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취재뒷얘기/시민의신문 기사

피우진 국가보훈처장이 증언하는 군대내 여성차별

by betulo 2017. 5. 17.
728x90


5.18을 하루 앞두고 문재인 대통령이 새 국가보훈처장을 임명했다. 예비역 중령 피우진. 정말이지 깜짝 놀랐다. 2006년 강제로 전역당하는 고통을 겪던 피우진 중령을 처음 만났다. 그에 대한 기사를 쓰면서 군대에 대해, 인권에 대해, 여성성에 대해 많은 고민을 했다. 다행히 군에 복귀를 했고 무사히 전역을 했다. 2008년 총선때는 진보신당 비례대표로 나서기도 했다. 피우진 '처장'이 국가보훈처를 새롭게 일신해 주기를 진심으로 기대한다. 그리고 잘해낼 것이라 믿는다. 2006년 당시 인터뷰 기사를 다시 꺼내본다. 더 자세한 정보는 여기를 참조

<2017년 5월17일 쓰다>


피우진 중령이 증언하는 군대내 여군현실

2006/10/24

“국방내 안에 다시 담으로 둘러쳐 있는 여군훈련소에 입소할 때부터 여군은 문을 두 번 지나가야 한다. 군대라는 첫 번째 문과 여군이라는 두 번째 문이었다.”


피 중령은 자신이 겪은 30년 군생활을 수기로 정리해 책으로 내려고 출판사를 알아보고 있다. 이 수기에서 묘사한 여군들의 현실은 충격 그 자체였다. 피 중령은 “아직도 군에서는 말로만 성평등을 외칠 뿐 여군을 상징적인 역할만 하는 존재로 강제하고 있다”며 군대내 여군인권현실에 쓴 소리를 아끼지 않는다. 


여군 최초 헬기조종사 피우진 중령

피 중령은 1979년 제27기 여군사관후보생으로 군에 입대했다. 모집공고를 우연히 보는 순간 당당한 전문직이자 열정을 바쳐 볼 만하다는 느낌이 가슴에 꽂혔다고 한다. 국가가 주관하는 군대니까 남녀 모두에게 평등한 기회를 줄 것이란 기대감도 있었다. 하지만 이런 기대는 면접장에서 치마를 입지 않았다고 면박을 당할 때부터 깨지기 시작했다. 여군후보생들은 일과시간에는 치마를 입어야 했고 내무반 밖에서는 항상 화장을 해야 했다. 


육군항공학교에서 훈련을 받을 당시 신체검사를 받으면서 겪은 일은 두고두고 피 중령에게 응어리를 남겼다. 항공조종사는 심전도검사를 받아야 하는데 검사를 위해서는 웃옷을 벗어야 한다. 그와 동료 두 명은 얼결에 웃옷을 모두 벗고 남자 사병한테 검사를 받아야 했다. 지금은 간호장교가 검사를 하지만 당시에는 그런 생각도 못했다. 


“검사를 마치고 우리 뒤에 들어간 남자동료들이 병사들에게 ‘세 명 가운데 누구 가슴이 제일 크더냐’고 물으며 자기들끼리 키득키득 웃는 것을 들었습니다. 눈물겨웠지요. 우리 모두 누구한테 얘기도 못하고 이상한 시선을 버텨야 했습니다. 매사가 그런 식이었지요.” 이 때 경험은 피 중령에게 ‘여성성은 군생활에 걸림돌’이라는 인식을 심어줬다. 


“군대에서는 모든 문화가 남성 중심이다 보니 남성들이 언제 어디서나 여성에게 성적인 부분을 갖고 얘길 많이 합니다. 일상적으로 그렇지요. 술자리에서도 여군은 항상 상급자 옆에 앉혀서 술시중을 시켜요. 음흉한 눈길과 손길에 일일이 대응할 수도 없으니까 미리 얘기했습니다. 그러다 보니 부대에서 항상 인상이 굳어 있었지요.”


화장실도 군생활 내내 여군을 괴롭힌다. 보통 여자화장실을 따로 설치하지 않고 남자화장실 안쪽에 임시 칸막이를 설치한다. 화장실에 가려고 해도 남자가 있지는 않은지 살펴야 하고 혹시라도 화장실에서 마주치는 것도 곤욕이었다. 


“95년에 야외에서 9박10일 훈련을 한 적이 있어요. 직책을 수행하라는 이유로 소대원과 같은 텐트를 쓰라는 지시가 내려왔습니다. 옷을 갈아입을 곳이 없더라구요. 여자가 둘밖에 없으니까 여자화장실도 따로 없어요. 조종복은 원피스로 돼 있어 용변을 보려면 옷을 다 벗어야 하기 때문에 훈련기간 내내 용변을 제대로 볼 수가 없어요. 작년에 논산병원에 갔을 때 논산병원도 그렇더라요. 여성 화장실이 수술실 옆에 있으니까 수술 있으면 화장실을 못가요.”


‘남군’이라는 말이 ‘남근’이라는 말과 닮아서 그런 것일까. 군대는 남성성만 강조하는 곳이다. 군대에서 여성을 지칭하는 건 항상 비하 아니면 욕이었다. 피 중령은 “군 생활 내내 가는 곳마다 여군은 거의 나 혼자였다”며 “홀로 버텨야 한다는 스트레스 때문에 병이 날 수 밖에 없는 환경이었다”고 회상했다. 피 중령은 “여성단체에서도 여군 현실을 제대로 모르고 있더라”며 여성단체가 관심을 가져달라고 부탁하기도 했다. 


시민의신문 제 673호 11면에 게재


사진출처= 오마이뉴스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