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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재뒷얘기

4대강에는, 운하도 있고 리버랜드도 있고

by betulo 2009. 4. 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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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주 신원을 밝힐 수 없는 제보자한테서 문건 하나를 건네받았습니다. ‘콘텐츠 가도 지정 및 리버랜드 구축 시범사업(안)’이라는 제목으로 문화체육관광부 전략콘텐츠산업과에서 3월5일 작성한 문건입니다.

문건을 보면 “4대강 살리기” 사업의 일환으로 4대강 주변에 ‘문화콘텐츠 가도(街道)’를 지정하고 그 주요 거점에 ‘리버랜드’라는 이름으로 테마파크를 조성하는 방안을 담고 있습니다. 이를 위해 경북 안동 지역을 시범사업 대상으로 선정해 16만 5000㎡(5만평)에 이르는 테마파크를 건설하는 계획을 제시했습니다.

문건에 따르면 문화부는 최근 “4대강 토목정비를 기반으로 한 문화뉴딜”의 일환으로 “4대강 주변 문화콘텐츠 테마를 중심으로 한 가도 지정을 통해 관광 브랜드를 구현”한다는 목표 아래 안동-예천-문경 지역에 ‘유교문화’를 브랜드로 하는 가도를 지정한다는 구상입니다.

제보자는 이 방안이 문화부 스스로 문건에서 밝힌 “전통문화의 다양성과 대표성”과도 맞지 않는 토목공사인데다 사업성도 불투명하다고 봤습니다. 취재를 하면서 몇몇 전문가에게 물어봤는데 그 제보자와 비슷한 의견이었습니다.

문건을 발화점으로 기사를 하나 썼습니다. 가도의 중심에는 “탈을 브랜드 모티브로 한 미래형 글로벌 테마파크”를 구축할 계획이랍니다. 이 테마파크는 “국내 최대 아동뮤지컬 전용관” “국내 최대 롤러코스터 등 디즈니형 놀이기구” 등을 설치한다고 돼 있구다. 이밖에 가족형 팬션 등 숙박시설, 테마 레스토랑, 콘텐츠상품을 한 곳에서 구입할 수 있는 상점, 사우나·네일샵 등 이용시설을 유치한다는 내용도 있습니다.

문건은 소요예산으로 올해부터 2012년까지 5000억원 예상했으며 규모는 16.5만㎡로 제시했습니다. 연간 방문자수는 200만명을 예상했으며 그 근거로 “인구 대구, 상주 지역을 포함한 전국 관광객 유도와 국제탈춤페스티벌 등과 연계한 외래관광객 유치 추진”이라고 밝혔습니다. 연간 수입액은 “500억원 기대”라고 돼 있네다.

문화부는 규모, 연간 방문자수, 연간 수입액 등 기대효과 부분에서 에버랜드와 롯데월드 현황을 명기하는 등 기존 테마파크를 염두에 두고 있음을 내비쳤습니다.

일부 문화유산 전문가들은 회의적인 견해를 밝혔습니다. 문화 맥락이 없는 하드웨어 위주의 토목공사이며 사업성도 불투명하다는 게 비판의 핵심이지요.

전남대 문화전문대학원 전효관 교수는 ‘국내 최대 아동뮤지컬 전용관을 짓겠다고 하는데 과연 국내 뮤지컬 공연시장 규모나 제대로 확인했는지 의문”이라면서 “세부 준비가 없다면 거대한 시설물 짓는 토목공사하는 것 말고 무슨 의미가 있겠느냐.”도 꼬집었습니다.

황평우 문화연대 문화유산위원장도 “어느 외국인이 자기 나라에서 보던 것과 똑같은 놀이시설을 돈내고 보려 하겠느냐.”면서 “특화된 콘텐츠가 없다는 점에서 보면 사업성도 회의적일 수밖에 없다.”고 주장했습니다.

제보자의 의견은 이렇습니다.

