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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권을 생각한다/경찰 개혁론

“내용은 학교, 껍데기는 경찰서”

by betulo 2007. 3. 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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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용은 학교, 껍데기는 경찰서”
[경찰개혁] 경찰대학, 무엇이 문제인가
병역특혜, 폐쇄적 교육, 위화감조성 ‘엘리트경찰’
2005/7/15
강국진 기자 globalngo@ngotimes.net
“젊음만 가져오십시오. 열린 미래를 드리겠습니다.”

경찰대학 홈페이지를 열고 ‘특전과 졸업 후 진로’ 부분을 보면 상단에 나타나는 문구다. 경찰대학생에겐 맞는 말일지도 모른다. 그러나 이 문구가 한국경찰의 86.2%를 차지하는 비간부 경찰들에게도 해당되는 말일까. 경찰대학을 향한 온갖 문제제기의 근원에는 이 문제가 들어있다. 경찰에게 수사권을 주면 경찰대학 하나회가 경찰권력을 독점할 것이라는 검찰 주장을 빌지 않더라도 ‘경찰대학 출신은 경찰 속 검찰’이라는 비판이 경찰 안에서도 터져 나오는 실정이다.

경찰대학 홈페이지 캡쳐화면
경찰대학 
경찰대학 홈페이지 캡쳐화면

병역특혜 논란

경찰대생은 병역에서 여타 경찰관들에 비해 구조적인 특혜를 받고 있다. 경찰대생은 졸업전 군 훈련소에서 4주간 기초군사훈련을 받고 졸업 후 경찰종합학교에서 8주간 전술지휘과정을 이수한다. 이후 전경대·기동대에서 총2년간 지휘관 혹은 참모 근무로 병역의무를 마친다. 예비군도 이들에겐 먼나라 얘기다.

지휘관으로 근무한다고 하지만 실상 이들은 법적으로 ‘병장 제대’다. 사병이 사병을 지휘하는 셈이다. 군대를 마친 기동대원도 있다는 점을 고려하면 ‘사병이 예비역을 지휘’하는 모순이 생기는 것이다. 한 경찰대학 출신 경위는 “해안경비부대를 지휘할 때 ‘소대장님 병장제대를 축하합니다’란 말을 듣고 무안한 적이 있다”고 귀띔하기도 했다.

형평성 문제도 거론된다. 매년 시행되는 경찰승진시험 규정상 경감 이하는 근무경력이 최소 2년을 넘겨야 한다. 경찰대학 출신자들은 전경대와 기동대 소대장 근무기간 2년을 근무경력으로 인정해 근무를 마친 이후 순환보직과 동시에 일반분야 승진시험에 그대로 응시할 수 있다. 전경대·기동대 근무 2년으로 병역의무와 승진시험 최소 근무소요연수 두가지를 동시에 해결하는 셈이다. 그러나 병역을 마쳐야 하는 간부후보생은 1년간 경찰실무교육을 마친 이후 일선 부서에 배치돼 2년간 순환보직을 마쳐야 승진시험에 응시할 자격을 준다.

이에 대해 한 경찰대학 출신 경찰간부는 “실제 소대장을 마치고 곧바로 경감으로 승진한 사람은 내가 아는한 아무도 없다”며 “특별한 문제가 있다고 생각하지 않는다”고 밝혔다.

경찰대학 뒤편에는 9홀 골프장(8만440평)이 자리잡고 있다. 경찰대학 4학년생들은 이곳에서 '체력단련' 명목으로 골프수업을 받지만 실제로는 퇴직경찰관들이 이용자 대부분을 차지한다. 지난 6월 6일 현충일에는 경찰대학 간부 2명이 출입이 금지된 인사들을 초청해 골프를 치다 적발돼 물의를 빚기도 했다.
양계탁기자 

경찰대학 뒤편에는 9홀 골프장(8만440평)이 자리잡고 있다. 경찰대학 4학년생들은 이곳에서 '체력단련' 명목으로 골프수업을 받지만 실제로는 퇴직경찰관들이 이용자 대부분을 차지한다. 지난 6월 6일 현충일에는 경찰대학 간부 2명이 출입이 금지된 인사들을 초청해 골프를 치다 적발돼 물의를 빚기도 했다. 경찰 관계자에 따르면 외부인사들이 경찰대학 골프장을 "가끔" 이용하며 이 중에는 기자들도 있다고 한다. 골프장 유지보수비용은 1억3천2백만원(2003년 기준)이 들었다.


