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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재뒷얘기

세계 무대 평정한 한국 양궁을 만든 '제도'

by betulo 2016. 8. 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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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여자 양궁이 1988년 서울 올림픽을 시작으로 2016년 리우데자네이루 올림픽까지 무려 28년 동안 세계 최강자 자리를 놓치 않는 위업을 달성했다. 세계무대를 호령하는 한국 여자 양궁은 말 그대로 신궁(神弓)의 계보를 이어온 역사였다. 올림픽 금메달리스트라도 국가대표 선발전에서 탈락할 정도로 치열하고도 공정한 선수선발과 체계적인 훈련이 밑바탕이 됐다. 


 한국 여자 양궁에서 첫번째 신궁 계보에서 시조로 꼽히는 선수는 김진호 한국체육대학교 체육학과 교수를 꼽을 수 있다. 1979년 베를린 세계선수권대회와 1983년 LA 세계선수권대회에서 각각 5관왕을 차지했고 1984년 LA올림픽에서 동메달을 땄다. 당시 김진호를 제치고 금메달을 목에 건 선수가 바로 서향순이었다. 서향순은 생애 첫 국제대회에서 17세 나이로 한국 여자 양궁 사상 첫 올림픽 금메달리스트가 됐다. 


 1988년 서울 올림픽은 여자 양궁에서 가장 유명한 신궁으로 꼽히는 김수녕의 시대가 열린 대회였다. 당시 개인전과 단체전에서 2관왕에 오른 김수녕은 세차례 올림픽에서 금메달 4개, 은메달 1개, 동메달 1개를 차지했다. 1989년과 1991년 세계선수권대회 2연패 기록까지 세우며 한국 여자 양궁을 세계 최고 반열에 올려놨다. 


 신궁 계보를 잇는 네번째 선수인 조윤정은 1992년 바르셀로나 올림픽에서 김수녕을 꺾고 개인전 금메달을 차지했다. 김경욱은 1996년 애틀란타 올림픽에서 과녁 정중앙에 화살을 맞춰 카메라를 깨뜨린 일명 퍼펙트 골드로 유명하다. 윤미진은 2000년 시드니 올림픽과 2004년 아테네 올림픽에서 금메달 3개를 따냈다. 박성현은 2004년 아테네 올림픽과 2008년 베이징 올림픽에서 금메달 3개와 은메달 1개를 목에 걸었다. 박성현의 뒤를 잇는 신궁으로 꼽히는 선수가 바로 이번 올림픽 단체전 우승을 차지한 기보배(28·광주시청)다. 


 양궁에서 한국 대표가 되는 것은 올림픽에서 우승하는 것보다 어렵다는건 이제 상식에 속한다. 리오넬 메시가 아르헨티나 축구 국가대표팀 명단에서 탈락하는 건 상상조차 할 수 없는 일이지만 한국 양궁에선 뉴스거리도 안 된다. 실제 여자 양궁에서 2회 이상 올림픽에 출전한 선수는 김수녕(1988·1992·2000), 윤미진(2000·2004), 박성현(2004·2008) 등 손에 꼽을 정도다.

 

 이는 6개 전국대회 성적을 종합해 국가대표 선발전 출전자격을 부여한 뒤 토너먼트 경기방식과 최종선발전을 거쳐 국가대표를 선발하는 등 공정한 국가대표 선발 제도가 뿌리를 내린 덕분이다. 모든 선수에게 공정한 경쟁 기회를 부여하기 위해 장기간 여러 차례 시합을 거치기 때문에 오로지 실력만으로 국가대표가 될 수 있다. 윤미진조차 성적에서 밀려 하마터면 전국체전 출전자격조차 얻지 못할 뻔한 적도 있었다. 런던올림픽에서 2관왕에 오른 여자양궁 1인자인 기보배가 2014 인천아시안 게임 국가대표 선발전에서 탈락했을 정도다. 


 남자 양궁 역시 예외가 아니다. 지난해 10월 열린 제96회 전국체전 남자 일반부 30m 결선에선 만점자(360점)가 3명이나 나왔다. 전체 36발 중에서 딱 한 발만 9점을 쏜 선수 두 명은 공동4위로 메달조차 받지 못했다. 중요한 건 당시 메달을 딴 세 명 중 리우 올림픽 국가대표가 된 건 지난 7일 남자 단체전에서 우승한 이승윤(21·코오롱) 한 명 뿐이었다는 점이다.



양궁 남북대결, 활은 국산으로 통일

 리우데자네이루 올림픽 양궁 여자 개인전 금메달을 딴 장혜진은 16강전에서 북한 강은주와 ‘남북대결’을 펼쳤다. 장혜진이 세트점수 6-2(27-27 28-24 29-27 27-27)로 이긴 이 경기 장면을 유심히 보면 두 선수가 사용하는 활에 모두 ‘WIN&WIN’이라는 로고가 찍혀 있다는 걸 알 수 있다. 재미있는 건 ‘윈앤윈’이 알고 보면 한국 기업이라는 점이다. 


 1990년대만 해도 전세계 양궁 선수들이 주로 사용하는 활은 미국 기업인 호이트와 일본 야마하 제품이었다. 한국 선수들이 국산 제조업체에서 만든 활로 세계 무대를 평정하면서 자연스럽게 한국산 활이 세계 시장에서 점유율을 높이게 됐다. 일부 외국 선수들은 한국 선수들의 유니폼과 걸음걸이까지 따라하는 형편이다 보니 한국산 활도 인기가 높아질 수밖에 없었다. 


 장혜진과 강은주가 사용한 윈앤윈은 세계 양궁 장비 세계 1위를 자랑한다. 알루미늄이 아니라 카본 소재 제품을 사용하면서 정확도를 높이는 등 기술혁신을 이어갔다. 양궁 선수 출신 기술진이 기술개발에 참여하는 것도 중요한 장점이다. 한국 선수들이 이 활로 우승을 차지하면서 자연스럽게 광고효과도 높아졌다. 2012년 런던 올림픽 때는 양궁 참가 선수 가운데 절반 이상이 윈앤윈 제품을 사용했을 정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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