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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재뒷얘기/시민의신문 기사

"하루가 강제동원과 군기폭력 연속"

by betulo 2007. 3. 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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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루가 강제동원과 군기폭력 연속"
폭력적 전의경 생활, 경험자들 증언
"전의경 갔다오면 착한 이도 개된다"
인권연대와 본지, 31일 4번째 토론회
2005/9/1
강국진 기자 globalngo@ngotimes.net
2001년 봄 신병교육대에서 6주 훈련을 마치고 전경으로 차출된 신 아무개씨는 2주간 중앙경찰학교에서 교육 받고 서울경찰청 기동대에 배치받았다. 신병교육대에선 당연히 군사교육을 받았는데 2주 훈련에서도 “가장 기억에 남는 건 제식훈련”이었다. 기동대에서도 훈련은 시위진압훈련이 대부분이었다. 인권교육이라고 있는 것도 “중고등학교 국민윤리시간 같았다”고 한다. 그가 2년 2개월 동안 배운 건 결국 “시위대를 효과적으로 진압하는 방법” 뿐이다.

“중앙경찰학교 가서 첫주는 제식훈련 하면서 경찰기초이론을 배웠죠. 배울 당시에도 무슨 말인지 모르겠더라구요. 2주차에 간단한 진압훈련을 받긴 했죠. 기동대에선 집회·시위에 나올 수 있는 모든 종류의 무기에 대응하는 훈련을 했습니다. 실전훈련이죠. 1년에 한두번 정도 화염병 대비훈련도 하구요. 실전훈련은 주로 고참들이 지휘합니다. 인권교육이라고 할만한 교육은 없었습니다. 그냥 간부들 ‘개똥철학’ 강의 듣는거죠. 집회시위가 국민의 기본권이라는 교육은 전혀 받은 적 없고요. 집회·시위 관련 법규정을 적어놓은 수첩을 모두에게 지급하고 소지하라는 규정은 있어요. 그거 누가 갖고 다니나요? 갖고 다니더라도 읽어보진 않죠.”

"대간첩작전 부대원인지, 경비원인지?"

백 아무개씨는 2002년 입대해 전경으로 차출돼 지방경찰서 5분타격대로 배치됐다. 대간첩작전을 위한 부대이지만 25개월 동안 그가 한 일은 경계근무와 순찰, 행정보조가 전부였다. “대간첩작전요? 간첩이 있어야 대간첩작전을 하죠. 경찰서 정문 보초서고 군경합동검문소 근무하는게 기본임무거든요. 미군부대 순찰도 중요한 업무구요. 명절이나 테러주의보 내려오면 순찰을 더 많이 하는거죠. 월드컵응원 경비, 선거함 개표 경비, 폴리스라인 지키기 등도 하죠. 대테러작전에 필요한 교육은 출동훈련, 정신교육, 거동수상자 대처요령이 전부구요. 그냥 경찰서 자체적으로 요령있게 쓴다고 생각하시면 됩니다.”

전투경찰은 박정희정권 당시 대간첩작전을 명분으로 창설됐다. 사병 가운데 차출하는 전경과 지원자로 이뤄진 의경은 모두 병역의무를 이행한다는 면에서 '경찰복을 입은 군인'이다. 우리는 여전히 군대가 시위를 진압하는 나라에 살고 있는 셈이다. 지난해 6월 13일 세계경제포럼 반대시위대가 올 것에 대비해 공원 한켠에서 시위진압훈련을 하고 있다.
강국진기자 

전투경찰은 박정희 정권 당시 대간첩작전을 명분으로 창설됐다. 사병 가운데 차출하는 전경과 지원자로 이뤄진 의경은 모두 병역의무를 이행한다는 면에서 '경찰복을 입은 군인'이다. 우리는 여전히 군대가 시위를 진압하는 나라에 살고 있는 셈이다. 지난해 6월 13일 세계경제포럼 반대시위대가 올 것에 대비해 공원 한켠에서 시위진압훈련을 하고 있다.


신씨는 시위진압을 위해 꽉 차인 하루하루를 보내야 했다. 6시에 일어나 구보하고 점호받고 9시까지 아침을 먹는다. 오전은 주로 진압훈련을 하고 오후는 상황종료까지 상황대비를 한다. 일주일에 한번쯤은 철야경비를 섰다. 겨울에는 주로 방범을 선다. 집회신고가 들어오면 미리 대기하고 대치상황을 유지한다. 시위대와 충돌하는 경우도 물론 생긴다.