수능성적으로 간부를 뽑는다?

경찰대학을 옹호하는 사람들은 경찰 선진화와 수사권독립을 위해 더 많은 우수인력이 경찰에 들어와야 한다고 주장한다. 우수인력 확보를 위해 경찰대학이 중요하며 실제 경찰대학으로 인해 경찰 수준이 높아졌다는 것이다. 그러나 이들은 우수인력을 판단하는 기준이 왜 수능성적이어야 하는가에 대해선 명확한 답을 못한다. 게다가 별도 시험없이 졸업과 동시에 경찰간부로 채용하는 것은 간부후보생과 비교해도 특혜라는 지적이 적지 않다.

문성호 자치경찰연구소장은 “수능성적으로 경찰간부를 뽑는게 당연하다면 모든 검사와 판사도 서울대 법대 졸업자로 채용하는 것도 당연한 것이냐”며 “공무원채용은 기본적으로 공개경쟁 채용시험 형식을 취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문 소장은 이어 “특정대학을 졸업했다는 이유만으로 졸업 후 공무원에 임용하는 것은 엄연한 특별채용”이라며 “현재 공채인원(간부후보생)의 2배 이상을 특채(경찰대학 졸업자)로 뽑는 공무원조직은 경찰청밖에 없다”고 꼬집었다.

이에 대해 박석 경찰대학 홍보실장은 “수능에 시간과 노력을 합해서 경찰간부가 되는 것”이라며 논의 전제가 잘못됐다고 반박했다. 그는 “교육에서 평등은 기회평등이지 분배평등이 아니다”며 “수능 자체가 전 국민에게 같은 기회를 주는 것이기 때문에 특혜라고 생각하지 않는다”고 밝혔다. 그는 “나라를 이끌 인재를 뽑는 방법으로 수능성적을 채택한 것”이라며 “수능이기 때문에 문제라는 지적은 받아들일 수 없다”고 주장했다.

폐쇄적 교육

“경찰대학에 입학하는 학생들은 19살이다. 4년 동안 조직에 순응하고 국가에 충성하는 교육을 받으면서 경찰로 성장한다. 심하게 말해 ‘세뇌’를 시키는 것이다. 순경으로 뽑힌 사람들을 교육시켜 간부를 배출하는 것과 대학 때부터 교육시키는 것을 비교해보면 조직사랑에서 차이가 난다는 것을 금방 알 것이다.”

경찰대학의 필요성을 강조하는 이 주장은 경찰대학을 비판하는 이들에겐 “바로 그것 때문에 경찰대학이 문제”라는 근거가 된다. 이영남 관동대 경찰행정학과 교수는 “어린 나이에 획일적인 교육을 받고 일천한 경험으로 간부직에 오름으로써 초임시절에는 많은 시행착오가 있을 수 있으며 조직 화합을 저해할 수 있다”며 “이는 일반 경찰관들의 불만의 원인이 되고 있다”고 지적했다.

