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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역적자? 그것은 미국의 운명

雜說/경제雜說

by betulo 2017. 7. 17. 09: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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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는 1년에 400억 달러를 잃고 있다. 이건 끔찍한 거래다. 그래서 우리는 한국과 재협상(renegotiating)을 다시 시작했다. 해야만 한다.”


 미국 백악관이 14일(한국시간) 공개한 이 발언에서 보듯 미국 대통령 도널드 트럼프는 미국의 무역적자가 미국 경제에 심각한 문제라고 인식하고 있다. 13일(한국시간) 미 무역대표부(USTR) 대표 로버트 라이트하이저 역시 “한미 자유무역협정(FTA)이 발효된 이후 우리의 대(對)한국 상품수지 적자는 132억 달러에서 276억 달러로 배가됐고, 미국의 상품 수출은 실제로 줄었다”면서 무역적자를 개정협상의 명분으로 삼았다. 하지만 이는 미국은 물론 세계경제가 작동하는 방식, 즉 ‘달러 체제’를 전혀 이해하지 못하는데서 오는 엉터리 진단이라고 할 수 있다.


 트럼프가 말하는 ‘글로벌 불균형’이란 결국 미국이 수출보다 수입을 더 많이 해서 적자가 늘어나고 중국 등 신흥국은 미국을 상대로 흑자를 낸다는 것을 의미한다. 하지만 그렇게 세계로 유출되는 달러는 사실상 기축통화로서 세계경제에 유동성을 공급하고 있다. 중국이 세계에서 미국 채권을 가장 많이 갖고 있는 것에서 보듯 신흥국이 수출로 벌어들인 달러 가운데 상당액은 다시 미국으로 돌아가 미국의 쌍둥이적자(경상적자와 재정적자)를 메꿔주고 미국 소비를 지탱해준다.


 전창환(한신대 국제경제학과 교수)은 “한마디로 말해서 ‘미국의 무역적자야말로 세계경제를 끌고 가는 원동력’”이라고 지적한다. 그에 따르면 미국이 달러를 기반으로 세계경제에서 헤게모니를 유지하려면 달러가 외국으로 나가야 한다. 그런데 미국이 무역흑자를 내거나 저축을 높이고 소비를 줄이면 어떻게 될까.


 전창환은 “전세계에 달러 공급이 줄어들어 전세계에 유동성 위기를 일으킬 수 있다”면서 “그런 면에서 보면 ‘트리핀의 역설’은 지금도 유효하다”고 말했다. ‘트리핀의 역설’이란 준비 통화가 국제 경제에 원활히 쓰이기 위해 풀리려면 준비 통화 발행국의 적자가 늘어나고, 반대로 준비 통화 발행국이 무역 흑자를 보면 준비 통화가 덜 풀려 국제 경제가 원활해지지 못하는 딜레마를 가리킨다.


 조영철(고려대 경제학과 초빙교수)은 “물론 무역적자가 무한정 늘어날 수는 없는 노릇이다. 그런 점에서 미국에게 달러체제는 위태로운 줄타기일 수밖에 없다”면서 “트럼프 행정부는 헤게모니 국가로서 발생하는 부담을 모두 외국에 전가하려 한다. 그것이 세계경제에 불안과 갈등을 일으킨다”고 비판했다. 다만 그는 “현재 미국 경제가 그렇게 심각한 상황이라고 보지 않는다”면서 “‘러스트벨트’’(Rust belt·쇠락한 공업지대) 지역 경제 활성화라는 국내정치적 맥락을 위한 ‘약한 고리’가 한미FTA일 뿐”이라고 지적했다.


 정승일(‘새로운 사회를 위한 연구원’ 이사) 역시 비슷한 진단을 내놨다. 그는 “트럼프 행정부로선 주요 지지기반을 생각하지 않을 수 없다”면서 제조업 경쟁력이 약해지는 것은 곧 트럼프 지지층의 붕괴를 의미하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그는 이어 “미국은 달러체제를 포기하지 않는 한 보호무역을 하면 안되는 나라다. 그것이 패권국가의 운명”이라면서 “트럼프 대통령이 그렇게 미국 서민층을 걱정한다면 한미FTA 개정이 아니라 최저임금 인상이 훨씬 더 효과적”이라고 꼬집었다.


그리하여 이 글의 결론은 다음과 같다. 

​ "달러는 우리 화폐지만 인플레이션은 너희 문제다."(존 코널리 닉슨 행정부 재무장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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