첫째, 현 문화부가 기존 1년 동안 한 일이 정부의 사업을 홍보해주는 일이다. 문화정책을 세우는게 아니라 운하사업의 변형에 다름아니다. 문화 관점이 없다. 국정홍보 노릇을 자처하고 있는거다.

둘째, 문화부가 해서는 안되는 개발사업이다. 문화관점이나 생태관점이 없다. 국토해양부가 한다고 해도 문화부가 막아야 한다.

셋째, 문화컨텐츠가 아니라, 결국 테마파크 조성을 위해 컨텐츠를 무리하게 끼워넣은 거다. 롯데월드와 비교하는 것 자체가 토건 사업이라는 걸 말해준다.

정책입안과정, 목표 등 모든 게 묻지마행정이라고 볼 수밖에 없다. 조금이라도 전문성 있는 사람이라면 말이 안된다고 할 거다.

또 하나는, 이명박 시장때부터 테마파크 사업을 계속 추진해왔다. 항상 디즈니나 롯데월드를 얘기하는데, 일본 등 디즈니 테마파크는 사양산업이다.

테마파크는 문화사업이 아니다. 그거 포기해야 한다. 한국에 맞지 않는다. 꺼리만 있으면 다 갖다붙이는 것도 전형적인 시책사업이라는 걸 보여준다.”

문화부 관계자는 이에 대해 “하나의 방안으로 논의 중일 뿐이며  건설 지점이나 예산 등 구체적으로 확정된 것은 없다.”고 말했습니다.
 
하지만 이 말을 액면 그대로 믿을 수가 없습니다. 처음 문화부 전략콘텐츠산업과에 전화를 걸어 과장을 찾으니 회의중이라고 했습니다. 그래서 제가 "리버랜드 담당하시는 분을 바꿔주세요"하니 특정 사무관 이름을 알려 줬습니다. 저는 메모를 남기고 전화를 끊었습니다

다시 전화를 해서 과장을 찾았는데 과장은 "회의 때문에 나가봐야 하니 담당 사무관을 바꿔주겠다"고 했습니다. 아까 그 사무관입니다.

그 사무관은 제게 이렇게 말했습니다. "대통령 보고를 위해 여러 안을 검토중이다. 공개된 사업계획은 없다. 예전에 자료를 낸 적은 있었는데 지금은 모르겠다. 컨셉을 그렇게 했으면 좋겠다는 거지 어디에 얼마를 투입하느냐 하는 계획은 없다. 예산을 얼마나 쓰겠다는 계획도 없다. 4월말에 VIP 보고할 계획이다. 거기서 OK나오면 구체적인 연구계획 잡는거다." 
 
그는 "나는 담당자가 아니어서 잘 모르겠다."고 합니다. 그리고 "아이디어 차원에서 4대강에서 콘텐츠를 결합해서 제시해본 것"이라고 강조합니다. 맞습니다. 아이디어 차원이고 확정된 게 아니지요. 하지만 확정을 향한 정황은 분명히 존재합니다. 

2월24일 한국문화관광연구원이 주관하고 문화부가 후원하는 <문화가 흐르는 4대강 살리기> 심포지엄이 서울 한국관광공사에서 열렸습니다. 이 자리에서 박종구 동국대 관광레저경영향학과 교수가 주제발표한 프리젠테이션 자료가 눈에 띕니다. 

이 자료에는 "문화테마별 4대강의 미래상"이란 부분에 "문화복합형 이벤트, 뮤지엄파크" "한강뮤지엄파크" "첨단문화테마형 컨텐츠" "뮤지컬문화콘텐츠" "뮤지컬인프라" "뮤지컬의 컬러풀 수변도시"등 표현이 등장합니다.

저는 그런 면에서 <리버랜드>라는 "아이디어"가 그저 단순한 브레인스토밍 단계가 아니라 더 높은 단계라고 보는 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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