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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재뒷얘기

이해영 한신대 교수 "한미FTA로 사회갈등 커질 것"

by betulo 2007. 4. 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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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미 FTA 연장협상] FTA반대 이해영 한신대 교수 “갈등 커질것”

“한·미 FTA 체결로 인한 사회적 갈등을 치유하는 문제가 한국 사회의 새로운 의제로 등장할 것입니다.”

지난해 6월 ‘낯선 식민지, 한·미 FTA’라는 책을 펴내 한·미 FTA 논란에 불을 붙였던 이해영(45) 한신대 국제통상학부 교수는 1일 서울신문과의 인터뷰에서 “한·미 FTA가 갖는 엄청난 파괴력에 비해 국민 설득이 제대로 이뤄지지 않았으며, 협상도 반대 의견을 배제한 채 진행돼 한국 민주주의를 심각하게 훼손했다.”며 현 정부를 강하게 비판했다.

한·미 FTA 체결을 어떻게 보나.

-무엇보다 협상 과정에서 대내 협상에 실패했다. 정부는 대국민 설득 노력을 포기해 버렸다. 그 결과 ‘그들만의 협상’이 돼 버렸다. 시민사회와 이해당사자들의 문제 제기는 불법 폭력시위라는 이유로 철저하게 배제됐다. 군사독재정권을 떠올리게 할 정도로 모든 표현의 자유를 억압했다.

협상 내용 중 문제점을 지적한다면.

-한·미 FTA는 관세, 비관세, 통상원칙 세 부분으로 이뤄지는데 비관세와 통상원칙에 문제가 집중돼 있다. 대표적인 것을 몇 가지 꼽는다면 미래서비스영역에서 자동개방 원칙인 네거티브 리스트 방식을 도입하고 지적재산권과 서비스 영역에서 자유화를 확대하는 방향으로만 움직이도록 한 점, 투자자-국가 제소권 도입, 간접수용과 비위반제소를 인정한 점 등을 꼽을 수 있다.

농업 피해와 소비자 이익을 대비시키는 주장에 대해서는.

-정부는 학자들이 분석과 설명의 편의를 위해 도입한 생산자 중심접근과 소비자 중심접근 구분법을 현실에 억지로 적용해 한·미 FTA를 정당화하고 미화하려고 한다. 하지만 생산자와 소비자는 별개가 아니다. 모든 생산자는 동시에 소비자이다. 농민도 소비자다.‘농민은 망해도 소비자는 이익’이라는 것은 ‘두개의 국민’을 상정하는 것으로 국민을 분열시키는 궤변이다.

정부는 제조업은 미국보다 강세라고 주장하는데.

-제조업 비교우위는 몇몇 업종에 불과하다. 제조업에 자동차만 있는 게 아니다.IT산업만 해도 한국은 미국에 비해 강하지 않다. 반도체도 비메모리 분야는 미국이 한국에 비해 절대강자다. 농업은 한·미 FTA에서 가장 피해가 크지만 금액으로 본다면 작은 부분에 불과하다. 기계, 정밀화학, 제약, 화장품 등 비교우위가 없는 제조업, 운송과 운수를 제외한 서비스산업, 투자, 지적재산권, 전자상거래, 영화, 방송, 공공영역 등 거의 모든 분야에서 심각한 타격을 받게 될 것이다. 농업은 그 중 하나일 뿐이다.

자유무역이 세계적인 추세가 아닌가.

-‘자유무역은 강자의 보호무역’이라는 말이 있다. 자신이 있으니까 체급 구분 없이 링에서 싸우자는 것이다. 불공정한 교역조건뿐 아니라 불공정한 경쟁조건도 문제다. 농업을 볼 때 한국은 소가 200만마리인데 미국은 1억마리다.1인당 경지면적도 170배 차이가 난다. 농가보조금 규모도 20배 정도 차이가 있다. 이런 불공정한 경쟁조건에서 경쟁을 하라는 건 그 자체가 자유주의에 대한 정면 부인이다.

한·미 FTA가 앞으로 어떤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는가.

-한·미 FTA는 한국사회를 정글로 만들 것이다.‘FTA레짐(체제)’에 따른 사회적 갈등이 엄청날 것이고 그걸 치유하는 문제가 한국사회의 새로운 의제가 될 것이다. 한·미 FTA는 승자독식이라는 양극화를 심화시키는 상황을 더욱 고착시킬 것이다. 솔직히 암울하다.

강국진기자 betulo@seoul.co.kr

기사일자 : 2007-04-02    4 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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