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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횡사해/한반도-동아시아

“북 피폭자 문제 쟁점될 것” (2005.2.4)

by betulo 2007. 3. 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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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징용근로자 배상판결 이끌어낸 아다치 슈이치 변호사

2005/2/4


일본 히로시마 고등법원은 지난달 19일 원폭피해를 입은 한국인 이근목씨 등 징용근로자 40명이 일본 정부와 미쓰비시(三菱)중공업을 상대로 제기한 손해배상청구 소송에 대해 “국가는 원고 1인당 120만엔씩 총 4천8백만엔을 배상하라”고 명령했다. 외국거주 피폭자 대책과 관련한 재판에서 일본 정부에 배상명령을 내리기는 이번이 처음이다.

 

원고들은 2차대전 당시 강제로 끌려와 미쓰비시중공업 히로시마공장에서 일하다 원폭피해를 입었으나 해외거주자라는 이유로 원호혜택을 받지 못하자 소송을 제기했다. 


이 판결을 이끌어 내기 위해 변호인으로서 물심양면 노력한 일본 변호인이 있다. 아다치 슈이치(足立修一) 변호사(왼쪽 사진)가 그 주인공이다.

 

2005년 1월 26일 히로시마에 있는 사무실에서 만난 아다치 변호사는 “기대 이상의 판결”이라는 말로 기쁨을 표시했다. “법원은 판결문에서 1973년 후생성 통지 402호가 해외거주 피폭자에 대한 피폭자법 적용을 부인한 것이라고 단정하고 이 통지 때문에 해외거주 피폭자 구제가 지연됐다고 지적했습니다. 이는 그동안 일본정부가 재외 피폭자들을 방치한 과실이 있다는 점을 법원이 인정한 것이죠.”

 

아쉬운 점도 적지 않다. 그는 “법원은 징용 당시 국가의 불법행위는 인정했지만 20년 시효기간이 지났기 때문에 청구권은 없다고 밝혔고 미쓰비시중공업에 대한 청구도 시효완성 등을 이유로 기각했는데 이는 큰 잘못이라고 생각한다”며 법원 판결을 강하게 비판했다.

 

아다치 변호사는 앞으로 북한 피폭자 문제가 쟁점이 될 것이라고 예상한다. “북한 피폭자들이 일본에 오면 원호 대상이 됩니다. 문제는 북일수교가 안 이뤄졌기 때문에 자유롭게 왕래하기가 힘들다는 점이죠. 북한과 일본이 개인 청구권 방식으로 북일수교를 할지 한국처럼 할지를 지켜봐야 합니다. 만약 개인 청구권을 인정하는 북일수교가 이뤄진다면 북한 피폭자 문제에 획기적인 전환점이 될 거라고 생각합니다.”

 

그는 대학생 때 김대중 내란음모사건을 접하면서 한국 민주화운동에 관심을 갖게 되었다. 지금도 그의 사무실 책장에는 김대중 평전이 꽂혀있다. 1994년 무렵에는 일제 강점기 히로시마로 끌려와 미쓰비시 중공업에서 강제노동을 했던 한국인 2명이 히로시마로 와서 미불 임금" 공탁서 열람을 시도할 때 도움을 준 것을 계기로 피폭 한국인 문제에도 관심을 갖게 됐다. 아다치 변호사는 2001년 6월 한국인 피폭자 곽귀훈씨가 제기한 소송에 변론을 맡아 ‘한국에 귀국했다는 이유로 일본 정부가 피폭자 원호 수당 지급을 중단한 것은 잘못’이라는 오사카 지방법원 판결을 이끌어내기도 했다.

 

일본 정부는 지난달 28일 히로시마 고등법원의 판결에 불복해 최고재판소에 상고했다. 후생노동성은 “히로시마 고등법원의 판결은 해외거주 피폭자 원호혜택에 관한 국가배상을 인정하지 않았던 2002년 12월 오사카(大阪) 고등법원의 판결과 차이가 큰 만큼 최고재판소의 판단을 바란다"며 상고 배경을 밝혔다.

 

아다치 변호사와 인터뷰를 한 것은 일본정부가 상고하기 전이었다. 당시 아다치 변호사는 “우리측에서 상고할지 여부를 둘러싸고 토론을 벌이고 있다”며 “하지만 일본정부가 상고하면 우리도 상고할 것”이라고 밝힌 바 있다. 그는 “가능성이 높진 않다고 보지만 최선을 다할 것”이라고 말했다.


 2005년 2월 4일 오전 4시 37분에 작성한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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