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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횡사해/한반도-동아시아

경찰 차떼기에 가로막힌 "파병반대 인간띠" (2003.12.20)

by betulo 2007. 3. 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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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찰 차떼기에 가로막힌 "파병반대 인간띠"
이라크 파병반대 인간띠잇기 행사 무산돼
2003/12/20
강국진 globalngo@ngotimes.net

이라크파병반대비상국민행동이 20일 개최하려던 이라크파병철회 광화문 인간띠잇기가 경찰의 "차떼기(경찰버스를 이용한 봉쇄작전)"로 정부종합청사 근처에도 가지 못하고 무산됐다.


세종문화회관 앞에서 집회를 마친 시위대 1천여 명은 오후 5시 30분경 인간띠잇기를 위해 정부종합청사로 향했다. 그러나 경찰은 이미 경찰버스를 동원해 모든 길목을 막아놓은 상태였다. 버스 위에는 시위대가 올라올까봐 경찰들을 배치했다. 세종문화회관 뒤편에서 길이 막힌 시위대는 결국 발걸음을 돌려 세종문화회관 앞 계단에서 촛불집회로 마무리할 수 밖에 없었다.  


△인간띠잇기 행사가 경찰의 저지로 무산되자 참가자들은 정리집회를 갖고 이후 투쟁 의지를 다졌다. <민중의 소리 제공>
 


이날 경찰의 인간띠잇기 저지에 대해 이경아 평화와 통일을 여는 사람들 평화군축팀 부장은 "명백한 집회방해이자 도로교통법 위반"이라며 경찰을 강력히 비판했다.


특히 경찰은 정부종합청사 접근을 막기 위해 세종문화회관 앞 버스 정류장 앞을 경찰버스로 막는 등 차도 곳곳에 "차떼기"를 하는 바람에 시민들이 큰 불편을 겪었다.


추운 날씨 속에서도 집회 열기 뜨거워


이에 앞서 오후 3시 30분경부터 세종문화회관 앞에서 시작한 이날 집회는 한시간 가량 반전평화콘서트로 막을 열었다. 우리나라, 젠, 천지인, 바람, 권진원 등이 출연해 노래공연을 펼치자 집회 참가자들은 주최측이 나눠준 보라색 헝겊을 흔들고 호루라기를 불며 분위기를 돋구웠다.


△세종문화회관 앞 파병반대시위 <민중의소리 제공>


명동성당에서 36일째 농성투쟁을 벌이고 있는 미등록이주노동자 80여 명이 집회에 참가해 "노동비자 발급"과 "파병반대 전쟁반대"를 함께 외쳐 눈길을 끌었다. 한국에 온 지 8년 되었다는 쟈히드(Jahid, 방글라데시)씨는 "명동성당에서 이곳까지 행진해서 왔다"며 "모두가 친구이기 때문에 전쟁에 반대한다"고 말했다. 이들 이주노동자들은 노래가 나오면 함께 춤을 추는 등 시종 밝은 모습이었다.


집회 연사로 나온 김세균 교수(서울대)는 "우리는 정당한 이라크 민중의 투쟁에 연대해야 한다"며 "미국은 전세계에서 고립되어 있고 반드시 패배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특히 그는 "후세인 체포는 투쟁의 새로운 시작일 뿐"이라고 말해 "이라크인들의 저항이 줄어들 것"이란 예측을 일축했다.


정재욱 한총련 의장은 "학생들이 비록 전쟁을 체험하진 못했지만 전쟁이 얼마나 무서운 것인가는 잘 안다"고 말한 뒤 "애초 제시한 원칙도 지키지 못한 정부 파병안을 우리가 어떻게 인정할 수 있겠느냐"고 지적했다. 그는 이어 "민생법안 4천건이 계류되어 있는데도 정쟁과 부패로 썩어빠진 국회가 파병을 추진한다면 우리는 대국회거부권을 행사하자"고 주장하기도 했다. 참가자 가운데 일부가 "국회 해산, 조기총선 실시" 플랭카드와 피켓을 들고 나와 눈길을 끌기도 했다.


△"식물국회 해산하라" <민중의소리 제공>


 "파병반대 운동은 절반의 승리. 투쟁이 끝났다고 말하지 말라"


이라크파병반대운동은 올 한해 반전평화운동의 최대 쟁점이었다. 외교·안보 정책결정에 참여할 수 있는 기반을 닦은 점은 눈여겨 볼 대목이다. 4개월에 걸친 파병반대운동을 통해 시민사회는 평화운동이 중요하다는 공감대를 형성한 것도 성과로 꼽을 수 있다. 이와 함께 여전히 시민사회의 진입하기 위해 진보적인 외교·안보 전문역량을 키우는 것이 중장기 과제로 대두되고 있다.



한 청와대 핵심관계자는 "지난 10월 19일 정부가 파병방침을 정했을 때 시기·규모·성격 등을 독자적으로 결정한다고 밝힌 것은 시민사회의 의견을 반영한 것"이라고 말했다. 정부가 시민사회의 움직임에 신경 쓸 수밖에 없을 만큼 시민사회의 평화운동 역량이 성장했다는 것을 단적으로 보여주는 대목이다.



그럼에도 파병반대운동은 "절반의 성공"에 그치고 말았다. 정대연 전국민중연대 정책위원장은 "정부의 시간끌기로 파병문제가 장기화하면서 시민사회의 집중력이 떨어졌고 그 기간동안 중요한 쟁점이 계속해서 발생하면서 전선이 너무 분산되었다"고 지적했다. 파병반대국민행동의 다른 관계자는 "아직 한국 시민사회가 평화운동을 하는 것이 힘에 부치는 게 사실"이라면서도 "평화운동은 이제 첫걸음을 떼었다. 파병반대운동을 평화운동의 양적·질적 성장을 위한 계기로 삼아야 한다"고 지적했다.


강국진 기자 sechenkhan@ngotimes.net

사진 = 인터넷방송 <민중의소리> 제공 

2003년 12월 20일 오전 10시 33분에 작성한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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