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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횡사해/한반도-동아시아

김정일 사망, 정부는 즉각 조문단을 파견해야 한다

by betulo 2011. 12. 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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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론에 앞서 결론을 미리 말한다. 정부는 즉각 김정일(조선민주주의인민공화국 조선노동당 국방위원장) 사망에 애도를 표하고 조문단을 파견해야 한다. 북한에서 공식 조문단을 받지 않겠다고 했으니까 개인자격으로 보내도 무방하다.

김정일과 정상회담 당시 만난 적이 있던 이희호, 권양숙, 현대아산 회장인 현정은 정도면 꽤 괜찮은 진용이지 않을까 싶다. 그것만으로도 남북관계를 전화위복할 수 있는 좋은 기회가 될 것이다. 박근혜와 박지원(혹은 정동영) 같은 여야 정치인들도 포함시키면 더 좋다. 거기다 통일 관련 사업을 하던 민간단체 인사들을 포함시키면 금상첨화다. 2009년 김대중 사망시 북한에서 특별조문단을 파견했다는 선례를 기억할 필요가 있다. 

이명박 정부 출범 이후 4년간 제대로 된 남북대화 한 번 없었다.  이번 정부에겐 대북정책이란 것도 없었다. 지금쯤이면 대북정책이란걸 가질때도 되지 않았나 싶다.  

이번에도 '우린 할 일 다했다'는 알리바이식 대북대책만 늘어놓는다면 남북관계는 돌아올 수 없는 강을 건널수도 있다. 감나무 밑에 누워 입만 벌리고 감 떨어지기 기다리는 현 대북대책은 북한을 중국 품에 꼬옥 안기게 만들 뿐이다. 흡수통일만 생각하는 정권 핵심부들은 휴전선에서 중국군과 대치하는게 소원인 건가? 

이쯤 얘기하면 '천안함을 잊었느냐! 이 빨갱이야'라고 외치는 소리가 귀에 아른거른다. 바보들을 위해 해줄 얘기는 이것뿐이다. "바보야! 정치는 도덕이 아니야! 외교는 윤리로 하는 게 아니다!"

정부가 중심을 잡지 않을 경우 한국 사회는 걷잡을 수 없는 '빨갱이 사냥' 국면으로 진입할 수도 있다. 1994년에 이미 경험을 한 적이 있다. 1994년 여름 대대적인 공안정국 속에서 수백명이 구속됐다.

그 해 여름, 연세대에서 학내집회가 있었다. 공안탄압 규탄대회였다. 집회에선 정부와 경찰이 벌이는 공안탄압을 강하게 규탄했다. 그리고 집회는 끝났다. 학교로 돌아가려는데 연세대 정문에서 경찰들이 학생들을 막아섰다. 그리고는 최루탄을 터뜨리며 갑자기 학교 안으로 쳐들어왔다. 알고보니 연세대로 통하는 모든 출입구를 완전히 포위했다. 심지어 연세대 뒷산까지도 경찰들이 바글바글했다.

말 그대로 죽다 살아난 기분이었다. 겨우겨우 연세대 뒷산을 넘어 밤 늦게서야 학교를 탈출할 수 있었다. 나중에 뉴스를 보니 경찰들은 도서관까지 들어가서 최루탄을 터뜨리고 학생들을 닥치는 대로 잡아갔다. 도서관에서 공부하던 학생들이 책상과 의자로 바리케이트를 만들고 경찰과 대치했을 정도였다.

사건의 진상은 며칠 안 가서 밝혀졌다. 경찰은 이날 집회가 김일성 추모집회인걸로 잘못 알았다는거다. 자유민주주의 국가라는 곳에서 표현의 자유도 무시하고 백주대낮에 경찰이 학교 도서관까지 쳐들어가서 공부에 열중하던 학생들까지 구타하고 연행하는 만행을 벌이고도 미안하단 말한마디 없었다. 조문을 둘러싼 마녀사냥이 불러온 슬픈 참상이었다. 

아래 글은 1994년 김일성 사망과 2011년 김정일 사망의 공통점과 차이점을 비교한 기사이다. 블로그 표기원칙에 따라 직책은 모두 생략하고 이름으로만 표현했다. 

 




조선민주주의인민공화국, 속칭 북한 조선중앙방송이 19일 낮 12시에 전한 김정일 사망 소식은 여러 모로 1994년 7월9일 낮 12시 김일성(북한 주석) 사망소식을 떠올리게 한다. 17년을 사이에 둔 김일성·김정일 부자 사망의 공통점과 차이점을 비교해봤다. 