국민기본권? 교육받은 적 없다

“두개 분대씩 ‘방패’조와 ‘봉’조로 나뉩니다. 3개 소대가 1개 중대, 3개 중대가 1개 타격대를 이루죠. 한 중대는 진압사복중대, 2개 중대는 전면타격중대로 편성되지만 실제로는 역할구분이 모호합니다. 우리가 뚫리면 다른 중대가 우릴 무시한다는 생각이 있어서 시위대를 막아야 한다는 생각이 강하죠. 자존심 경쟁도 있으니 일부러 목소리도 크게 내죠. 사실 지휘관들도 그런 분위기를 유도하구요. 아무래도 험악하고 폭력적인 분위기가 생기고 과잉진압하게 되는 경우가 많습니다. ‘이건 전투가 아니다’고 강조하는 지휘관도 많지만 두드러지게 진압하더라도 특별한 제재는 없습니다.”

신씨는 “집회시위현장에 가기 전에 집회의 목적과 성격에 대한 설명을 들은 적이 한번도 없었다”며 “어디에 몇 명이나 있고 어떻게 대응하라는 지시만 받았다”고 설명했다. 결국 “막아야 할 대상으로만 시위대를 바라보게 된다”고 신씨는 말했다.

"목욕과 운동 하라고 외출보내..."

전의경 처우에 대해 이들은 공통되게 불만이 많았다. 2001년 입대해 보안분실에서 근무한 도 아무개씨는 “연병장도 없고 목욕시설이 제대로 안돼 있어 목욕외출과 운동외출을 보내준다”는 충격고백(?)을 했다. 목욕외출이란 인근 운동장이나 근린공원으로 2시간 정도 외출시키는 것이고 목욕외출은 동네 목욕탕 가는 외출이다. “전경 월급이 사병보다 조금 더 많아요. 그건 목욕비가 월급에 포함되기 때문이죠.”

20대 초반이 대부분인 시절, 배고픔은 커다란 고통이다. 신씨는 “밤늦게까지 시위진압하고 부대 돌아와도 먹을 게 없었다”고 회상했다. 집회·시위가 주말에 많다보니 주말에 제대로 쉬지도 못하면서 출동하기 때문에 피곤이 쌓인다는 것도 곤욕이다.

이 아무개씨(2003년 입대)는 자신이 경험한 전경기간을 “강제동원과 강제노동”이었다고 강조했다. 그는 “간첩 잡는다며 전경 만들어서 시위진압만 시켰다”며 “위헌이니까 당장 없애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는 “전의경은 결국 헐값에 경찰관 머슴살이 하는 것”이라며 “그게 바로 강제노동아니고 무엇이냐”고 목소리를 높였다. 특히 그는 “전경으로 있으면서 폭력에 너무 많이 노출된 게 끔찍했다”고 회상하면서 “동료들끼리 전의경 갔다오면 착한 사람도 ‘개’가 된다는 말을 공공연하게 한다”고 귀띔했다.

빽이면 모든 게 되는 곳

백씨는 “의무경찰은 빽으로 좌우된다”고 주장했다. 그는 “빽 좋으면 중앙경찰학교나 파출소로 가고 빽 없으면 기동대로 간다”며 “빽이 제일 중요하고 그 다음이 중앙경찰학교 성적”이라고 말했다.

“중앙경찰학교 가면 현직 경찰의 친인척이 있는지부터 조사합니다. 제가 있던 경찰서로 기동대에 있던 의경 두명이 전출을 온 적이 있어요. 한명은 그 경찰서 전직 서장의 손자였고 다른 한명은 현직 경찰의 아들이었죠. 두 명 다 처음엔 전산실 근무하다가 나중엔 유치장근무로 바뀌었죠. 경찰서장 손자는 후임병일때는 맨날 엄살만 부리더니 고참되니까 후임들 많이 괴롭혔어요. 그래도 제재를 전혀 받지 않았습니다. 빽이 중요하다는 건 꼭 의경 아니더라도 전의경 모두에게 공통이라는게 상식으로 통해요.”

교통지도계에서 근무하는 의경이 하는 일은 주로 음주단속이다. 교통지도계에서 일했다는 박 아무개씨는 “음주단속 관련 교육을 받기는 하지만 나중에는 알아서 대충 하게 된다”며 “그냥 나는 업무보조만 하면 된다는 생각에 법규나 인권에 대한 문제의식이 별로 없었다”고 회상했다. 그는 불심검문에 대해서도 “관련 법규정을 외우고 있어야 하지만 제대로 숙지하는 전경은 없다고 봐야 한다”고 밝혔다.

강국진 기자 globalngo@ngotimes.net (blog.empas.com/globalngo)
2005년 8월 31일 오전 10시 25분에 작성한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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