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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문사위에 ‘방탄조끼’ 입힐까? (2004.7.15)

취재뒷얘기/시민의신문 기사

by betulo 2007. 3. 14. 14: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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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문사위에 ‘방탄조끼’ 입힐까?
피조사기관들 의문사위 조사방해 위험수위
“죽여버리겠다” 대놓고 협박까지
2004/7/15
강국진 globalngo@ngotimes.net

의문사진상규명위원회가 “전 국방부 특별조사단원 인 모 상사가 의문사위 조사관에게 권총을 쏘며 협박했다”고 공개한 이후 의문사위 조사대상 국가기관들의 의문사위 조사 비협조, 수사방해가 위험수위라는 우려가 높아지고 있다.

 

국방부와 의문사위는 지난 12일부터 지금까지 첨예하게 대립하고 있고 이는 감사원 감사로 이어졌다. 그러나 이 사건 이전부터 의문사위가 계속 문제제기했던 “국방부․국가정보원․기무사 등 피조사기관의 비협조와 조사방해”는 문제의 핵심단서임에도 논란의 뒷전으로 밀려난 양상이다.

 

국방부․국정원․기무사 등은 1기 의문사위부터 지금까지 “조사비협조와 조사방해로 일관한다”는 비판을 받아왔다. 전문가들은 “의문사위 권한이 너무 미약하기 때문에 피조사기관이 의문사위를 무시하는 것”이라며 “기소권을 주고 조사비협조에 대한 처벌조항을 강화하는 등 실질적인 권한을 의문사위에 줘야 한다”고 지적한다.

 

국방부=비협조에 협박까지

 

의문사진상규명에관한특별법은 의문사위 조사를 방해하거나 폭행․협박을 가할 경우 5년 이하의 징역이나 2천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그럼에도 허원근 일병 조사과정에서 보듯 국방부는 “노골적인 조사방해로 일관”했다.

 

의문사위는 12일 기자회견에서 “현역군인인 인 모 상사가 자료제출을 거부하며 조사관들에게 총을 쏘며 수갑을 채우며 위협했다”고 밝혔다. 의문사위는 이와 함께 “지난 3월6일 서울 방배동의 한 음식점에서 인 모 상사의 제안으로 전 국방부 특조단장 정 모 육군 대장(1군 사령관) 등을 만났으며 당시 정 대장은 ‘1기 의문사위처럼 나한테 말한마디 없이 언론에 까발리면 너희들 죽는다’라고 여러번 협박했다”고 주장했다. 의문사위는 정 모 대장을 고발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다.

 

한 의문사위 조사관은 “그 일이 있고 나서 인 상사를 만나 ‘현역군인이 민간인에게 총을 쏴도 되느냐’고 말하자 인 상사가 ‘나는 총기소지증도 있고 군인이다. 상황이 되면 총을 쏠 수도 있다’고 대답했다”고 말했다.

 

인 상사는 “당시 사용한 총기는 가스총이었다”고 주장하고 있다. 이에 대해 민주사회를위한변호사모임은 지난 13일 성명을 내고 “민간인에 대한 수사권이 없는 현역 군인이 현행범체포의 요건도 갖추지 않은 채 공무수행중인 공무원에게 수갑을 채우고 협박했다는 발표내용에 경악을 금할 수 없다”며 “특히 총기를 사용한 것은 변명의 여지가 없는 위법행위이며 이는 가스총이라 해서 달라질 것이 없다”고 꼬집었다.

 

한 의문사위 관계자는 “의문사위 조사관들 사이에서 ‘3기 의문사위부터는 조사관에게 방탄조끼를 지급해야 한다’는 소리가 나올 정도”라며 의문사위 내부 분위기를 전했다.

 

기무사=대통령이 와도 자료 보여줄 수 없다?

 

조영민 의문사위 조사3과 조사관은 “기무사의 비협조 행위는 기만적이고 상식 이하의 경우로 분노하지 않을 수 없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지난달 9일 군의문사 사건을 전담하는 조사3과 박종덕 과장을 비롯한 조사관들이 기무사를 방문해 허원근, 김두황, 최우혁 등 의문사 사건과 관련해 기무사가 보관중인 사망사건보고서를 요구했다. 기무사 방첩처장 등은 “협조요청한 사항에 대한 기무사 내부 처리문서 일체를 확인해 주겠다”고 약속하면서 “내일 다시 와달라”고 말했다. 그러나 10일 의문사위 조사관들이 기무사를 방문하자 실무자들만 나타나 “방첩처장이 ‘관련문서는 공개하지 말고 그것의 처리방식에 대한 설명만 하라’고 지시했다”며 조사를 거부했다.

