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8년 시작된 미국발 금융위기는 재정부담을 가중시켰다. 이번 대회 주요 스폰서인 노르텔 네트워크, 제너럴 모터스 등이 파산지경에 처했다. 알파인 스키경기가 열리는 휘슬러 블랙콤 리조트는 경기가 끝나는대로 경매 시장에 나올 예정이다. 거기다 상황을 더욱 악화시키는 것은 우리나라의 올림픽 선수촌과 비슷한 개념인 올림픽 빌리지 문제다.
올림픽에 앞서 부동산 개발회사들은 그리거 로버트슨 시장에게 ‘시유지를 제공해 주면 이곳에 선수촌을 만든 뒤 올림픽 이후 호화 아파트로 개조해 분양하자’고 제안했다. 사업이 잘될 경우 밴쿠버는 화려하게 올림픽을 치를 수 있을 뿐 아니라 경기가 끝난 뒤에도 이득을 볼 수 있다는 것.
금융위기 이후 건설비용이 급증하면서 “장밋빛” 계획은 어긋나기 시작했다. 올림픽 유치를 명분으로 당선된 로버트슨 시장은 올림픽 빌리지 완성을 위해 4억 3400만달러나 되는 특별대출을 받아야 했다. 결국 시 당국이 책임져야 하는 개발비용은 10억달러에 이르게 됐고 신용등급도 강등됐다.
뉴욕타임스는 로버트슨 시장조차 동계올림픽 이후 부동산 경기가 활성화되지 못할 경우 수억달러나 되는 빚이 남게 될 것이라고 인정했다고 전했다. 스탠리 파크 외곽 아파트에 사는 리 플레처씨는 “전체 경비가 얼마인지는 모르겠지만 사람들은 아주 오랫동안 그 돈을 갚아나가야 할 것 같다.”면서 “어떤 사람들은 엄청난 이득을 챙기겠지만 일반인들은 세금만 더 늘어나게 될 것”이라고 꼬집었다.
정희준 동아대 체육학부 교수에 따르면 올림픽 적자 흑자 여부를 따지는 건 기준에 따라 달라진다. 운영수입만 놓고 보면 흑자다. 하지만 올림픽을 개최한 자치단체의 전체 재정을 고려해서 놓고 보면 역대 하계,동계 올림픽 가운데 흑자를 낸 곳은 한 곳도 없다.
우석훈 박사는 <국제행사, 장밋빛 지역경제 보장 아니다>(신문과 방송 2007년 6월호, 72~75쪽.)라는 글에서 이 문제를 기회비용이라는 관점에서 접근한다. 기회비용이란 돈이나 시간 혹은 인력과 같은 것을 어디에 사용할 때 그렇게 하지 못했기 때문에 생겨나는 손실을 말한다. 대표적인 사례가 보도블록이다.
우석훈의 논리를 인용해보자.
주요 대회를 유치하면 그 순간부터 중앙정부 지원이 일부 있겠지만 전체적으로는 그 지역에 발생할 다른 종류의 지원이 줄게 되고, 해당 지역에서는 문화나 복지 혹은 여성지원 프로그램 같은 곳에 들어갈 돈을 빼서 건설계정으로 전환시키는 일이 벌어진다.
지방토호들은 “그렇게라도 안하면 이 지역에 돈이 안 들어온다”고 말하겠지만 중앙정부 입장에서는 특정 지역에만 너무 많은 예산을 지원할 수 없기 때문에 결국은 다른 지역에는 다른 종류의 지원을 늘리게 된다. 결국 중앙에서 오는 돈은 비슷해진다.
뒤집어 말하면 조금 더 지역에 실질적으로 지원받을 수 있는 복지나 문화 예산 혹은 지역경제에 대한 직접보조금 등을 줄여서 경기시설물 지원으로 받는 셈이다. 한 건만 놓고 보면 중앙정부 예산을 따온 것 같이 보이겠지만 10년 정도 긴 눈으로 평균적 시각을 놓고 보면 결국 그게 그거인 셈이다.
우석훈에 따르면 부산 아시안게임이 바로 국내에서 가장 혹독한 기회비용을 치룬 대표적 사례라고 할 수 있다. 부산은 대회 이후 "수백억원 이상을 단순히 시설물 유지를 위해서 사용하다 이 부담을 감당하지 못하고 결국 사이클 경기장을 경륜장으로 전환"시켰다.
"그래도 적자 계속되자 최근 부산경륜장에 공격경영 개념 도입해 매출액을 1000억원 수준으로 높일 계획"이라고 한다. 경륜장이라는 특성상 "매출액 대부분은 부산시민 주머니에서 나오게 될 것"이다. "아시안게임 버전 ‘바다이야기’"라는 비판이 허투루 들리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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