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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재뒷얘기/사회연결망분석

은수미 박사, “시민.노동단체도 조직진단 컨설팅 받아야”

by 자작나무숲 2012. 3. 20.


 

[연결망분석] 은수미 노동연구원 연구위원 인터뷰
2006/5/29 
 
“상징과 조직활동간의 분리가 시민운동에서도 일정하게 나타난다. 심하게 말해서 시민운동이 ‘수렁에 발을 담그기 시작했다’고 본다. 시민운동도 조직진단 컨설팅을 받아야 한다. 시급하다.”

<시민의신문>이 창간 13주년 기획으로 준비한 ‘2005년 시민사회 연결망 분석’에 주도적으로 참여한 은수미 박사(노동연구원 연구위원)은 이번 분석결과에 대해 “시민운동 위기의 단면을 짚어냈다”고 자평했다.

그는 특히 노동과 연계가 떨어지는 점을 우려했다. 그는 “비정규직 문제를 비롯한 양극화쟁점은 지난해 시민운동이 주력한 사건에서 아주 중요한 위치를 차지하지만 정작 양극화를 다루는 조직은 잘 안드러난다”며 “명분으로만, 다시 말해 실제 내용이 아니라 ‘상징’으로만 양극화를 제기했을 가능성이 있다”고 주장했다. 시민운동에서 비정규직 문제보다도 이주노동자 문제가 더 주요하게 부각되는 것도 이런 측면을 반영한다. 

 은 박사는 시민운동이 과거 노동운동의 전철을 밟는 것은 아닌지 우려스럽다는 입장이다.

“노동운동 위기론은 이미 1990년대 초반부터 있었습니다. 1997년을 전후해 한국사회가 급변하면서 본격적으로 문제가 됐지요. ‘20:80’ 문제를 어떻게 개선할 것인가, 사회적 약자들의 권리를 어떻게 보장할 것인가 등이 핵심과제였지요.

대기업·정규직·남성·노조 중심으로 제도화된 노동운동은 자신들의 집단적 이해관계만 중시했습니다. 그러면서 실제 활동과 ‘상징’이 괴리됐지요. 비정규직과 연대하지도 않으면서 입만 열만 비정규직 철폐였습니다.

결국 대표성도 약해지고 도덕성도 추락하고 조직률도 떨어진 겁니다. 그게 바로 노동운동 위기의 핵심이었고 그것 때문에 최근 대대적인 전환기를 맞고 있습니다.” 


그럼 시민운동은 어떨까? 노조는 이익단체 성격이 있지만 시민운동은 그렇지 않다. 하지만 시민운동이 움직이는 궤적은 노동운동과 유사한 면이 보인다고 은 박사는 진단한다. 그는 “총선시민연대를 거치면서 시민운동이 압도적 지지를 얻은 2001년이 시민운동 최전성기였다”며 “그 속에 잠재해 있던 문제들이 이제 전면에 등장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거품이 꺼지고 있습니다.”

 
낙선운동은 방향은 옳았지만 그 자체로 중장기적 정책전망은 아니었다. 핵심적인 장기과제를 건드리지는 못했다.

 “총선시민연대 이후 너무 많은 문제를 제기하다 보니 핵심적으로 해결해야 하는 문제에 주력을 못하고 있습니다. 양극화, 투기자본, 세계화, 경제패러다임, 안정성과 유연성, 시민적권리 등 주요한 핵심에 대응을 못하고 있습니다. 그런 쟁점을 선점해서 제기하지도 못했습니다. 결국 대안을 제시하지 못하니까 설득력이 약해집니다.

먹고 살만한 사람만 하는 게 시민운동이 아니라면 약자를 설득할 수 있는 이슈를 제기해야 합니다. 하지만 양극화해소를 제기하지만 조직 활동은 다르게 나타납니다. ‘쟁점 따로 활동 따로’라는 노동운동의 전철을 밟는건 아닌지 우려스럽습니다.” 


더 큰 문제는 ‘약한연계’에 시민운동이 지나치게 치중한다는 점이다. ‘쟁점 쫓아가기’로 끊임없이 모든 쟁점을 따라다니다 보니 식상해지고 언론관심도 줄어든다. 은 박사는 “시민운동은 다양해지는데 내실을 갖춘 건 결코 아니다”며 “상이한 가치가 생기고 서로 소통하고 교환하는 다양함이 아니라 형식만 다양해진 것”이라고 꼬집는다.

 
노동과 연계강화로 역동성 되찾아야

대안은 무엇일까. 은 박사는 “지금 시민운동은 중산층 중심으로 가고 있다”며 “시민운동이 사회적 취약계층에 대한 태도를 분명히 해야 한다”고 지적한다.

“복지만 강조해서는 복지가 안됩니다. 생산성이 없으면 복지는 불가능하죠. 효율성과 안정성을 조화시켜야 합니다. 거기에 따라 누구한테서 얼마나 세금을 걷고 어떻게 쓸 것인지, 어떤 것을 시장에 맡기고 어떤 부문을 공공재로 할 건 뭔지, 복지와 성장을 어떻게 조화시킬 것인지를 고민해야 합니다. 그게 없으면 진보성획득은 힘듭니다. 지금처럼 가면 더 이상 ‘시민운동=진보’는 성립하기 힘들 겁니다.”

결국 노동과 시민운동이 전략적으로 연계해야 한다. 하지만 현실은 썩 쉽지 않다. 은 박사는 “일단 한숨 나온다”며 “솔직히 비관적”이라고 답했다. 그는 “시민운동과 노동운동이 연계가 제대로 안되는 것은 노동운동 책임도 대단히 크다”며 “노동운동도 변해야 한다”고 비판한다.

지금 상황에서는 사실 시민운동이 노동운동에 개입할 여지가 별로 없다. “노동운동이 정규직 중심으로만 똘똘 뭉치기 때문”이다. 더구나 기업별 노조로는 시민운동과 연계가 힘들다. 그나마 노동운동이 지역·산업·업종에 기초한 시스템을 갖추고 있다는 점은 긍정적이다. 전환이 이뤄지면 노동의제가 자연스럽게 시민의제와 접촉하는 면적이 엄청나게 넓어질 것이다. 다시 문제는 “의지”다.

은 박사는 “같이 단식하고 같이 집회하는 수준에 그치지 말고 정책대안을 함께 만드는 수준까지 가야 한다”며 “지금은 내용을 채우지 못하기 때문에 ‘약한연계’밖에 안되는 것”이라고 말한다.

 
2006년 5월 29일 오전 8시 55분에 작성한 기사입니다.
시민의신문 제 651호 6면에 게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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