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버트 졸릭 세계은행 총재는 지난 4월 세계 식료품 가격 상승에 따른 빈곤화를 경고했다. 지난 7월 한 달 동안 4400만명이 식료품 가격 상승 때문에 하루 생활비가 1.25달러가 안되는 빈곤선 이하로 떨어졌다. UNCTAD에 따르면 식료품 가격이 10% 오르면 전세계 1000만명이 빈곤선 이하로 생활수준이 추락한다. 식료품 가격 폭등은 올해 초 튀니지와 이집트에서 독재정권을 무너뜨린 민주화시위를 일으킨 기폭제가 되기도 했다.
흔히들 얘기하는 식료품가격 상승 원인은 기후변화, 바이오연료 확대(바이오연료의 역설...에너지 아끼다 식량난 부른다), 인구증가, 중국과 인도 경제성장에 따른 소비증가, 육류소비 확대, 석유가격 상승 등이다. 하지만 독일 시사주간 슈피겔은 1일(현지시간) 농산물 가격 폭등과 전 세계 식량위기의 뒤에는 농산물 거래를 돈버는 기회로 삼는 국제금융자본이 있다고 고발했다.
올리비에 드 슈테 유엔 식량권 특별보고관은 바이오연료 확산이나 흉작, 수출장벽 같은 공급부족은 최근 식료품 가격 폭등에 미미한 영향을 미쳤을 뿐이라고 지적한다. 그는 최근 유엔에 제출한 보고서에서 “식료품 시장에 거대한 투기거품이 껴 있다.”며 국제금융자본을 농산물 폭등의 진범으로 지목했다.
각국 정부가 세계 금융위기를 극복하기 위해 대규모 구제금융을 공급하면서 시장은 막대한 현금을 보유하게 됐다. 넉넉한 자금으로 마땅한 투자처를 찾던 국제금융자본이 주목한 것은 농산물 선물거래였다. 지난해 4분기 관련 투자는 전년 동기 대비 세 배나 늘었다.
유엔무역개발회의(UNCTAD) 수석경제학자인 하이너 플라스벡은 2008년 이후 환율과 상품, 국채, 주식 가격 상황을 비교분석한 결과 “금융화된 상품 시장에서 가격결정이 실물경제와 갈수록 괴리가 커지고 있다.”고 지적했다. 그에 따르면 무역업자들이 농산물을 오로지 돈벌이 수단으로만 생각해 수급을 좌지우지하면서 투기 거품이 늘고 있다.
유엔식량농업기구(FAO)에 따르면 오늘날 농산물 관련 선물거래에서 실제 농산물 거래는 2% 뿐이다. 나머지 98%는 오로지 발 빠르게 시세차익을 얻기 위해 투자자들이 벌이는 머니게임에 불과하다.
“모든 금융거품은 이야기를 필요로 한다”
슈피겔은 바이오연료용 작물생산은 세계 곡물생산의 6%에 불과한 것을 비롯해 식량위기 담론 대부분이 근거가 불확실함에도 불구하고 식량위기 우려가 끊이지 않는 것은 “모든 금융 거품이 이야기를 필요로 하기 때문”이라고 꼬집는다. 닷컴 거품 때는 ‘신 경제’가 있었고 부동산 거품 때는 ‘내집 마련 신화’가 위세를 떨쳤던 것처럼 최근 식료품 거품 뒤에는 식량 생산이 줄어들고 있다는 ‘이야기’를 퍼뜨린다는 것이다.
슈피겔은 최근 굶주림에 고통 받는 아프리카 동부에 대해서도 잘 알려지지 않았던 이면을 알려준다.
세계은행은 전세계에 걸쳐 대략 8000만 헥타르나 되는 토지가 지난 몇 년 사이에 해외 투자자들 손에 떨어졌다고 분석한다. 이런 문제가 가장 극명히 드러나는 것이 바로 에티오피아다. 현재 570만명이 국제식량원조에 의존해야 하는 상황인데도 불구하고 에티오피아 정부는 농경지를 해외 투자자들에게 매각하거나 임대해준다.
2007년 이후 에티오피아 정부가 해외자본과 체결한 농업프로젝트는 815개나 된다. 이를 위해 아디스아바바 외곽에 있는 국립공원 360만 헥타르를 개간하기도 했다. 그 땅에서 나오는 농작물은 두바이 카타르 바레인 사우디아라비아에 있는 오성급 호텔이나 다국적 기업에게 공급하기 위해 수출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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