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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0.04.21 17:47

[예산브리핑] 동아일보의 놀라운 상상력, 세금→기업투자약화→국가경쟁력약화→서민피해

4월19일자 동아일보 경제섹션은 ‘지방골프장 기업 구조조정촉진 감세 없앤다’는 소식을 머릿기사로 다뤘다. 기사 자체는 스트레이트로 사실관계 전달에 충실했다. 눈길을 끈 것은 같은날 실린 사설인데 그 논리가 참 인상적이다.

100419 동아B1 '지방골프장 기업 구조조정촉진 감세 없앤다'
http://news.donga.com/Economy/New/3/01/20100418/27660285/1&top=1

동아일보에 따르면 정부와 한나라당이 기업 구조조정 촉진세제, 지방골프장 지원세제 등 조세감면 중 “상당수를 축소하거나 없애 2조 원 이상의 재원을 마련하기로 방침을 정했다”고 한다. 김성조 한나라당 정책위의장과 윤증현 기획재정부 장관이 기존 비과세·감면제도를 전면 정비한다는 원칙에 합의했다는 것. 재정부는 오는 9월 정기국회 때 세법 개정안을 제출하기로 했다고 한다.

동아일보는 “국회의원들이 표를 의식해 매년 늘려온 비과세·감면제도에 대해 여당이 먼저 정비하자고 제안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라고 썼는데 진짜 그런지는 모르겠지만 어쨌든 대단히 고무적인 소식이다.

“대주주가 기업 부채를 갚기 위해 자기 명의의 땅이나 건물을 기업에 공짜로 증여할 때 법인세를 감면해주는 제도는 구조조정 촉진이라는 도입 취지가 어느 정도 달성된 만큼 폐지될 가능성이 높다. 지방골프장 입장료에 붙는 개별소비세를 면제해주는 제도는 수도권 골프장과의 형평성 논란이 제기되고 있어 폐지되거나 감면 폭이 축소될 것으로 보인다. 대학 재정을 지원하기 위한 세제지원책도 정부 주도로 대학에 대한 구조조정 작업이 진행 중인 만큼 폐지 대상으로 거론되고 있다. 이런 방식으로 올해 일몰을 맞는 49개 항목 중 30여 개를 폐지하면 2조 원 이상의 재원 확보가 가능할 것으로 한나라당은 추정하고 있다.”

여기까지가 기사가 전한 사실관계 영역이다. 동아일보 사설은 사실에 대한 ‘해석’을 내놓는다. “한나라당은 민주당의 무상급식 공약에 대응하기 위해 보육비 지원 같은 공약 사업을 내놓았다. 야당의 선심 공약에 똑같은 포퓰리즘 공약으로 맞대응했으나 야당이 돈도 없이 공약만 발표한다고 공격하자 재원대책을 서둘러 발표한 것이다. 결국 기업에서 세금을 더 거둬 ‘포퓰리즘 거품’을 키우는 꼴이다.”

100419월 동아35 사설 '기업 세부담 늘려 포퓰리즘 거품 키우려 하나'
http://news.donga.com/Column/Sasul/3/040109/20100419/27665805/1


이거 정말 흥미롭다. 민주당 무상급식=포퓰리즘, 한나당 보육비 지원 등 공약=포퓰리즘이라는 전제도 그렇거니와, 재정부족→졸속 재원대책 마련이라는 논리전개도 황당무계하다는 점에서 무척이나 인상적이다. 비판근거로 내세우는 것도 “기업의 투자활동이나 구조조정을 촉진하기 위한 것도 적지 않”은데 “이런 세금 혜택을 줄이면 기업들은 투자를 줄이고 그에 따라 일자리도 감소할 것”이란 것이다.

동아일보는 “여야를 막론하고 경쟁적으로 내건 포퓰리즘 공약은 당장은 혜택을 보는 층의 인기를 얻을 수 있겠지만 후일 반드시 폐해가 나타난다. 정작 꼭 필요한 곳에는 투자하지 못하게 돼 결국 국가경쟁력을 약화시킨다.”면서 “결과적으로 서민은 수혜자가 아니라 피해자로 전락한다.”고 말한다. 국민들에게 “잠자코 기업 세금 깎아주도록 가만 있거라”라는 말로 들리는데 이건 명박한 협박이다.

