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종횡사해/한반도-동아시아

이라크인 86% "한국전투병 파병 말라" (2003.11.28)

by betulo 2007. 3. 11.
728x90
이라크인 86% "한국전투병 파병 말라"
유엔평화유지군도 규모 제한 부정 반응
국회조사단과 민간조사단·현지인 상황인식 대조
2003/11/28
강국진 globalngo@ngotimes.net

지난 달 26일 귀국한 국회조사단이 치안상황이 나쁘지 않고 한국군을 환영한다고 밝혔지만 이라크를 현지 방문한 시민사회 인사들은 정반대 입장을 밝혀 극명한 대조를 이뤘다. 특히 국회조사단이 면담했다는 이라크인 2백여명이 모두 미군이 소개해준 사람들로 알려져 국회조사단 보고서의 신뢰도가 문제가 있다는 지적이다.



참여연대는 논평을 내고 "국회조사단 발표 결과는 코미디"라고 혹평했다. 참여연대는 "미군 스스로 인정하는 이라크의 민심 이반을 한국 국회의원들만 애써 무시한다는 것은 국제적으로도 낯부끄러운 일"이라며 "아마 국회의원들이 미군정도 인정하는 "꼭두각시"들만 만나고 왔기 때문일 것"이라고 꼬집었다.



국회조사단은 "치안 상황이 안좋다"고 말한 송영길 의원(열린우리당)을 빼고는 "바그다드 등 일부지역을 제외하고는 이라크 치안상황이 나쁘지 않다"고 밝혔다. 그러나 국회조사단으로 참가했던 정진석 자민련 의원이 공개한 영국 글로벌 스트래터지스 보고서는 "이라크 치안이 여전히 불안정한 상황"이라고 규정했다. 평화운동가 한상진씨도 "현실에 순응하느냐 저항하느냐 차이만 있을 뿐 미군을 증오하는 건 이라크인들의 공통정서"라고 못박았다. 3주 동안 이라크에 머물다 지난 달 23일 귀국한 한씨는 "베트남까지는 아니더라도 민간인들이 저항세력을 숨겨줄 정도로 저항세력이 폭넓은 지지를 받고 있다"고 주장했다.



국회조사단장인 강창희 의원은 "이라크인 2백여명을 만나본 결과 한국군에 대한 이미지가 무척 좋았고 한국군의 도움을 요청했다"고 했지만 다른 한편으로 "미군이 섭외해 준 사람들만 만날 수 있었다"고 밝혔다. 현지 이라크인 반응의 신빙성을 의심케 하는 대목이다. 한씨는 서희·제마부대가 현지에서 호평 받는다는 보도에 대해 "나시리야 주변 사람들을 빼곤 서희·제마 부대가 있다는 것도 잘 모른다"고 꼬집었다.



경남지역 36개 시민사회단체로 이뤄진 코리아평화연대를 대표해 지난 달 4일부터 15일까지 이라크를 방문하고 돌아온 임경란씨와 배상현씨는 "현지주민 1백31명을 대상으로 설문한 결과 86.3%가 전투병 파견을 원하지 않는 것으로 나타났다"고 밝혔다. 또 전투병 파견 반대 응답자 가운데 72%가 공병과 의료병 파병도 별 도움이 안된다고 답했다. 한씨도 "한국군을 이라크에 파병하면 현지 여론이 급속히 악화될 것이며 공격받을 가능성이 90% 이상이라고 본다"고 밝혔다. 그는 "비전투병이라 해도 총들고 군복입고 가는 것 아니냐"며 "이라크인들에게 비전투병·전투병은 의미가 없다"고 말했다.



한편 한국을 찾은 리야드 바그다드대학 정치학부 학장, 살람 "이라크 투데이" 기자, 아말(중학교 2년) 등 이라크인 세 명은 "이라크에 안전한 곳이란 없다"며 "한국이 이라크에 파병하려면 한시적으로 유엔 평화유지군으로 와달라"고 말했다.



이들은 한국이 이라크에 추가파병을 한다면 유엔평화유지군으로 와야 이라크인들에게 환영 받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살람은 "도움은 좋지만 전쟁과 관련있는 건 싫다"고 밝혔다. 리야드 교수는 "만약 외국군 주둔이 꼭 필요하다면 유엔 평화유지군으로 와서 재건과 치안을 맡아달라"고 말하며 "그것만이 우리가 인정할 수 있는 방법"이라고 여러 차례 강조했다. 그와 함께 "유엔 평화유지군이라 하더라도 숫자나 규모에 제한이 있어야 한다"는 단서를 달았다. 그는 "그 외의 방안은 반대한다"고 못박았다.
이들은 이라크의 상황에 대해 무척이나 부정적인 입장을 밝혔다. 살람은 "이라크인들은 현재 거대한 감옥에 갇혀 있는 것과 같다"며 "처음엔 재건과 민주주의를 약속했지만 민간인을 죽이고 파괴만 할 뿐"이라고 미군을 성토했다.



이날 기자회견에는 크리스챤 사이언스에 일기를 게재해서 "이라크의 안네 프랑크"라는 얘기를 들었던 아말 후세인이 함께 했다. 13살 소녀인 아말은 "세계 많은 사람들이 이라크전쟁을 해방전쟁으로 알지만 사실은 파괴전쟁이란 걸 알리기 위해 일기를 썼다"고 말했다. 아말은 "이라크에선 대여섯살 된 어린이가 죽고 노인이 죽는다"며 "파괴당한 가정과 처참한 파괴의 현장 등 전쟁의 처참함을 일기에 담았다"고 밝혔다.



강국진 기자 sechenkhan@ngotimes.net

2003년 11월 28일 오전 4시 47분에 작성한 기사입니다.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