 걱정 끝”(J제약)이나 “무료회원가입만 하면 제지방 검사지 1개월분 공짜”(E다이어트) 같은 ‘미끼 광고’도 있었다.


“30분만 투자하면 당신도 모델처럼 매끈한 종아리의 주인”(G성형외과), “절대 수술 통증이 없다”(G성형외과), “눈 깜짝한 사이 표 나지 않게 예뻐지는”(N성형외과) 등 근거가 불확실하거나 효과를 과장하는 성형 광고는 청소년 시절 성형수술은 부작용 우려가 적지 않다는 점에서 심각하다.


출근시간에 무작위로 배포하는 무가지 신문은 연재만화와 광고가 매우 선정적이고 음란성이 도를 넘어, 분별력이 부족한 청소년들에게 악영향을 끼치고 있었다. 서울YWCA는 “무가지신문도 사전 심의대상에 포함시켜 선정적인 광고·만화에 대한 사전심의와 시정조치를 통해 건전한 광고문화를 형성하도록 방안을 모색해야 한다.”고 정부에 지적했다.

강국진 기자 betulo@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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