무상급식을 포퓰리즘이라 공격하는 첫단추부터 황당하다. 한나라당 논리대로라면 무상급식을 하게 되면 서민이 아니라 부자에게 혜택이 돌아간다는 건데 부자들 인기에 영합하는 포퓰리즘도 있나? 이참에 학위논문이라도 쓰려나 보다. 

분명히 짚고 넘어가자. 조세감면은 마땅히 거둬야 할 세금을 더 큰 정책적 목표를 위해 감면해주는 것이다. 조세감면을 남발하면 국가재정에 악영향을 미치기 때문에 국가재정법은 일몰제를 두도록 했다. 기한을 정해 그 기간 동안만 조세를 감면해주고 기한이 지나면 기본적으로 세금을 다시 내도록 한 것이다. 당정이 한다는 것도 결국 ‘기한 종료되는 조세감면은 그대로 두겠다’는 것에 다름 아니다.

동아일보와 극명하게 대비되는 사설이 국민일보에서 나왔다. 국민일보 20일자 사설은 “어떤 제도든 시한을 지켜야지 자꾸 연장해 버릇하면 정책의 권위와 효과가 떨어진다.”는 점에서 “기업에 대한 비과세·감면 제도 정비는 꼭 필요하다.”는 명확한 입장을 제시했다.

“4대강 사업에 막대한 예산이 투입되다 보니 일자리 대책과 서민지원 대책을 추진할 여력이 없”다는 원인으로 인한 “열악한 재정상황 때문”이라는 해석도 곁들였다.
 


동아일보가 내세운 도식은 ‘세금→기업투자약화→국가경쟁력 약화→서민피해’라는 논리구조로 돼 있다. 가히 웃음을 옹호하는 책 읽었다고 사람들을 죽이던 ‘장미의 이름’ 호르헤 수도사를 떠오르게 한다. ‘성경 봐라. 시방아. 어디 예수께서 실실 쪼갰다는 구절 있냐. 웃기만 해봐라.’

국민일보 사설이 명확하게 지적했다. “기업은 지금 돈이 없어 투자를 하지 않는 것이 아니다. 12월 결산 상장기업 553곳의 지난해 유보율은 1158%로 전년 대비 96% 포인트 높아졌고, 특히 30대 기업은 3000%에 육박한다. 자본금의 30배를 잉여금으로 갖고 있다는 뜻이다.”

국민일보 사설 결론 부분을 밑줄쳐가며 읽고 용꼬리용용하기를 동아일보에 권하고 싶다. “기업 세제 지원을 줄이되 여기서 조성되는 재원을 어느 곳에 어떻게 쓰느냐가 중요하다. 표심을 얻기보다는 꼭 필요한 곳에 쓰고 가급적 소비와 생산의 선순환으로 연결될 수 있는 부분에 투입돼야 한다. 그것이 기업을 더 잘되게 하는 길이다.”


 
동아일보와 국민일보 공히 지적했듯이 조세감면에서 가장 뜨거워야 할 쟁점은 임시투자세액공제제도다. 1982년에 ‘임시’로 도입된  임시투자세액공제는 2010년인 지금도 ‘임시’로 운영중이다.

당초 목적은 “경기조절 등 특정 목적을 위해 필요하다고 인정될 때 기업이 기계장치, 설비 등 사업용 고정자산을 신규 구입할 경우 투자 금액의 일정액을 각 과세연도의 산출세액에서 감해주는 제도”인데, 지금은 그냥 기업에 대한 ANYTIME 보조금이다. 경기조절 기능을 제대로 하느냐 하면 임주영(2004), 김유찬(2004), 박기백 외(2006) 등 많은 연구에서 효과없음으로 밝혀지기도 했다.

임시투자세액공제로 2008년 거둬야 할 세금을 걷지 않은 액수만 해도 2조 1035억원이나 된다. 임시투자세액공제로 혜택을 보는 건 기업 중에서도 대기업이 대부분이다. 2007년 임시투자세액공제에 대한 법인세 신고현황을 보면 중소기업이 감면받은 건 15.8%인 2764억원에 불과하고, 나머지 84.2%(1조 4774억원)는 대기업들이 받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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