 

기무사는 조사를 거부하면서 “강제징집과 녹화사업은 당시 보안사가 주도한 것이 아니라 교육부와 국방부 등 정부 부처에서 추진한 것이고 특별정훈교육이었을 뿐”이라며 “당시 사령관의 지시로 관련 자료를 전량 파기했다”고 밝혔다. 이에 대해 의문사위 관계자는 “기무사는 국방부 소속이 아니라는 말인가”라며 “스스로 공문서 파기에 해당하는 범죄를 당당히 밝히고 하루만에 약속을 파기하는 기만행위를 서슴치 않는다”고 기무사를 성토했다.

 

기무사 관계자들은 이미 지난 2002년 8월 1기 의문사위 조사관들이 녹화사업과 관련한 실지조사를 위해 기무사를 방문했을 때 “대통령이 와도 보여줄 수 없다” “대한민국이 거꾸러져도 안 된다”고 말하며 협조를 거부한 적이 있다.

 

국정원=“더 이상 자료 없다”

 

지난 2001년 6백40여쪽에 이르는 장준하 사건 관련기록 가운데 3백60여쪽을 고의로 누락한 채 1기 의문사위에 제출했다. 국정원은 이후 자료요청에 “더 이상의 자료 없음” “관련자료 없음”으로 답변했다.

 

2기 의문사위가 자료를 고의로 누락한 것을 밝혀내자 그때서야 “해당자료는 ‘장준하사건과 관련없고 제3자에 대한 명예훼손 우려’를 이유로 협조할 수 없다”고 했다. 의문사위는 자료의 관련성 여부를 같이 확인하기 위한 방법으로 마이크로 필름 자료를 열람하자고 제안했고  4개월이 지나서야 관련자료를 볼 수 있었다. 그리고 조사기간을 2개월 남기고 자료를 제출받을 수 있었다.

 

의문사위는 “국정원이 ‘관련 없다’고 주장했던 자료는 오히려 2001년 의문사위에 제출한 자료보다 더 자세했다”며 “당시 중앙정보부가 장준하씨에 대해 어떤 의도로 어떻게 감시하고 통제해 왔는지 알 수 있었고 이 과정에서 누가 어떤 종류의 문서를 작성했는지 충분히 짐작할 수 있는 근거들”이었다고 밝혔다.

 

국정원은 당시 포천지역 정보원으로 알려진 사람에 대한 자료요청에 허위로 답변하기도 했다. 처음엔 ‘재직사실 없다’고 하다가 여러 달이 지나서야 자료열람만 협조할 수 있다고 회신했다. 또 장준하의 지인에 대한 자료요청에 ‘관련자료 없음’이라고 하다가 역시 조사기간을 2개월 남기고 협조했다.

 

결국 의문사위가 요청한 자료의 많은 부분이 실제로 보관돼 있음이 확인됐고 국정원이 그동안 ‘거짓말’을 한 것이 드러난 것이다. 국정원은 이에 대해 아무런 입장을 밝히지 않았다.

 

강국진 기자 globalngo@ngotimes.net 

 

"허원근 일병 의문사 진실 규명이 핵심"

 

시민사회 성명 종합



민가협/인권운동사랑방/천주교인권위/민변/민족민주열사․희생자추모(기념)단체연대회의

 

일부 언론들이 의문사위 민간 조사관 3명의 과거 국가보안법 전력을 들어 마녀사냥에 나섰다. 이 보도는 그들이 의문사위 활동과정에서 무슨 문제가 있었으며 어떤 물의를 일으켰다는 내용은 찾아볼 수 없고 다만 과거전력을 거론할 뿐이다. 이런 보도 행태는 강제전향공작으로 사망한 장기수의 민주화운동 관련성 인정에 대한 색깔 덧씌우기에 이은 야만적인 행위로 규정한다.