경찰대학 운영을 문민화해야 한다는 주장은 경찰대학 내부에서도 나온다. 이웅혁 경찰대학 교수는 “경찰관서처럼 경찰대학을 운영하기보다는 자유·창의·연구를 이해하는 민간 전문교육인이 경찰대학 학장을 맡는게 경찰대학 발전에 이바지할 것”이라고 밝혔다. 그는 “현재 경찰대학은 민간인 신분인 교수보다는 현직 경찰관들이 주도하고 있다”며 “규제행정과 교육행정은 차원이 다른 문제”라고 강조했다. 문성호 소장은 “경찰대학 학장을 민간인으로 바꾸고 민간인이 다수 참여하는 경찰대학 운영위원회나 이사회를 통해 경찰대학을 문민화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경찰이 경찰대학을 장악하면서 나타나는 또다른 문제는 “내용은 학교, 껍데기는 경찰부서”라는 경찰대학 속성상 경찰대학 학장이 너무 자주 바뀐다는 점이다. 지난 1월 21일 제28대 강영규 신임 경찰대학장이 취임했다. 25년 역사를 가진 경찰대학에서 28번이나 학장이 바뀐 것이다. 학장 임기가 1년도 안된다. 학장이 바뀔 때마다 경찰대학 커리큘럼에서 세부적인 면이 조금씩 바뀌면서 중장기적인 교육계획을 세우는데 차질이 생기는 문제도 함께 발생한다.

심각한 인사적체 경찰내 위화감 조성

매년 120명이나 경위로 유입되면서 비간부들의 승진기회를 차단해 버린다는 불만이 높다. 한 순경 출신 경위는 “순경 출신 간부들 중에 승진하겠다는 희망을 포기한 사람이 적지 않다”며 “나 스스로 승진은 요원해 보인다”고 털어놓는다. 그는 “2년 가까이 준비하고 서너달 전부터는 고시원에서 숙식하며 시험준비해도 경위 진급은 하늘에서 별따기만큼 어렵다”며 “누구는 20대 중반에 경위가 되는데 순경 출신은 평생을 근무하고도 경사로 퇴직하는 경우가 74%나 된다”고 꼬집었다. 그는 “기본적으로 불공평하다”며 “경찰대학은 성골, 간부후보생은 진골, 순경 출신은 육두품이란 말은 비간부들 사이에선 상식”이라고 털어놨다.

경찰대학은 승진에서도 보이지 않는 우대를 받는다. 이는 승진이 경찰청 본청과 서울지방경찰청에 집중돼 있고 본청에 근무하는 경찰대학 출신이 과반수가 넘는 것에서 연유한다. 2004년 8월 31일 현재 본청에 근무하는 경감 이상 400명 가운데 경찰대학 출신은 220명(45%)에 이른다. 지난해 12월 31일 현재 본청에서 근무하는 경위 442명 가운데 경찰대학 출신은 77명(17.42%)였다. 서울청은 973명 가운데 223명(22.92%)이었다. 전체 경위 이상 경찰관 가운데 경찰대학 출신은 15% 가량이다.

올해 경무관 승진자 18명 가운데 본청은 6명, 서울청은 10명이었으며 지난해에는 10명 가운데 본청과 서울청이 각각 4명이었다. 올해 총경 승진자는 본청이 65명 가운데 16명, 서울청이 18명이었으며 지난해에는 55명 가운데 본청이 13명 서울청이 16명이었다. 이에 대해 한 비간부 경찰관은 “경찰대학 출신들이 승진하기 좋은 편한 곳만 찾아간다”고 꼬집는다.

경찰은 경찰 내부에서 대책마련에 고심할 정도로 인사적체 현상이 심각하다. 지난해 국정감사 답변자료에 따르면 경찰은 경정~경위(5·6급)는 13.2%에 불과하고 비간부는 86.2%를 차지한다. 일반 국가공무원과 비교할 때 경정~경위 비율은 22.6%가 낮고 경사 이하(7급 이하)는 28.5%가 높다. 전형적인 ‘에펠탑형’ 인력구조다. 최근 5년간 경사 현원은 63%(1만2천12명)가 증가했지만 경위 정원은 5%(643명) 증가에 불과해 병목현상이 심각하다. 이는 △승진경쟁 과열 △조직결속력 약화 △비간부 불만 확산 등 심각한 문제를 일으킨다.

강국진 기자 globalngo@ngotimes.net
2005년 7월 15일 오후 14시 35분에 작성한 기사입니다.
시민의신문 제 606호 8면에 게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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