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주화운동기념사업회가 현직 국회의원을 통해 전국민주화운동유가족협의회(유가협) 사업자료를 요구해 유가협이 강력히 반발하고 있다. 유가협에서는 최근 기념사업회 내부 민주주의를 비판하는 것을 두고 꼬투리를 잡으려 한 것이라며 적극 대응하겠다고 밝혀 귀추가 주목된다.
정기총회를 하루 앞둔 지난달 21일 유가협은 행정자치부한테서 지난해 사업자료를 보내 달라는 전화를 받았다. 석연치 않게 여긴 유가협에서 확인한 결과 박문숙 기념사업회 사무처장이 홍미영 의원실에게 유가협 사업자료를 구해 달라고 요청했고 홍 의원실은 다시 행자부에 요청한 것으로 드러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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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국진기자 |
지난 2월 17일 강민조 유가협 이사장 등 유가협 임원진이 기념사업회 앞에서 농성하고 있는 송무호 전 기념사업회 본부장에게 전달한 금일봉 봉투. "역사는 결코 물의를 용서치 않는다. 송무호 선생, 최상천 교수님, 양경희 선생 진실과 정의를 위해 싸우시는 길, 그길이 바른 길이란 것을"이라고 써 있다. | 강민조 유가협 이사장 등은 지난달 24일 홍 의원을 방문해 의정활동과 무관하게 유가협 자료를 요구한 경위를 따졌고 홍 의원은 즉각 유가협에 사과했다. 강 유가협 이사장, 신동숙 회장 등은 지난 6일 기념사업회를 항의방문해 사과를 요구하며 문국주 상임이사와 1시간 넘게 논쟁을 벌였으며 이 과정에서 문 이사는 “박 사무처장이 유가협 감사인지라 요구한 것”이라고 답변한 것으로 알려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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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국진기자 |
박문숙 민주화운동기념사업회 사무처장. |
유가협에서 “기념사업회가 현직 의원을 통해 내사를 시도한 것 아니냐”고 할 정도로 민감하게 반응하는 것은 유가협이 기념사업회 내부 민주주의 등을 비판하는데 적극 나서고 있는 최근 상황과 깊은 관련이 있다. 강 이사장은 “독재정권에서도 이런 일은 없었다”며 “기념사업회 내부 민주주의를 요구하며 지난달 13일부터 농성을 벌이고 있는 송무호 전 기념사업회 본부장을 지지하며 적극적 관심과 해결의지를 표명하는 유가협에 대한 보복성 행위”라고 주장했다.
유가협 관계자에 따르면 이사회에서는 “기념사업회 내부 문제에 앞장서서 문제제기 하니까 유가협의 약점을 잡으려고 꽁수를 쓰는 것 아니냐”는 의혹까지 제기되는 등 격앙된 분위기였다. 그 관계자는 “박 처장도 유가협 회원이니까 정관이나 사업자료를 보고 싶으면 누가 마다하겠느냐”며 “뭔가 다른 의도가 있다고 본다”고 주장했다.
지난 3일 유가협은 박문숙 기념사업회 사무처장에게 4일로 예정된 이사회에 참석해 달라고 공식 요청했지만 박 처장은 이를 거부했다. 유가협은 오는 20일 임시이사회 이전까지 소견서를 보내든가 임시이사회 회원으로서 출석해 달라고 박 처장에게 재차 요구했으며 임시이사회에서는 박 사무처장 징계를 안건으로 논의할 계획이다.
이에 대해 박 처장은 “정관 개정이 어떻게 됐는지 알고 싶어 홍 의원에게 알아봐달라고 했던 것”이라며 “유가협 사업자료를 요청했다는 것은 사실과 다르다”고 해명했다. 그는 “지난달 22일 총회 전에 “지난해 7월까지 유가협 감사였는데 유가협이 사단법인으로 바뀐 이후 아무리 물어봐도 감사 역할을 계속해야 하는지 아닌지도 유가협에서 알려주지 않는 바람에 개정 정관을 보고 확인하려고 했던 것”이라고 말했다. 박 사무처장은 유가협 회원이며 지난해 7월까지 유가협 감사를 역임했고 2월 1일부터 기념사업회 사무처장으로 일하고 있다.
강국진 기자 globalngo@ngotimes.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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