후계구도, 안정과 불안

 김일성 장의위원회 첫머리엔 김정일이, 김정일 장의위원회 첫머리엔 김정은(조선노동당 중앙군사위원회 부위원장)이 이름을 올렸다. 장례기간 10일이라는 공통점과 함께 후계자로서 위치를 안팎에 과시한다는 점은 똑같지만 두 사람의 위상은 상당히 다르다. 
 
 김일성이 1994년 7월8일 사망했을 당시 김정일은 이미 굳건한 정치적 위상을 확보하고 있었다. 1980년 10월10일 제6차 당대회에서 후계자로 공식화된 이후 그는 1990년에는 당 국방위원회 제1부위원장이 됐고 1993년에는 국방위원장에 선출됐다. 통일연구원은 김일성 사망 당시 김정일은 이미 사실상 공동통치자였다고 평가했다. 이에 비해 김정은은 후계자 자리에 오른지 불과 1년여 밖에 안된 약관에 불과하다. 후계구도를 불안하게 바라보는 시선이 적지 않다. 

전화위복 된 북미관계

 김일성은 북핵문제를 둘러싼 갈등이 전쟁직전까지 간 뒤 극적인 제네바합의를 이룬 직후 사망했다. 김정일은 북미간 버락 오바마 행정부 등장 이후 오랜 공백을 딛고 최근 식량지원에 합의하면서 북미대화에 대한 기대를 높인 시점에 돌연 숨졌다. 1994년 경험을 되짚는다면 이번 김정일 사망은 전화위복이 될 수도 있다. 
 
 1994년 당시 빌 클린턴(미국 대통령)은 성명에서 “미국민을 대신하여 북한 인민들에게 심심한 조의를 표한다.”면서 “우리는 김 주석이 미국과 회담을 재개하도록 지도력을 보여준 데 감사한다.”고 밝혔다. 이에 대해 로버트 돌(공화당 원내총무)이 클린턴을 비난하자 뉴욕타임스는 12일 사설에서 ‘상원의원, 그게 외교라는 거요’란 사설을 통해 돌 상원의원을 강하게 비판하면서 클린턴을 옹호하기도 했다. 이후 클린턴 행정부 내내 북미관계는 꾸준하게 대화관계를 발전시켰다. 

조문, 뜨거운 감자 될 수도
 
 1994년 한국 사회는 조문논쟁에서 시작해 비이성적인 빨갱이사냥이라는 공안정국이 조성되면서 극심한 혼란이 발생했다. 미국 정부조차 조문사절 파견 의사를 밝혔음에도 한국 정부는 야당·사회단체의 조문 요구에 ‘이적행위 엄단’으로 대응했다. 북한은 1994년 7월15일 조문단 불허 방침에 대해 “상식 이하의 무례한 처사”라며 격하게 반발했다. 
 
 결국 김일성 사망 직전 합의했던 남북정상회담은 물건너갔고 남북관계는 김영삼 정부 내내 완전히 파탄나버렸다. 게다가 북미관계 접근에 따라 한국이 국제관계에서 고립됐을 뿐 아니라 한미관계까지 악영향을 미쳤다. 이명박 정부 이후 남북관계가 단절됐고 연평도 포격 등으로 남북갈등이 깊어진 점을 감안하면 이번에도 자칫 남북관계에 심각한 후폭풍이 몰아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는 상황이다. 
 
예나 지금이나 정보당국은 깜깜무소식
 
 1994년 당시 김일성 사망부터 발표까지 걸린 시간은 약 34시간이었다. 이번 김정일도 17일 오전 8시30분 사망부터 발표까지 약 51시간 걸렸다. 그때나 지금이나 한국 정보당국은 관련 사실을 까맣게 모르고 있었다.

당시 김영삼은 여성정책심의원회와 오찬 도중 쪽지연락을 받고서야 급히 이병태(국방장관)을 찾았다. 이양호(합참의장)은 토요일 오후에 퇴근을 준비하다 사복으로 국방장관이 긴급소집한 회의에 참석하기도 했다. 깜깜무소식이기는 이번에도 다르지 않았다. 이명박(대통령)은 물론 정부 어느 곳에서도 김정일 사망을 짐작조차 하지 못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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