 

우리는 2기 의문사위 활동이 마무리되는 시점에서 과거사 청산과 진상규명의 정당성을 훼손하고 딴죽을 걸려는 일부 언론의 행태를 개탄한다. 역사의 시계는 되돌릴 수 없다. 이미 정치적 반대자에게 주홍글씨를 새기던 시대는 지났다는 사실을 하루 빨리 깨닫기 바란다. 거듭 주장한다. 과거 공권력에 의한 의문사는 밝혀야 한다. 과거 침묵하며 눈치 보던 일부 언론은 뒤늦은 마녀사냥을 걷어치워야 한다.

 

시민사회단체청년활동가모임

 

1기 의문사위에서도 장기수 2명에 대해 위법한 국가권력에 의한 타살과 민주화운동 관련성을 인정하는 조사결과 발표가 있었다. 그 때는 가만히 있던 일부 언론과 집단들이 왜 지금 이렇게 호들갑인지 이해할 수 없다. 우리는 과거의 만행을 감추고 3기 의문사위 출범을 좌초시키기 위한 의도가 있는 것은 아닌지 의심할 수밖에 없다.

 

현직 군인이 의문사위 조사관에게 ‘총기사용 협박’까지 했다고 한다. 그것이 가스총이라 해도 대통령 직속 국가기구의 조사를 총기를 사용하여 저지하고 죽이겠다고 협박한 것은 어떤 식으로든 용납하기 어렵다.

 

모든 일은 의문사위의 형편없는 권한, 짧은 조사기간, 공안기관의 비협조가 겹치면서 벌어진 일이다. 의문사위는 활동을 계속해야 한다. 그러기 위해서는 △부당한 공권력에 의한 모든 의문의 죽음 조사 △실질적인 조사권한 부여 △충분한 조사기간 보장 △관련 기관의 전폭적인 협조 확보가 반드시 이뤄져야 한다. 국회와 정치권은 3기 의문사위를 즉각 출범시키기 위한 법개정에 나서야 한다.

 

참여연대

 

감사원이 특별감사조치를 내릴 수밖에 없게 된 현실을 개탄한다. 그러나 ‘허원근 일병 의문사 진상규명과 국방부의 은폐의혹’이라는 합리적 핵심을 놓치지 않는 가운데 이 문제를 다뤄야 한다. 특히 국방부 특조단이 허 일병 사건을 은폐축소했다는 의혹이 있는 만큼 모든 문제는 의혹을 해소하는 가장 적절한 방법을 찾는 것으로 귀결돼야 한다.

 

총기발사 등 협박사실을 명확히 확인해야 한다. 설사 국방부 주장이 사실이라 해도 대통령 직속 위원회 직원에게 총기발사를 한 것이 불가피했다는 건 설득력이 없다. 아울러 의문사위 직원들의 자료입수 과정의 적절성, 내부제보자 면담과정의 취업 등 알선 제안 의혹 등도 마땅히 조사해야 한다.

 

이번 사건을 통해 의문사위가 가진 권한의 한계에 대한 정당한 검토도 필수적이다. 짧은 조사기간, 조사권과 조사대상의 한계 등이 의문사 관련 조사활동을 어렵게 하고 조사대상의 조직적 저항을 가능케 하는 요인이 되고 있다.

 

민주사회를위한변호사모임

 

민간인에 대한 수사권이 없는 현역 군수사관이 현행범체포의 요건도 갖추지 않은 채 공무를 수행하던 공무원에게 수갑을 채우고 협박했다는 의문사위 발표내용에 경악을 금치 못한다. 특히 총기를 사용한 것은 변명의 여지가 없는 위법한 행위이며 이는 가스총이라 해서 달라질 것이 없다. 진상을 철저히 밝힌 후 엄중히 처벌해야 한다. 전 국방부 특조단장이 의문사위 직원을 협박하고 업무수행을 방해했다는 의혹도 엄정하게 조사해야 한다.

 

이번 사건은 의문사위의 빈약한 조사권에 연유한 것이다. 의문사위 뿐 아니라 앞으로 구성될 일제강점하강제동원진상규명위원회, 친일반민족행위진상규명위원회에도 실질적인 조사권한을 부여해 명확한 진상규명이 이뤄지는 계기로 삼아야 할 것이다.

 

정리=강국진 기자 globalngo@ngotimes.net

2004년 7월 15일 오후 12시 59분에 작성한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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