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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06년 테무진이 몽골고원을 통일하고 칭기스칸이 되고 나서 법령을 발표한 것 중에 “이제부턴 이름을 불러라.”라는 게 있다. 쉽게 말해 서로 맞짱 까고 얘기하자는 거다.

한국같은 곳에서 호칭은 언제나 예민하다. 예전에 어떤 시민단체가 직제 개편을 하면서 사무‘총’장 자리를 만들었다. 뭐 하는 일은 그대로다.


사무국장을 하던 사람이 사무총장이 됐다. 기자가 그를 여전히 사무국장으로 부르자 정중하게 한마디 했다. “저는 사무‘총’장인데요.”

기자로서 기사를 쓸 때 호칭이 참 거슬릴 때가 많다. 어떻게든 이름만 갖곤 민망하다. 뭐든 붙여줘야 한다. 정 없으면 박사라도 붙인다. 그마저도 없는 ‘일반 시민’은 이름 뒤에 ‘씨’라는 호칭이라도 붙여야 직성이 풀리는게 한국 언론이다.

나도 그걸 피해갈 수는 없으니 기사에 꼬박꼬박 호칭을 붙인다. 하지만 ‘전 장관’과 ‘씨’의 차이가 뭘지 생각해보면 호칭 뒤에 숨은 권력관계와 과시 등에 마음이 썩 편하진 않다.

그리하야!

내 맘대로인 내 블로그에선 내 맘대로 호칭 원칙을 정하기로 했다. 이제부턴 사람의 이름은 그 자체로만 중요하다. 직책은 무시한다. 다만 정확한 정보전달을 위해 처음 소개할 때만 호칭을 붙이고 그 다음부터는 이름으로만 한다.

처음 소개할 때 붙이는 호칭도 아무개 장관이나 아무개 박사가 아니라 박사 아무개, 장관 아무개로 통일한다. 그럴듯한 직책 없는 사람과 차별하는 마음을 갖지 않도록 하기 위한 조치다. 이 블로그를 방문하시는 손님들께선 혹시 기분나쁘더라도 충정을 이해해 주시리라 믿는다.

<용례>

 1. “노무현 전 대통령은 이렇게 말했다. 노 전 대통령은…” →“전 대통령 노무현은 이렇게 말했다. 노무현은…”

2. “천정배 민주당 의원도 그렇게 말했다. 천 의원은…” → “민주당 의원 천정배도 그렇게 말했다. 천정배는…”

3. “강 아무개 박사는 달리 말한다. 강박사는…” → “박사 강 아무개는 달리 말한다. 강 아무개는…”

4. “김OO씨는 요렇게 말했다. 김씨는…” → “김OO는 요렇게 말했다. 김씨는…”


 <뱀다리(蛇足)>

많은 사람들이 저를 "강 기자님"이라고 부릅니다. 그 호칭 속에서 저는 '기자'라는 방패를 든 사람으로 각인되는게 아닐까요. 그건 어찌보면 나를 '강 기자님'이라고 부르는 사람들은 자신에게 "강국진이라는 사람은 기자야. 그걸 잊지 말라고"라고 확인시키는 과정은 아닐까 하는   생각을 해 봅니다.

'님'이라는 호칭도 생각해보면 아주 고약합니다. 기자면 기자지 기자님은 또 뭘까요.

언론사에서는 "기자는 누구에게나 당당해야 한다"면서 모든 호칭에 '님'을 생략합니다. 예전엔 모두에게 적용되는 원칙이었는데 외부인사들의 민원이 자자해 요즘은 신문사 혹은 편집국 내부에서만 씁니다. 가령 저같은 막기자가 하늘같은 편집국장을 부를때도 "국장. 할말있습니다."이고 직속상관인 부장을 부를때도 "부장, 강국진입니다." 식입니다.

저는 개인적으로 그런 호칭법을 대단히 좋게 생각합니다. 자부심도 있구요. 애초 의도한 바를 정확하게 이행하고 있다고 생각하구요.

그럴 일은 없겠지만 제가 대통령이 된다면 청와대부터, 그리고 정부 모든 부처에서 언론사 방식의 호칭법을 강제로라도 시행해봤으면 좋겠습니다. 공직사회에 새바람을 불게 할 수 있지 않을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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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글 이미지 검색에서 찾은 파일. 그냥 한번 붙여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